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조성은…'독수리 5형제'의 방통위 점령 작전
'5형제' 맏이는 MB 정부 시절 언론 탄압 주역 이동관
이명박 청와대서 조성은·이동관·한동훈 한솥밥 인연
위원장 대행 김효재, 조선일보→언론특보→정무수석
상임위원 이상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KBS 이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독수리 5형제’의 ‘여의도 상륙 작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거의 마무리 단계다. 조만간 방송통신위원회를 완전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독수리 5형제’의 맏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탄압’의 주역이었던 이동관 씨다. 요즘 국회청문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씨는 ‘언론 탄압’ 말고도 아들의 ‘학폭 사건’ 때문에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공세를 받아내야 한다. 당시 학폭 피해자 진술서에는 “(이 씨의 아들이)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는 증언까지 기재돼 있는 마당이다. 이 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언론 관련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텁다는 말도 나온다.
이동관 씨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언론에 덜 노출됐지만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무처장에 임명한 조성은 씨도 빼놓을 수 없는 ‘5형제’ 가운데 하나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사흘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임명이다.
대구 출생인 조성은 처장은 주로 감사원에서 경력을 쌓았다. 감사원 혁신평가담당관실 감사관, 금융기금감사국 제1과장, 산업금융감사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감사교육원 원장으로 근무하던 중 방통위로 자리를 옮겼다.
조 처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1년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이력도 있다. 공교롭게 전임 최성호 사무처장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사무처장이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에서 ‘이명박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바뀐 셈이다. 최 전 처장은 방통위에서 창조기획담당관, 기획조정관, 이용자정책국장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조성은 처장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기 이동관 씨는 홍보수석, 한동훈 법부장관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었다는 사실이다. 세 사람은 청와대에서 한솥밥 먹던 인연이 있다. 이동관 씨는 이명박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홍보수석·언론특보를 역임하며 3년 5개월간 대언론 관련 업무를 맡아 ‘언론 탄압’의 한복판에 섰던 인물이다.
한동훈 장관은 현 정부의 ‘언론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의 예로 경찰의 MBC 임 아무개 기자 자택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압수수색을 들 수 있다. 표면상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이 압수수색 명목이었지만 야당과 언론계에서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 때문에 ‘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관 씨가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으면 언론·방송 장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조성은 처장은 손발이 되어 방통위 조직과 방송계를 압박하는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나오면 한동훈 장관은 밖에서 언론과 기자에 대한 ‘압수 수색’ 등의 칼을 들이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이-조-한으로 구성된 ‘환상의 삼각편대’다.
그런가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대통령 몫‘으로 이상인 변호사를 상임위원 자리에 앉혔다. 이상인 상임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09~2015년 KBS 이사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해 ‘방출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직무를 대리하고 있는 김효재 방통위원장 권한대행도 ‘대통령 몫’으로 추천된 상임위원 출신이다. 김 대행은 조선일보를 거쳐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언론특별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이명박 당선 뒤 2008년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성북구(을) 선거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11년 정무수석비서관에 임명됐지만 이듬해 2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옷을 벗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 구도는 여권 2명(이상인·김효재)과 야권 1명(김현)으로 재편돼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30일 퇴임한 안형환 전 상임위원 자리(야권 추천 몫)는 공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후임으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두 달이 훨씬 넘도록 재가하지 않고 있다.
이-조-한 삼각편대에 이상인·김효재까지 보태면 모두 5명이다. 이 5명은 ‘독수리 5형제’라 할 만하다. ‘독수리 5형제’는 광폭한 날갯짓 비행으로 대한민국 언론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다.
방통위 경험 전무한 조성은 임명…‘방통위 내부 승진’ 관례 무시
방통위 사무처장은 1급 고위 공무원이다. 2016년 조직 개편을 통해 방통위 사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권한이 막강한 자리다. 그동안 사무처장 자리는 관례상 내부 승진으로 충원해 왔다. 처장직은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 자리로 알려져 있다.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내부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조 처장은 방송 분야 경험이 전무하다. 이에 대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인사라는 비판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5개 국을 통할하는 자리고 대통령, 여야 추천 몫으로 들어온 상임위원들이 회의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라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도 "2008년 출범한 방통위 역사상 외부인 사무처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사무처장직이 그만큼 내부 결속력과 전문성을 요한다는 뜻”이라고 성토했다.
조성은이 방통위로 간 까닭은?
감사원 고위직 간부로 근무하던 사람을 난데없이 사무처장으로 임명한 것은 더 이상하다. 배경이 뭘까.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방통위 감사를 하고 있다. 전례 없는 장기 감사다.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이 의혹 제기를 받아 수사와 기소로 호응했다. 그 결과가 한상혁 위원장 면직이다.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관련 검찰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감사원에 근무하던 ‘감사 전문가’ 조성은 씨를 사무처장으로 발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방통위 직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의 감사와 무관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 처장 임명 이후 방통위원장 직속 감사팀의 확대 개편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감사원 출신 인사들이 방통위로 넘어올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언론계와 야당 “걱정이 태산이다”
여러 이유로 언론계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언론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체 방송판을 윤석열 정권의 친위대로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이동관 체제의) 방통위는 한국의 공영언론 현장을 피비린내 나는 살육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규탄했다.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의 언론 장악을 위한 폭력이 갈수록 가관”이라며 “사무처장은 통상 방통위 내부 인사가 전문성을 갖고 하는 직책이지만 낙하산으로 꽂았다”고 규탄했다. 그는 “때리고, 보내버리고, 가해자와 연관된 사람을 앉히는 건 명백한 폭력”이라며 “방통위부터 폭력으로 길들이고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폭거”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조성은 처장 임명에 대해 “방송, 통신 전문성이 없는 엉뚱한 낙하산 인사”라며 “MB 정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호흡을 맞췄던 감사원 출신을 사무처장으로 보냈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