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우크라 지원 …포탄 제공도 가시화

구호품, 대규모 특혜대출, 비살상‧살상 무기 '종합세트'

WSJ "한국, 포탄 이송…미국 우크라에 보낼 준비 마쳐"

러시아 "적대행위" 누차 경고…한‧러 관계 파국 불가피

조태용,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에 "전황 보고 추후 검토"

2023-05-25     이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포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동안 윤 정부는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인도적‧재정적 지원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살상무기 지원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본격적인 지원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자 기사에서 "한국은 비밀 협약에 따라 포탄 수십만 발을 미국으로 이송 중이며, 미국은 이것을 차례로 우크라이나로 보낼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 윤 정부는 구호 물품 등 인도적 지원과 초특혜 대규모 재정 지원, 지뢰제거 장비와 긴급후송 차량 등 비살상무기에 이어 이번엔 살상무기까지 '우크라이나 종합세트'라고 할만한 전폭적 지원에 나서는 셈이다.

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거센 반발을 불러 한‧러 관계의 파국을 예고한다.

 

미국 기밀문서 중 '한국 155㎜ 포탄 운송 시각표'(ROK 155 Delivery Timeline). 155㎜ 포탄을 싣고 경남 진해에서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출발하는 선박 출항 직전 육군 탄약지원사령관이 진해 탄약부두를 방문한 것이 확인됐다. 2023.4.20. 김성진 기자

WSJ "한국, 포탄 이송…미국 우크라에 보낼 준비 마쳐"

윤 정부는 지난달 '조건부 무기 지원' 방침을 정했다.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4월 19일)를 통해서였다. 윤 대통령은 조건으로 러시아군의 △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 대량 학살 △ 전쟁법의 심각한 위반 등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거론했다.

같은 달 25일 NBC방송 인터뷰에선 "최전선의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뒤인 4월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선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국제규범과 국제법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살상무기 지원 쪽에 점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바흐무트 전투를 비롯해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전황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는 판단을 윤 정부가 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하며 깃발을 들어올리는 러시아 바그너그룹 용병들. [타스 연합뉴스자료사진]

러시아 "적대행위" 누차 경고…한‧러 관계 파국 불가피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7일 모스크바 발다이 국제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탄약을 제공한다면 러·한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전쟁에 대한 특정 단계의 개입"이라고 말했고, 다음날엔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전달은 공개적 반러시아 적대행위"라고 경고했다.

탄약 공급에 관한 한국의 입장이 바뀐 시점은 4월 26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공약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 발표된 직후였다고 WSJ는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국방부가 어떤 방식으로 포탄을 옮기는지, 이송 작업을 언제 마치는지 등에 대한 언급은 거부했지만 한국 정부와 포탄 구매에 관해 협의해왔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전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오후 국회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24  연합뉴스

조태용,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에 "전황 보고 추후 검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풍산 그룹이 포탄을 생산해 계약을 맺어서 지원하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은 한미 간 협의는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은 없다. 폴란드에 우회 지원도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장 김병주 의원의 질의엔 "다만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당했다. 전황을 보고 그다음에 달라지는 상황을 (…) 저희가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해 전황에 따라 포탄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WSJ 보도에 대해 "미 국방부와 우리 업체 간에 어떤 탄약 수출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면서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인도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4월 8일 보도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는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 비서관이 교전 지역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의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우회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고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안에는 또한 이들 두 사람이 미국의 요청에 응한다면 포탄 제공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한 '거래'로 비칠까 봐 더 우려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 등이 20일 국회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송갑석, 이원욱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민주당 정성호, 김병주 의원. 2023.4.20. 연합뉴스

구호품, 대규모 특혜대출, 비살상‧살상 무기 '종합세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이것 뿐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히로시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지뢰제거 장비와 긴급후송차량 등 비살상 무기 제공을 약속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총 3차례에 걸쳐 식량류(전투식량 등), 일반물자류(피복·방탄복·천막 등), 장비류(방독면·정화통 등), 의무장비(개인용 응급처치키트·항생제 등) 등 48억여 원의 군수품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퍼주기'의 정점은 대규모 초특혜 대출 건이다.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싣고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최대 8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를 연이율 0.15%, 10년 거치 40년 상환이란 "극히 유리한 조건으로 유치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닷새 뒤 돌연 '최대 80억 달러'란 수치를 삭제했다.

윤 정부는 닷새가 지나도록 우크라이나 측 발표에 '함구'로 일관하다가 24일에야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보도가 나온 직후 해명을 요구했고 우크라이나 측에서 관련 내용을 즉각 삭제했다"며 "EDCF에 관해 지금 협의하고 있고 공여 협정에 가서명했지만, 어느 정도 규모인지 이런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한동안 의혹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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