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오염수 백화(百禍)사전] ⑤ ALPS에는 OO가 없다

알프스는 도시바의 '상품'이자 '상품명'

'제거' 아닌 '처리' 시스템…교묘한 작명

2023-06-17     이승호 에디터

 

후쿠시마 원전 핵물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온갖 핵물질이 포함돼 있다. 어떤 물질은 생물학적 유전자 손상까지 가져온다. 백가지 화를 불러올 백화(百禍) 물질이 아닐 수 없다. 오염수 문제에 관한 한 ‘모르는게 약’일 수 없다. 오염수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알아야 대처할 힘이 나온다. [편집자주]

 

조아진 작 ‘조용한 가족’

“2019년 이후 (ALPS는)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다.” (6월 15일)

“2013년부터 작년까지 설비 부식, 전처리설비 필터 문제, 배기필터 문제 등 총 8건의 ALPS 고장 발생을 확인했다.” (6월 16일)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게 윤석열 정부의 수준이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를 내버려두나. (관련기사 <정부가 '가짜뉴스'…ALPS 정상이라더니 작년에도 고장>)

대부분 한국 언론은 알프스(ALPS) 관련 기사를 쓸 때 ‘다핵종제거설비’라는 말을 사용한다. 환경단체의 관련 성명서에도 ‘다핵종제거설비’라는 말이 곧잘 등장한다. 하지만 ‘다핵종제거설비’라는 말은 사실 대단히 잘못된 표현이다.

 

일본 부흥청의 ‘후쿠시마 업데이트’ 갈무리. 한국어 번역도 보여주고 있는데 ‘ALPS(다핵종 제거 설비)’라는 표현이 보인다.

알프스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듬해 10월 도시바가 개발한 설비다. 그러니까 알프스는 도시바의 ‘상품’이자 ‘상품명’이기도 한 셈이다. 이 ‘상품명’의 뜻은 뭘까. ALPS는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줄임말이다. ‘진화된 용수 처리 시스템’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번역을 어떻게 하든, 중요한 사실은 알프스는 ‘처리’하는 시스템이지 ‘제거’하는 설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시당초 ALPS에도 ‘제거’라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알프스가 다핵종‘제거’설비라고 주장한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알프스는 참 교묘하게 잘 지은 이름이다. ‘알프스 산맥의 청정 이미지’를 노리고 지은 이름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알프스산맥의 알프스는 ‘흰 산’이란 뜻이다. 핵오염수 ‘처리’ 설비 이름이 청정 소녀 하이디가 뛰놀고 있는 알프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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