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윤석열 정권의 노리개가 아닌 국가의 자산"
사회원로 '수신료 분리징수' 규탄 긴급 성명 발표
대통령실의 TV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지시성 권고’가 나온 지 1주일 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사회·언론계 원로 인사들이 “협잡으로 KBS를 길들일 생각 말고 정정당당하게 언론을 대하라. 대통령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한국사회 민주화운동과 개혁을 이끌었던 원로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BS의 생명줄인 수신료를 옥죄어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으로 길들이려는 야욕을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녕 박정희와 전두환의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규탄하고, “대통령의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 법의 심판대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고, 또 법보다 더 무서운 시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김상근 전 KBS 이사장, 김중배 전 MBC 사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함세웅 신부 등이 참가했다.
원로들이 기자회견을 가진 이날 방통위는 상임위원 간담회를 갖고 전체회의에 상정할 안건을 논의했다. 여당 추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대통령 몫 이상인 상임위원은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윤석년 KBS 이사 해임제청안, 김효재 직무대행 방통위 부위원장 호선 등의 안건의 14일 전체회의 상정 의견을 냈다. 야당 추천 김현 위원이 반대 의견을 폈으나 소수 의견으로 밀렸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KBS는 윤석열 정권의 노리개가 아닌 국가의 자산”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통해 KBS를 다시 권력과 자본의 노예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KBS 장악, ‘땡윤뉴스’ 부활의 쿠데타적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국민은 각성하고 지식인은 이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해 전국민적 저항과 새로운 창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과 참여자 명단이다.
<공영방송의 위기를 우려하는 사회각계 원로 긴급기자회견>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하라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검은 속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이 그동안 전기료와 합산되어 징수해오던 KBS 수신료를 분리하여 징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일사천리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돌입하고 있다.
우선 방송법에 근거해서 시행하고 있는 수신료 통합징수를, 시행령으로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2008년 수신료 통합징수를 허용한 방송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도 2015년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결합하여 징수할 경우 그 징수비용이 현격히 줄어들고, 수신료의 수납률도 높은 수치로 증가하여 공영방송 시행을 위한 경비 조달이라는 공익 달성에 큰 기여가 이루어진다.”며 통합징수의 적법을 인정했다. 그러함에도 법 개정을 통하지 않고 하위 시행령으로 법률과 헌법 판례를 뒤집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 과정 자체도 문제다.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한상혁 위원장을 해임하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 최민희를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고 있어 5명인 정원인 상임위원이 현재 3인 밖에 되지 않는 비정상 상태에 있다. 이러한 하자 있는 상태에서 중차대한 수신료 분리징수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무리한 일을 벌이는 이유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광고가 없는 공영방송 KBS의 생명줄인 수신료를 옥죄어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으로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즉 내년 총선에서 언론 환경을 집권 여당에 유리한 지형으로 인위적으로 변경시키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동아일보의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싣지 말라는 압력을 넣어 언론을 길들이려 한 박정희 말로는 어떠했는가. 군사작전하듯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하고 언론사를 통폐합한 뒤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쥐락펴락한 전두환은 어떻게 됐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정녕 박정희와 전두환의 길을 가려고 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심으로 권고한다. 수신료 분리 징수와 같은 협잡으로 KBS를 길들일 생각일랑은 접고, 정정당당하게 언론을 대하라. 시행령 꼼수로 당장은 목적을 이룬 것 같이 보이겠지만, 대통령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 법의 심판대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법률과 헌법을 준수하라.
법보다 더 무서운 국민의 심판, 역사의 심판은 어찌 감당할 셈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투쟁을 통해 쟁취되었듯이,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또한 수많은 언론인들과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 앞에 겸허하기를 진정으로 충고한다.
함세웅(신부, 전 평화방송 사장) 김상근(목사, 전 kbs 이사장) 김중배(전 문화방송 사장) 권영길(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부영(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신홍범(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 전위원장) 장임원(전 민교협 의장) 이명순(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 전위원장) 성한표(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전진우(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현이섭(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전영일(전 kbs 이사) 임진택(판소리 명창) 최정순(전 민청련 여성위원장) 조성우(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