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슘 우럭' 괜찮다는 원자력학회장…싸고도는 정부
식약처 기준으론 먹을 수도, 먹어서도 안 되는데…
부적절한 발언이라 말도 못하는 정부 관계자들
“비유적 표현” “오염수 방류 별개” 엉뚱한 답만
‘일본 대변하냐’ 비판에 “부당한 비난” 적반하장
한국원자력학회장이 ‘180배 세슘 우럭’을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가운데,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해당 발언에 대해 ‘비유적 설명’이라며 두둔하고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또다시 자신들을 ‘일본 대변인’이라 하지마라며 언론에 경고성 발언을 했다.
앞서 지난 26일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 폐수 관련 토론회에서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이걸 5리터(ℓ)나 10리터 정도 마셔야 엑스레이 한번 찍는 그 양이 되는 것”이라며 ALPS로 걸러진 핵 폐수는 마셔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본의 다핵종처리설비(ALPS)로 걸러진 핵 폐수가 안전하다고 한국 전문가가 한국 정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홍보한 셈이다.
특히 백 회장은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기준치 180배가 넘는 세슘 우럭이 잡힌 것과 관련, “설령 그걸 먹었다고 치더라도 0.01밀리시버트(mSv) 정도를 받게 된다”며 “우리가 그걸 먹을 리도 없지만 그런 우럭을 두 번 먹겠습니까 세 번 먹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핵 폐수가 안전하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 일본에서도 우려하는 기준치 초과 세슘 우럭을 먹어도 괜찮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식품등의 기준 및 규격’ 검체채취 기준에 따라 세슘의 검출 기준은 식품 1㎏당 100베크렐(㏃)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180배 세슘 우럭은 정부 기준에 따라 먹으면 안 된다. 하지만 180배 세슘 우럭 섭취 발언이 논란이 됐음에도,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하기보다는 백 회장의 발언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 폐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걸(우럭을) 드시라 마시라 하는 그런 맥락의 발언이 아니”라며 “(세슘이)180배 정도 초과를 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담겨 있는 방사선량이 핵종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어느 정도이고, 그것을 다른 것과 비교 설명을 하면 대충 이런 정도의 인체에 영향을 주는 피폭량이라고 비유적 설명을 한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1차장은 “정부에서 식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든지, 절대 그런 의미는 아니”라면서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적 설명을 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깔끔할 것 같다”고 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세슘이 검출된 우럭은 말씀드린 바로 앞에 80m 정도 되는 취수구 구조물 내에서 잡힌 것”이라며 “이 부분은 전문가들 의견을 보면 이미 2011년도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방사능 물질이 그냥 배출됐던 상황이었고 그런 것들이 지금 후쿠시마 원전 바로 앞에는 많이 축적돼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저희가 검토하고 있는 오염수 방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세슘 우럭은 오래 전에 원전 사고로 인해 피폭된 것이고, 일본이 ALPS로 처리한 핵 폐수와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 가운데 단 한 명도 세슘 우럭을 먹는 것이 국민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여러 차례 질문을 한 끝에 우영택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만 “세슘은 100㏃로 정하고 있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국내에 수입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기준의 180배를 넘었다고 했으니까 우리나라가 정한 먹는 음식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기준치를 초과했다면 먹지 않는 게 맞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한국 정부가 일본을 대변한다’는 언론의 비판에 대해, 되려 ‘경고성’ 발언을 하며 압박했다.
앞서 전날 박 1차장은 후쿠시마 일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핵 폐수 해양투기 결정 자체를 되돌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것에 대해 “신의성실 원칙상 맞지 않는 태도”라며 정부가 핵 폐수 해양 투기를 반대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오히려 언론에 경고한 것이다.
박 1차장은 “일부 언론 등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의 처분방식 결정 과정을 설명한 것을 두고 마치 일본 측을 대변한다는 등의 비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결정된 사항임을 말씀드린 것이지 일본 정부를 옹호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부당한 비난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