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무역적자 1~5월 118억 달러…작년 한해치 2배
5월 수출 23% 줄어 수출국 순위 2위→4위
전체 무역적자 기여도 12.8%에서 43.2%로 확대
정치·외교적 갈등 대만 미국 일본도 수출액 감소
"대중 수출경쟁력 회복하려면 핵심 분야 주력해야"
한국이 중국의 교역국 순위가 1년 새 2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9일 공개한 ‘대중국 수출부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액 규모는 중국의 교역국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2위에서 1년 만에 두 계단 밀려났다.
지난달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28.2억 달러로 작년 5월의 166.1억 달러 대비 23%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중국 수출액 상위국에서 작년 5월에는 대만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5월에는 대만, 미국, 호주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대중국 수출액 상위국 가운데 호주, 브라질, 러시아는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이 증가했으나, 정치 외교적 갈등을 보였던 한국, 대만, 미국, 일본은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면서 대중국 무역수지는 악화하고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수출은 정체된 반면 수입은 급증했고,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대중 수출이 본격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적자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 1∼5월 적자 규모는 118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5∼12월 52억 달러 적자의 두 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전체 무역적자에 대한 대중국 무역적자 기여도가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됐다. 전체 무역수지 적자에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의 기여도는 지난해 5~12월 12.8%에서 올해 1~5월에는 43.2%로 확대됐다.
한경연은 소수 품목에 편중된 한국의 수출구조와 수출경쟁력 약화가 적자 확대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중국 수출액에서 89%를 차지하고 있는 '중화학·전자·기계'는 최근 모든 세부 품목에서 부진한 수출 실적을 보였다. 지난 5월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제품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 감소했으며, 이러한 감소세는 철강(23%↓)·화공품(20%↓)·기계류 및 정밀기기(12%↓)에서도 나타났다.
한경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반도체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경쟁력 초격차를 확보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대비 기술 발전이 최대 8년 이상 늦은 상황"이라며 "현재는 무역수지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도체·이차전지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