'정동균 로드'? 양평엔 국힘 전‧현직 군수 땅도 있다

여당과 조선일보의 필사적 '민주당 게이트' 엮기

자동차로 20분 안팎 걸리는 옥천면이 '종점 땅'?

정동균 "진입로 막힐까봐 집 앞 땅 사게 된 것"

땅 주인 "우리가 사달라고 사정…억지로 사줬다"

국힘, 김부겸‧유영민‧장영달 마구잡이 끌어들여

김선교‧정병국‧전진선은?…본질 비껴간 물타기

2023-07-17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TF의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7.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특혜 의혹을 둘러싼 '고속도로 게이트'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 양평군수 게이트'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김건희 로드'가 아니라 '정동균 로드'라고 한다.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아내가 지난 2020년 12월 옥천면 아신리 자택 앞 땅 3필지를 사들인 사실이 있으니 이게 '게이트'라는 것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일가 땅이 있는 양평군 병산리로 변경된 과정을 정 전 군수가 비판하고 원안대로 추진을 주장하는 게 본인 땅값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런 역공이 여론에 먹힌다고 판단했는지 여당 측은 이 주장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고, 실제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이나 중도층 중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동균 로드'라는 프레임은 친윤 어용언론의 대명사격인 조선일보가 제공해준 것이다. 야권이나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 대해선 온갖 아니면 말고식 침소봉대와 적대적 왜곡 보도를 일삼는 반면, 윤 정권에 불리하다 싶은 사안에 대해선 이게 과연 언론사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엄호사격에 혈안이 되곤 하는 이 신문은 지난 11일자 지면에 <前양평군수 아내, 예타 통과 직전에 종점 땅 샀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필자인 최훈민 기자는 지난 5월 건설노조 양회동 씨의 죽음과 관련해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이른바 '분신 방조' 기사를 썼던 그 기자다.

최 기자는 이번엔 정 전 군수에 대해 "현직 시절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막바지 단계에서 종점 인근(옥천면) 자택 앞 땅 3필지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 전 군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L'자에 가깝게 휘더라도 '강하IC를 만들되, 종점은 노선 원안대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 원안 종점 인근에는 자기 집과 땅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고속도로 종점 변경이 김건희 여사 땅값 상승을 위한 것'이란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정 전 군수의 종점 변경 반대는 자기 땅값 상승을 위한 것 아니냐는 논리도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안 종점인 양서면 증동리에서 정 전 군수의 자택이 위치한 옥천면 아신리 사이에는 매봉산 줄기가 있어 자동차로 20분 안팎이 걸린다. 조선일보가 기사 제목에 박은 '종점 땅'이라는 표현부터 어불성설인 것이다. 게다가 변경안 종점인 강상면 병산리에서 아신리 자택까지 차로 이동하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즉, 정 전 군수의 집은 종점 원안과 변경안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종점이 어디로 정해지든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정 전 군수는 "(양서면) 종점 부분에 JCT가 들어온다고 하면 특히나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하기 때문에 차로 30분 가야 한다"며 "바로 길이 없기 때문에 6번 국도로 나와서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 전 군수가 다른 곳도 아닌 집 앞 땅을 산 걸 투기처럼 의심하는 것도 황당한 대목이다. 2008년 이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서면으로 추진됐던 건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군수이던 시절부터이기도 하지만, 정 전 군수가 현직일 때 만약 땅값 상승을 노리려 했다면 실제로 종점 지척인 양서면 증동리나 국수리 쪽에 땅을 샀어야 말이 된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기자회견에 이강옥 씨가 참석해 땅 3필지를 정 전 군수에게 판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오마이TV 화면 갈무리

무엇보다 정 전 군수가 집 앞 땅을 사게 된 경위가 중요하다. 알고 보면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정 전 군수 집안은 그 일대 전형적인 시골 농촌 지역에서 400년 전부터 대대로 살았고, 그가 지난 2000년 현 자택을 구입해 거주한 것도 20년이 넘는다. 바로 근처 집에서 그의 선친과 살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50년이나 된다. 상속받은 땅이고 어떤 개발행위도 없었다.

그런데 자택 진입로가 남의 땅이자 맹지인데다, 해당 토지 소유자인 90대 노인이 이사를 이유로 땅을 매입해줄 것을 몇 년간 간청해서 고심 끝에 은행 대출을 받아 사게 됐다는 줄거리다. 만약 공터인 그 땅을 다른 사람이 사서 거기에 담이나 창고 등 구조물을 설치하면 그 땅을 밟지 않고는 집을 오갈 수 없기 때문에 당장 통행이 곤란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20여 년 살아온 맹지 주택의 진입로 확보가 부동산 투기냐"는 항변이다. 정 전 군수가 여러 자리에서 해왔던 해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진입로가 자기 땅이 아니라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 옆에 할머니가 살고 계셨는데 내 집을 가로막고 있던 3개 필지 사유지의 주인이다. 몇 년 전부터 이걸 구매해 달라고 그러는데 돈이 없어서 구매를 못 하다가 그 할머니가 '추워서 도저히 더 살 수가 없어 이사를 가야겠으니 이걸 아범이 꼭 매입했으면 좋겠다. 아범 말고는 살 사람이 없다'고 간곡히 권유했다. 그간 가깝게 지내고 편의를 봐주던 이웃이 떠난 뒤 만약 타지에 거주하는 다른 사람이 그 땅의 주인이 되면 통행에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은행 대출을 받아 집 앞마당을 사게 됐다."

할머니 측의 설명을 들으면 그간 경위가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 전 군수의 기자회견에는 할머니의 딸인 이강옥 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올해 93세인 할머니가 직접 참석하려다 기력이 좋지 않아 딸이 대신 나오게 됐다고 한다.

마이크 앞에 선 이강옥 씨는 "그냥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왔는데, 이렇게 큰 장소에 오니까 많이 떨린다"며 "저희는 94년도쯤에 그 양평 땅을 구입했고 어머니가 거기에 거주하셨다"고 입을 뗐다. 이어 "오랫동안 거주하시다가, 연세가 많이 드시고 농사짓는 땅 부분에 풀도 뽑아야 하고 해서 그 땅을 팔려고 했더니 거기가 맹지라서 사실 분은 바로 우리 뒷집에 사는 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모님(정 전 군수의 부인)이 거의 우리 어머님과 왔다 갔다 하셨고 음식도 갖다 주시고 그래서 사모님께 부탁을 했다"며 "그런데 사모님은 돈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어머니가 점점 건강도 안 좋아지시고, 풀이 막 나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나 여기 못 살겠다'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또 "집을 비워두면 망가지니까. 집이 오래돼서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다"며 "난방비도 많이 들고 춥고 이래서 어머니가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실은 제가 사모님한테 사정을 했다. 이 땅 좀 사 달라고. 그랬는데 처음부터 계속 '돈이 없다, 돈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결국은 계약을 하고도 잔금을 한참 뒤에 받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마지막으로 "저는 정치 뭐 이런 거 아무것도 모른다. 고속도로도. 오로지 그냥 진실만, 내가 했던 것만 이야기하려고 나왔다"며 "그거는 사실이다. 내가 사정해서 그 땅을 팔았고, 사모님은 어거지(억지)로 샀다. 그거는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김선교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2020.8.4. 연합뉴스

이 같은 자초지종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일개 군수의 집 앞마당 매입을 내세워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정동균 로드'라고 아우성을 치는 행태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떼쓰기인지 알 수 있다. 국민의힘과 어용언론들은 심지어 양평군에 김부겸 전 총리,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인, 장영달 전 의원이 소유한 부동산이 있다며 이를 막무가내로 엮어 '민주당 게이트'라고 끼워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김선교 전 의원도 정동균 전 군수와 마찬가지로 양평군 옥천면에 살고 있다는 점을 함께 거론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정 전 군수의 집과 지척인 옥천면 신복리에 단독주택과 창고, 토지를 갖고 있다. 여기서 변경안 종점인 강상면 병산리까지는 차로 15분 거리다. 그러면 '김선교 로드'가 되나?

양평군을 지역구로 뒀던 정병국 전 의원은 개군면에,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현 양평군수는 지평면에 각각 본인과 가족의 땅을 적지 않게 보유 중이다. 두 곳 다 강상면과 가깝다. 이런 식으로 본질을 비껴간 물타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는 얘기다. 김건희 씨 일가의 병산리 땅은 종점에서 불과 500m 안에 위치해 있고 코앞에 남양평IC가 존재한다. 애초에 다른 인물들 땅과는 지근거리라는 점부터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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