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들 “수신료 분리 징수는 국회 입법권 침해”
“시행령 개정 중단시켜달라” 헌재에 의견서 제출
통상 40일인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도 안 지켜
방통위, 5일 전체회의 열어 개정안 의결 예정
MBC 압수수색 이어 방송 장악 수순 ‘착착’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KBS TV 수신료를 분리 부과,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중단시켜달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언론, 시민단체 등의 분리 부과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5개 언론인 단체는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부과토록 하는 시행령 개정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4일 헌재에 제출했다.
단체들은 의견서에서 시행령 개정에 대해 “수신료에 대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징수 절차에 대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199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 적시한 수신료 징수의 근거 및 결정 권한에 대한 내용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분리 부과로 KBS 수입이 연간 약 35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KBS 1TV의 상업 광고 편성을 피할 수 없고, 지상파 등의 광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절차의 문제도 제기했다. 분리 징수 결정 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의견 수렴은 표본조사의 기초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며,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40일 이상)보다 짧은 10일로 설정하면서 법제처장과 협의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KBS도 지난달 2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을 중단시켜달라며 헌재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조치는 느닷없으며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대통령실은 3월 9일 국민제안 누리집에 ‘TV 수신료 징수방식 국민토론’을 올렸다. 게시 2주 전인 2월 24일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 출신인 정순신 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했다. 그러자 KBS가 정 전 원장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을 단독 보도했고 결국 정 전 원장은 낙마했다. 분리 징수가 ‘KBS 손보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 MBC, KBS 등 공영방송 장악 과정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빌미로 MBC를 옥죄던 정권은 5월 3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 수사를 명분으로 기자와 MBC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권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교체→방통위 장악→친 정권 MBC, KBS 경영진으로 물갈이’를 진행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방통위원장 임명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론조사꽃의 조사에 따르면 이 특보의 임명에 대해 국민 70.3%가 반대하고 있다.
수신료 분리 부과, 징수는 국민이나 KBS 모두에 편리하지도 이득이 되지도 않는다. 국민 입장에서는 기존에는 전기요금 고지서로 한 번에 납부했지만, 이제 고지서가 두 개가 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안내면 연체료도 내야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분리 징수가 아니라 분리 고지”라며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여전히 법에 규정돼 있다. 수신료 분리 고지 후 국민이 겪을 혼란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분리 징수 이후에는 KBS가 위탁 사업자를 지정해 징수와 추심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현행 제도보다 비용이 더 든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이 낸 수신료는 6933억 원인데, 분리 징수하면 수신료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내외에서는 분리 징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현직 언론인 모임인 새언론포럼은 27일 성명을 내고 분리 징수 중단과 공영방송 정상화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영국 BBC, 프랑스 텔레비전, 독일 ZDF 등 유럽 주요국 공영방송사들은 22일 분리 징수 추진에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고민정, 정의당 류호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22일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방통위는 5일 전체 회의를 열어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3일 위원들 간의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개정안을 5일 회의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간담회에서는 여야 위원 간 고성이 오갔으며,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회의 종료 후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