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신문 조선일보의 '혐오 보도 1등'

〈조선일보〉 혐오와 저주 보도 ①

노조·시민단체·야당 향해 연일 혐오·적대 쏟아내

‘건폭’‘분신방조’‘北지령’‘술판’‘지린내’‘톱으로 썰고 싶다’

비판 아닌 선전·선동···정적 제거하려는 정치집단의 모습

낙인찍고 악마화해···“아이들 볼까 걱정”“정신 황폐화시켜”

2023-05-29     김성재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혐오표현 (hate speech)이란 어떤 집단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을 말이나 글, 상징 등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2020, 국가인권위원회 발간 <인권교육 기본용어>)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 공론의 장을 조성하고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언론이 대중을 향해 쓰는 표현이 혐오·적대감·경멸·차별·비아냥의 말이어서는 안 된다. 신랄한 비판을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조선일보 보도에는 혐오의 말이 가득하다. 그 대상은 주로 노조, 시민단체, 야당이다. 이 신문은 전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 존재하는, 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공론의 주체들을 향해 매일 비판이 아닌 혐오·적대·경멸·조롱의 단어를 쏟아내고 있다.

조선일보의 혐오조장 보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심해졌다. 조선일보가 5월 한 달 간 보도한 노조·시민단체·야당에 대한 혐오조장 기사와 칼럼을 추려보면 대략 30건에 이른다. 신문 미발행일을 빼면 이런 혐오 조장 기사와 칼럼은 거의 매일 한 건 이상 게재된 셈이다.

게다가 이런 보도는 1면 톱이나 주요면 톱, 사설과 칼럼으로 비중 있게 취급됐다. 기사나 칼럼의 제목에 등장하는 혐오표현의 수위도 그악스러워졌다. 노조·시민단체·야당에 대한 혐오감 조장은 ‘빨갱이’나 ‘부도덕 집단’이란 낙인찍기로 이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혐오와 낙인찍기를 여론시장에서 주요 의제(아젠다)로 끌어올려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

조선일보가 가장 극렬히 혐오를 조장하며 공격하는 대상은 민주노총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탄압 방침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건설노조를 ‘건폭’이라 부르고 ‘임기내 노조 불법행위 완전근절’을 강조하자 조선일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대적인 ‘건폭몰이’ 공격을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국무회의 다음날인 22일 1면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3면에서 정부가 발표한 ‘노조 불법행위 실태조사’를 전면에 소개했다. 이어 “월례비 뒷돈 243억 갈취한 노조, 무법천지 건설현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정부가 노조에 대한 강경탄압 목소리를 높이면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 기사를 생산해내고, 다시 정부·여당은 노조 탄압 필요성을 역설하는 식이다. 권언 유착을 넘어 ‘권언 동일체’로 진화하고 있다.

‘갈취’ ‘무법천지’ 등으로 시작한 조선일보의 ‘건폭몰이’ 기사 중 5월 한 달 간의 보도만 들여다 보자. ‘민노총 114차례 방북’,‘북 지령문 받아’ 등을 제목에 달아 민주노총을 ‘북한의 간첩조직’으로 몰아갔다. 윤 정부의 검찰과 국정원이 발표하는 시대착오적인 ‘간첩몰이’를 그대로 받아쓰고 ‘빨갱이’ 낙인찍기 공격을 한 것이다. 민주노총을 ‘일자리를 빼앗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집단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민노총, 20년간 114차례 방북, 이석기는 가석방 중에 다녀와”(5.3, 6면)

 “외국인 노동권 보장 외치더니···일자리 뺏는 민노총”(5.6, 10면), 

"북한이 ‘본사’, 민노총은 ‘영업1부’···북 지령문 90건 받아”(5.11, 10면)

 

 

5월 1일 노동절에 건설노조 소속 양회동 3지대장이 분신자살을 기도하자 이를 ‘분신 방조’ ‘유서 대필’ 조작 기사를 통해 민주노총에게 최악의 혐오감을 덮어씌웠다. ‘누군가의 죽음마저 투쟁의 불씨로 삼으려는 패륜집단’으로 민주노총을 악마화하고 또 한 번 낙인찍은 것이다.

한국 언론의 가짜뉴스 역사에 길이 남을 조선일보의 ‘분신 방조’ ‘유서대필’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커녕 노동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혐오조장은 계속됐다. ‘술판’ ‘노숙’ ‘방뇨’ ‘술냄새’ ‘지린내’ 등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이런 온갖 ‘더러운’ 표현으로 마치 민주노총의 몸에서 술냄새와 오물냄새가 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열사정신 외치더니 밤새 술판” 제목은 민주노총에 ‘위선’과 ‘이중성’을 덧칠하기 위한 표현이다. 조선일보에게는 보름 전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였던 노동자가 왜 유서를 남기고, 그것도 ‘언론을 향해’ 유서를 남기고 몸을 불살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시위 현장의 노동자에게서 나는 ‘술냄새’가 못마땅할 뿐이다. 노동자는 ‘특별히’ 언론에게 보낸 유서에 ‘노조탄압을 중단시켜 달라’고 쓰고 목숨을 버렸지만, 조선일보는 오히려 그 죽음마저 조작해 노조탄압의 빌미로 삼으려 했다.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5.17, 10면),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5.18, 월간조선)

“민노총, 서울 도심 막고 ‘술판’ 노숙집회”(5.17, 10면)

“술판·노숙·방뇨...이런 시위 보호해준 정부”(5.18. 1면)

“열사정신 계승 외치더니 밤새 술판...출근길 술냄새·지린내 진동”(5.18, 10면)

‘톱으로 썰고 싶다’ ‘노조에게 당한 일’ 등 무슨 잔혹극에나 나올 것 같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민주노총을 혐오와 부도덕, 패륜의 대상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톱으로 썰고 싶다…민노총 맞선 연대생에 쏟아진 악플”(5.24, 10면)

“‘집회 소음 막아달라’던 학생들이 노조, 학교, 경찰에 당한 일”(5.25, 사설)

시민단체도 조선일보 혐오의 타깃이 됐다. ‘돈 달라’ ‘밥벌이 수단’ ‘민주세력의 탈을 쓰고’ ‘좌파’ ‘간첩단’ ‘색깔’ ‘악마화’ 등 광화문 태극기부대 시위나 극우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선정적, 혐오적 표현들이 넘쳐났다. 시민단체를 ‘돈만 챙겨가는 위선적인 단체’ ‘간첩단과 연루된 빨갱이 단체’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단어들이다.

“내편은 미화, 상대편은 악마화…문화로 가장한 이념전쟁”(5.9, 3면)

“좌편향 논란 뉴스제휴평가위…새 추천단체 3곳도 좌파”(5.13, 2면)

“판결금 중 5126만원 달라 내용증명 보냈다/강제징용 피해자 돕는다던 단체..”(5.24, 1면)

“간첩단, 민노총 이어 진보당, 전교조까지 확산”(5.24, 1면)

“문재인 다큐에 1억 지원…전주영화제 ‘이게 우리 색깔’”(5.24. 2면)

“위안부 지원금 챙기고, 위원회 요직 차지...비즈니스가 된 과거사”(5.24, 3면)

‘북 지도부 진출 지령 뒤···진보당 대표·전교조 간부 당선“(5.24, 4면)

“징용배상금 20% 떼달라, ‘과거사 브로커’ 이들뿐인가”(5.24, 사설)

“외교부가 피해자 방문 땐 ‘행패’라더니···‘돈 달라’ 찾아간 시민단체”(5.26, 8면 기자수첩)

“‘민주세력’ 탈 쓰고 과거사와 참사를 밥벌이 수단 삼다니”(5.27, 사설)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혐오도 빠뜨릴 수 없다. 여당과 기득권 집단을 열렬히 지지하는 대표적인 '친윤 매체'이자 '기득권 편향신문'인 조선일보가 야당을 얼마든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보도는 비판이어야지 혐오나 악의적 왜곡, 조롱이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는 이는 민주당에 대해 “현재 민주당이 모시는 족보는 가짜 족보” “파렴치한 죄목으로 매주 법정으로 출근하다시피하는 야당지도자” “진짜 막가는 정당”이라고 비아냥대는 칼럼을 쓴다. 사설에서는 “민주당에 남은 건 오로지 사익과 정략, 정쟁뿐”이라고 또 비아냥이다. 그동안 여당인 국민의힘당의 숱한 부도덕, 파렴치, 사익추구, 국회 장악과 폭력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한 적도, 조롱한 적도 없는 신문이다.

“민주당에 ‘상식’과 ‘신뢰’가 동행하던 옛날 이야기”(5.6, 강천석 칼럼)

“논란-출탈당-복당···민주당 ‘잔기술의 역사’”(5.15. 4면)

“김남국까지 9명째 탈당 연극, 이런 파렴치 정당이”(5.15, 사설)

“국회 장악 민주당에 남은 건 오로지 사익과 정략, 정쟁뿐”(5.16, 사설)

“‘사고 나 죽어라’ 욕설 들은 야 청년 정치인”(5.17, 사설)

“김정은에 충성 맹세한 진보당 전 대표”(5.25, 5면)

언론이 혐오와 적대적 표현을 동원해 우리 사회의 특정 집단을 공격하고, 낙인찍고, 악마화한다면 그것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벗어난 선전·선동일 뿐이다. 민주주의와 대척점에 있는 파시즘과 나치즘의 언론이 바로 선전·선동 매체였다. 일본 군국주의는 조선인을, 독일 나치즘은 유태인을 혐오·멸시·차별하는 말을 미디어를 통해 퍼뜨려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내고 몰락한 역사가 아직 100년도 지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특정 집단·단체나 개인에게 혐오를 덧씌운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악의적 보도를 쏟아내고 왜곡·조작으로 혐오를 극대화한 뒤 마침내 낙인찍기로 그 대상을 정치적·물리적인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도 여럿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온갖 악의적 공격, 혐오조장, 조롱과 비아냥은 입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많았고 저열했다.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조롱, 윤미향 의원에 대한 악의적 왜곡도 시간이 지나 진실이 밝혀졌다.

조선일보의 주요 기사나 사설 중에는 혐오표현, 저주에 가까운 표현, 조롱과 비아냥거림 등이 ‘차마 아이들이 볼까 걱정될 정도’로 심한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표현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도 문제지만, 그 대상을 향해 퍼붓는 지독한 저주와 악마화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정적(政敵)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극단의 정치적 의도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혐오와 저주를 쏟아낼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조와 시민단체, 야당은 반드시 굴복시키고 거꾸러뜨려야 할 정적이 아니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명색이 정치집단이 아니라 ‘언론’이다.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강령을 갖고 있는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버젓이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는 언론사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얼마 전 KBS에 출연해 “(조선일보 등이) 독재정부의 청부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언론이라는 나무의 뿌리에 큰 종기가 되어 자라고 있어 우리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악성 종양처럼 혐오와 저주를 퍼뜨리는 언론이 공론의 장을 비이성·몰이성으로 몰고 가고 결국은 국민이 언론을 불신, 아니 회피하기까지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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