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던 산업활동 석 달 만에 다시 곤두박질

통계청 발표, 4월 산업생산 1.4%↓·소비 2.3%↓

정부 코로나 치료제 구입 줄어 공공행정 12.4%↓

반도체 출하량 감소로 제조업 재고율 역대 최고

정부 "경기 흐름 예측 어려워 회복 시점 불확실"

2023-05-31     유상규 에디터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였던 산업생산이 석 달을 못 버티고 다시 곤두박질쳤다. 제조업 출하가 줄어들면서 재고율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산업 생산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 동향을 나타내는 전산업 생산 지수는 지난해 2월(-1.5%) 이후로 14개월 만에 가장 크게 내려갔다.

올들어 전산업 생산 지수는 1월 0.0%에서 2월 1.0%, 3월 1.2% 등 연속 상승하면서 제조업 생산활동이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석 달 만에 다시 제법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공공행정 부문이 12.4% 감소하면서 전산업 생산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1년 2월(-15.3%) 이후 12년여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공공행정 지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분류되면서 정부가 치료제 구입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제공 2023년 4월 산업활동동향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줄었다. 부문별로는 광업 –8.9%, 제조업 –1.2%, 전기‧가스업 –0.5% 등 전체가 감소했다.

이중 제조업 생산 감소가 전반적인 생산 위축의 원인이 됐다. 지난 3월에 35.1% 큰 폭 증가세를 보였던 반도체 생산은 0.5% 증가에 그쳤다. 기계장비와 의약품이 각각 6.9%, 8.0% 감소했다.

반도체, 전자부품 등의 제조업 출하가 줄면서 재고율(출하량 대비 재고량)은 3월 117.2%에서 4월 130.4%로 13.2%p나 상승했다. 재고율 130.4%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5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반도체 부문에서 출하가 20.3% 감소하고 재고는 31.5%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운수·창고를 중심으로 0.3% 줄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5.2(2020년=100)로 전월보다 2.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폭 감소다. 지난 2월(5.1%) 깜짝 강세를 보였던 소매 판매 증가세가 지난달(0.1%) 둔화했다가 감소세로 돌아선 흐름이다.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1.2%), 통신기기 및 컴퓨터·승용차 등 내구재(-1.7%) 등에서도 판매가 줄었다.

설비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늘면서 전월보다 0.9% 증가했다.

건설기성(불변)은 토목(-2.4%)에서 공사 실적이 줄었으나, 건축(2.4%)에서 실적이 늘면서 전월보다 1.2% 늘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p 상승한 99.9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p 떨어진 98.0으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회복 시점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동향 발표 자리에서 "최근 경기 흐름 예측이 어렵다"면서 "전반적으로 전기·전자(IT),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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