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돈 벌 자유'와 건설노조에 대한 지독한 차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대란…의사 부족 심각 사태
정원은 안 늘리고 독점적 특권구조 유지에만 혈안
"세계서 가장 돈 많이 버는 한국 의사들이 더 욕심"
윤석열 정부는 의사협회 편들며 간호법도 거부해
'집단이기주의' 떠받들며 건설노조엔 이중잣대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의사 부족 때문에 상황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위급 상황이 발생한 어린아이나 노인 분들이 몇 시간이나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가 길거리에서 죽어간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하게 간단한 조처를 할 수 있는 병원만 찾을 수 있었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생명이었다.
또 소아과 병원과 의사가 부족해서 아이를 데리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먼 지역까지 이동해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사연도 볼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수도권에서 아주 먼 지역에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서 심지어 연봉 5억에서 최대치로는 10억을 제시해도 필수적 부문의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문제뿐만이 아니라 사적인 실손보험이 과대 발달해 있고, 행위별 수가제로 과잉진료가 만연하고, 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재의 한국 의료체계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들은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몸의 곳곳에서 고장 신호가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에게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가 없다.
얼마 전 방영한 MBC <PD수첩>의 '의대 블랙홀'과 <스트레이트>의 '소아과 대란' 등을 보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사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입시와 학벌 사다리에서 최고등급을 차지하고 있는 초엘리트는 의사들이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힘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훨씬 더 들어가기 어렵고 인기 있고 경쟁이 치열한 것이 의대 입시였다. 서울대 등을 다니다가도 재수를 해서 의대로 들어가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통계적으로 확인이 된다.
여기서 핵심은 물론 높은 사회적 지위와 막대한 연봉일 것이 분명하다.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 5000만 원에 가깝고 인기 부문의 경우에는 5억에 달한다. 의사의 수입과 연봉이 높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라니 놀랄 일이었다. 고령화 속에서 진료와 치료와 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데 의사는 부족하니 의사들의 연봉과 수입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공공의료는 취약하고 많은 것들이 시장경쟁에 맡겨져 있으니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가장 필수적이고 생명과 직결되는 부문들인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계속 줄고, 반면 가장 돈벌이가 잘 되고 연봉이 두 배는 더 높다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갈아타는 의사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생명과 안전은 크게 위협받고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생명과 공중조건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의사들은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직업적 지위와 이익만 대변하려고 하는 의사협회 등은 18년 동안 그대로인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것을 한사코 막아서고 있다. 의사가 늘어나 독점적인 특권구조가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한국 의사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환자 건강을 위협하는 파업과 폐과를 무기로 삼는다"라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의사협회는 얼마 전에 '간호사들이 의사의 영역을 침범할지 모른다'라며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간호법조차 막아서고 나섰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의료 보조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반대하며 집회하고 파업을 위협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윤석열 정부나 족벌언론들이 민주노총이나 건설노조에 그동안 대응한 모습을 여기에 대입해 보면 이제 '집단이기주의를 추구하는 의폭'이라고 비난하면서 기사들이 쏟아지고, 경찰과 검찰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로 탈탈 털면서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또 외국에서 싼 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들여와 문제를 해결하자는 조정훈 같은 정치인도 등장할만하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족벌언론은 의사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주장들을 '의료사회주의적' 주장이라고 낙인찍었고, 윤석열 정부는 의사들에게 공손하고 정중하기만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협회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고, 정부는 의사 정원을 몇 년 후에야 실제 필요한 규모의 10% 정도 늘린다는데, 그것도 의사협회의 '동의'(허락)를 받겠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심각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한국의 의료 공급체계는 계속 방치될 것이고 수많은 사람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의사는 검사, 판사 등과 함께 가장 시험성적과 '능력'이 뛰어난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어서 대접이 다른 것일까? 의사는 '못 배운' 건설노동자도 아니고, 의사들이 하는 일은 '하찮은' 가사나 돌봄노동도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
대선 후보 시절에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노동자들의 안전하고 인간답게 일할 자유는 짓밟으면서, 의사들의 '돈 벌 자유'는 별로 건드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유는 '풍유로운 생활을 하고 배운 게 많은 사람들'에게나 필요하다고 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