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윤석열 맹비난 전력에도…이동관, 곧 지명될 듯

국민·기자 다수 반대에도 29일쯤 방통위원장 발표

언론이 아들 학폭 문제 덮어줘 불씨 꺼졌다 판단

야권, 막판까지 임명 저지 안간힘…민주 총공세

"언론계 저승사자, 국민 눈귀 가리려 얄팍한 꼼수"

"한동훈, 인사 검증 실패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과거 이동관 "윤, 밥 먹듯 말 바꾸고 패거리 핵심"

2023-06-26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2018.3.7. 연합뉴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송통신위 입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29일쯤 장관급인 차기 방통위원장에 이 특보를 지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과 기자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막무가내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냈던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가 지난 23일 무리한 논리로 기각해줌으로써 '불확실성'을 제거해준 게 대통령실에는 결정적 도움이 됐다. 폭압적 면직 조치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준 재판부 덕분에 한 전 위원장의 업무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이 특보 지명을 더 미룰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이 특보의 아들 학교폭력 문제가 더 이상 걸림돌이 안 될 것이라는 낙관이 깔려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 대부분이 친윤 어용 논조를 유지하면서 학폭 이슈를 최대한 덮어주고 있는 만큼 불씨가 커질 걱정이 없고, 이미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학폭 문제는 굉장히 여론이 바뀌었다"(홍석준 의원) "또래끼리의 갈등 상황으로 끝났을 수도 있다"(김재원 최고위원) 식의 이 특보 엄호 발언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상황이다.

야권은 막판까지 임명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은 지난 22일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며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설계자로, 국정원까지 동원한 언론 장악 장본인인 이동관 특보는 공정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장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제1 야당은 지도부가 최후의 총공세에 나서는 한편 국회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 회의를 하고 있다. 2023.6.26.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을 강행할 태세"라며 현직 기자 80%가 반대한다는 한국기자협회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언론인들조차 하나같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MB정부 당시 언론장악 주역으로 언론 자유를 빼앗고 언론 위에 군림했던 과거에 대한 심판이고, 다시는 그런 퇴행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민도, 언론인도 반대하는 오기 인사, 이제 그만해야 한다"면서 "언론 장악은 물론이고 아들 학폭 은폐 의혹까지 있는 이동관 특보는 방통위원장은커녕 특보 자격조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뜻을 거스르지 말고 지금이라도 언론 장악이 아니라 민생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동관 특보 임명을 강행하려 하는가"라면서 "언론계 저승사자 이동관 씨를 거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임명하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와 실정을 덮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얄팍한 꼼수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순신 사태 당시 몰랐다는 황당무계한 변명을 대며 인사 검증 실패 책임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동관 특보의 경우는 이런 변명이 전혀 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순신은 몰랐다 치더라도 이동관은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면서 "방송통신위원장은커녕 다른 어떤 공직을 맡기에도 부적합한 인사인 이동관 특보를 내정한다면, 한동훈 장관이 인사검증 실패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관 특보가 지난 2019년 7월 14일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 특보는 지난 2019년 7월 14일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한 자리에서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밥 먹듯이 말 바꾸고, 패거리 문화 핵심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힐 수 있느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뇌물 사건' 개입을 부인하며 계속 거짓말을 했다고 쏘아붙인 것이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 발언을 들어 "윤 대통령은 얼마나 언론을 장악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 사람까지 방통위원장에 앉히려고 하는 거냐"며 "밥 먹듯이 말을 바꾸고 패거리 문화 핵심에 있는 이동관 특보가 자기 자신을 향해 한 말인 것 같아서 '끼리끼리' '유유상종' 아닌가 싶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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