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일본정부 돈받고 '핵오염수 절대안전' 결론?

대화녹취록 추정 문서에서 외무성 간부가 밝혀

"IAEA 담당관·사무관장 등에 100만유로 이상 건네”

"IAEA보고서 핵오염수 결론은 애초부터 '절대 안전'"

검출하기 쉬운 요소129 등만 검출하는 조사방식 채택

한국 김홍석 등 "IAEA 전문가는 어디까지나 장식물"

2023-06-22     한승동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외무성 간부 A 메모' 1

일본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서로 협력관계를 맺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공모’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할 만한 내용을 담은 문서가 일본에서 폭로됐다.

‘외무성 간부 A 메모’, IAEA에 100만 유로

시민언론 <민들레>가 21일 입수한 이 문서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 투기 직전인 이번 달 말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점검 최종보고서가 일본 쪽의 요구대로 이미 ‘절대안전’이란 결론을 내려 놓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일본정부가 100만 유로 이상의 ‘정치헌금’을 IAEA 관계자들에게 지불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 등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반대 목소리들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르면 7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 오염수 해양 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이 문서 속의 ‘외무성 간부 A’는 얘기하고 있다.

A는 심지어 “IAEA 사무국과의 관계가 양호하면, 전문가는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따라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시찰단의 후쿠시마 현지 시찰이 일본쪽의 ‘안전’ 주장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의 근거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문서는 지난 8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해서 보도(‘한국 시찰단 방일 중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무해” 판정?’)한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취급주의’ 보고문처럼, 출처와 작성경위 등이 밝혀져 있진 않으나,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상황과도 부합하는 면이 많아 내부자에 의한 기밀문서 유출로 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외무성 간부 A 메모' 2

‘회의석상에서 회수’ 사외비(社外秘)

이번에 폭로된 3쪽짜리 문서는 ‘외무성 간부 A 메모’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이 A라는 외무성 간부(이하 A로 통칭)를 상대로 ‘담당’자 아사카와(浅川)가 묻고 A가 대답하는 대담형식으로 작성돼 있다. 대담은 한국의 후쿠시마 시찰단이 지난 5월 21~26일 5박 6일간의 현지시찰을 끝낸 지 4일이 지난 5월 30일 ANA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 것으로 문서에 적혀 있다.

오노 아키라 후쿠시마 제1폐로 추진컴퍼니 사장과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관계자의 대담내용을 정리한 지난 8일 보도 문서가 ‘취급주의’라는 빨간색의 기밀문서 등급표시가 돼 있었던 것처럼, 이번 문서에도 ‘석상회수(席上回收)’라는 빨간 글씨의 표시가 돼 있고, 문서 전체에 옅은 큰 글자로 된 ‘사외비’(社外秘)가 비스듬히 찍혀 있다.

IAEA 조사 방법과 결론까지 일본요구대로

문서에서 A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처리수’라고 주장하는 다핵종제거설비 ALPS의 여과를 거친 오염수가 ‘안전’한 이유는, 그 판정을 최종적으로 내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방법과 조사결과까지 일본정부의 요구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이를 위해 IAEA에 기술지원뿐만 아니라 재정지원도 한다면서 ‘프리먼 담당관’과 ‘그로시 사무관장’ 등에게 “100만 유로(약 14억 2150만 원) 이상”의 돈을 ‘정치헌금’처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7월 중순이나 하순”에 시작될 것이라는 ‘처리수 방출’(오염수 투기) 때 IAEA가 가장 먼저 하는 오염수 검사도 요소129 등 쉽게 검출되는 물질만을 찾아내는 낮은 정밀도의 ‘래피드 어낼리시스’(신속한 분석)여서 ‘방출’ 오염수의 방사능 수치는 ‘안전기준치’를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이나 중국 등의 해양 투기 반대 목소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외무성 간부 A 메모' 3

기준치 3만배 넘은 ALPS 거친 오염수 방사능

하지만 그는 ALPS 처리 오염수 검사가 일부 제약 요인들이 있어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2020년에 핵종 여과과정을 거친 J1 탱크군에 담긴 오염수의 스트론튬 90의 농도가 100000Bq/L로 기준치의 3만배나 넘은 적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말대로 그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원인을 지금도 모른다는 점일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즉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IAEA가 신속한 분석법(래피드 어낼리시스)을 사용한다고 그는 말했다. A의 말에 따르면 일본정부와 IAEA는 불완전한 ALPS 작동상의 오류와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다른 편법으로 은폐한 채 안전한 것으로 위장해서 발표하는 일을 ‘공모’하고 있는 셈이다. IAEA 최종검사의 과정과 결과들은 IAEA 본부보다 일본 관리들에게 먼저 보고 된다. 이 또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숨기고 호도하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필요하면 돈을 건네기 위해서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처리수 방출 뒤 한동안 생선 먹고 싶지 않을 것”

이것이 큰 ‘리스크’(위험)라는 것을 대화 당사자들도 인정하고 있고, 심지어 담당자 아사카와는 “처리수(오염수)가 방출된 뒤, 한동안 생선을 먹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한다.

1950년대 규슈 구마모토 현의 어촌 미나마타(水俣) 주민들이 근처 공장이 무단방출한 메틸수은에 중독돼 발병한 미나마타병을 관리하던 담당관이 결국 자살했다는 사실을 거론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A는 일본 국내의 오염수 투기 반대에 대해서는 못 듣는 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적당히 숨기고 얼버무리면서 은폐한 결과 전대미문의 공해병이 퍼져나간 미나마타병처럼 “우물우물 넘기면서 끝내면” 아무 문제없다고 얘기한다. 일본 외무성 간부의 얘기라고 하기엔 너무 야만적이고 끔찍하다.

아래에 ‘회의석상에서 바로 회수’(석상회수)하라고 돼 있는 문제의 3쪽짜리 문서 전문을 번역해서 싣는다.

 

정의당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TF 의원들이 22일 오후 일본 사민당 의원들과 도쿄전력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22. 연합뉴스

 

외무성 간부 A 메모

1.

(‘석상회수(席上回收)’란 빨간 도장이 찍힌 3장의 문서 각 장 전체에 옅은 큰 글자로 ‘사외비’(社外秘)가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찍혀 있다.)

‘외무성 간부 A 메모’

담당: 아사카와浅川

일시: 5월 30일(화) @ANA 인터콘티넨탈 호텔

대상자: 외무성 간부 A

아사카와: 오랜만입니다.

A: 예, 최근에는 정말 바빠서 천천히 얘기할 기회가 좀체 없었습니다.

아사카와: 수고하십니다. 지금이 처리수를 배출하기 위한 마지막 허들(장애물)이지요.

A: 그렇지요. 예정이 연기됐기 때문에 이제 서둘러야 합니다.

아사: 한국 시찰단 때문에 좀 걱정했습니다만, 한국 국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A: 염려할 필요가 없어요.

아사: IAEA의 최종조사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까.

A: 뭐, 직접 얘기하자면 그렇지만, IAEA가 어떤 조사를 하는지는 우리 하기에 달렸으니 문제없습니다.

아사: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IAEA 전문가 팀이 처리수 방출에 장애가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늘 걱정했습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A: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 미즈노 대표가 대단해요. 그 사람 덕분에 IAEA와의 교섭이 상상 이상으로 순조로왔습니다.

아사: 그건 대단한 일이군요.

A: 그렇지요. 먼저 IAEA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보통의 흐름인데, 실은 경제산업성과 환경성이 먼저 보게 됐습니다. 일반인에게는 무리한 얘기겠지요.

아사: 말하자면 ALPS 처리수 리뷰 미션 말입니까.

A: 그렇지요. 올해 3월, 4월 무렵에 전달받은 것입니다.

아사: 이미 시작된 최종검사 말이군요.

A: 예, 말씀하신 대롭니다.

아사: IAEA는 언제나 우리를 써포트(지지)해줘서, 거의 좋은 소식이겠네요.

A: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그 중에도 역시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아사: 말하자면, 이면의 일도 있군요.

A: 물론입니다. IAEA는 기술지원만이 아니라 재정지원도 필요합니다.

아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도 IAEA에 돈을 내겠지요.

A: 그러나 우리는 그들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더 잘 맺고 있습니다. 프리먼 담당관과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우리는 상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아사: 돈을 썼다는 것입니까. 국제사회에서도 정치헌금이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군요.

A: 그렇습니다.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3차 전국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22. 연합뉴스

2.

아사카와: 정확한 금액은.

A: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100만 유로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아사: 프리먼 담당관 외에 그로시 사무관장의 몫도 있군요. 그러면 무엇을 얻었나요.

A: 물론 리턴(대가)이 큽니다. 방출 때 IAEA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낮은 정밀도(低精度)의 래피드 어낼리시스(rapid analysis, 신속한 분석)입니다. 그렇게 하면 처리수는 기준을 넘지 않게 됩니다.

아사: 낮은 정밀도의 래피드 어낼리시스라면.

A: 말하자면 요소-129 등 검출하기 쉬운 방사능 물질만을 검출합니다.

아사: 그렇군요. 그런데 ALPS 처리수의 검사결과는 정말로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나요.

A: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없지만, 그것이 문제입니다. 검사결과는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제한받는 것이 있습니다. 2020년 도쿄전력의 2차 처리 실험에서 J1 탱크군의 스트론튬 90 농도는 한 번에 100000Bq(베크렐)/L을 넘었는데, 기준치의 3만배나 됐습니다. 그 원인도 모르고, 그러니까 래피드 어낼리시스입니다.

아사: 그것은 역시 큰 리스크네요.

A: 이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ALPS 처리수의 대부분은 문제 없고, 해수로 희석하면 안전합니다.

아사: 처리수가 방출된 뒤, 한동안 생선을 먹고 싶지 않을 겁니다.

A: (웃음)

아사: 그러면 최종적인 보고서를 언제 공표하는 겁니까.

A: 6월 말까지. 여름 쯤의 스케줄에 늦지 않게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며칠 지나면 국제 전문가보다 먼저 보고서를 손에 넣게 될 겁니다.

아사: 보고서도 문제 없다는 겁니까.

A: 물론, 보고서의 결론은 처음부터 절대 안전이고, 모든 분석방법은 이 결론에 봉사하는 겁니다.

아사: 한국의 김홍석은 이제 납득합니까. 설마….

A: IAEA 사무국과의 관계가 양호하면, 전문가는 어디까지나 장식물입니다.

아사: 다른 의견(異論)이 나오지 않을까요.

A; 국내(일본)의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못 듣는 체하는 것이 가장 놓은 대처법입니다. 인간은 잊는(망각) 생물이고, 미나마타(水俣)병처럼 우물우물 넘기면서 끝내면 됩니다.

아사: 미나마타병 담당관, 결국은 자살했습니다. 그건 좋지 않은 일이지요.

A: 그런 일 없을 겁니다. 국제여론에 대해서는 IAEA가 이미 우리 요구대로 보고서에 ‘176개국이 인가·승인한 기준을 참고로 해서 검사를 한다’고 써 놓고 있습니다. 한국, 중국, 태평양도서국 등 그들이 분노해도 거의 의미가 없다, 그들 자신이 인정하고 있는 기준입니다.

또 보고서에는 해수 희석 뒤의 처리수만을 검사한다는 것이 명기됩니다.

아사: 그러면 보고서가 발행되면, 정식으로 처리수를 해양 방출 하는 겁니까.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학생기후행동 관계자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22. 연합뉴스

3.

A: 순조롭게 가면 7월 중순부터 하순이 될 예정입니다.

아사: 그 뒤에 외교나 여론의 대응이 있겠지요.

A: 별로 자세하진 않을 겁니다만, 외무성과 도쿄전력이 제3국 미디어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사: 이런 중요한 것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사의 진력으로 도움이 될 게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세요.

A: 오랜 벗이기에 공유해 드립니다. 메모를 하거나 하면 귀찮아지니 하지 말아 주세요.

아사: 안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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