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건설노동자 "노예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건설노조, 30도 무더위 속 1박 2일 상경 투쟁

"윤석열은 살인자…양회동은 폭력의 결과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하고 윤석열 퇴진하라"

야간행진, 노숙 농성…17일 민노총 결의대회

2023-05-16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6. 연합뉴스

30도 무더위 속에 달궈진 약 1㎞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 노동자 3만여 명이 줄을 지어 앉았다. 동료의 '분신'에 분노한 건설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권의 폭압적인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16일 오후 2시부터 세종대로 일부 구간에서 '건설노조 탄압 중단!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고(故) 양회동 열사의 분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부터 1박 2일로 열리는 결의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실제 상경한 노동자는 이보다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자들은 광화문역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숭례문까지 약 1㎞ 구간에 빼곡하게 앉았다. 무대는 서울시청 앞 광장 맞은 편에 설치됐다.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건설노조 탄압 분쇄하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머리엔 '열사정신 계승'이 적힌 검정색 머리띠를 두른 뒤, "열사정신 계승하여 건설노조 사수하자" "건설노조 정당하다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책임자를 처벌하고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 "건설노조 정당하다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를 외쳤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온 나라가 재앙이 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만큼 빠른 속도로 국가는 총체적 위기 속에 빠져들고 있다"며 "건설현장도 온갖 불법이 판치고 오직 건설자본의 이익을 위한 현장으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15차례 압수수색, 16명의 구속, 1000여 명이 넘는 소환자 등 노동자를 지지율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건설자본의 민원 해결사' '자본의 영업사원' 윤석열 정부의 극악무도한 탄압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이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6. 연합뉴스

장 위원장은 "지금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은 인간 존엄을 파괴하려는 자들과 맞서는 싸움이다. 인류 역사상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투쟁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면서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은 새로운 역사를 앞장서서 개척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동지의 육신은 산화했지만 열사의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우리 민중의 심장에 남았다"며, "양회동 동지의 불씨가 7만 양회동의 횃불이 되자" "건설 자본과 윤석열을 양회동 열사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리자"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고 했다.

"윤석열, 노동자 아닌 노예되라…돌아갈 수 없어"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노동 현장이 퇴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더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노동자들이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우리의 투쟁으로 건설현장을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조금이나마 고용이 보장되게 조금이나마 사람이 살 수 있는 현장으로 바꾸었다"며 "그런데 윤 정권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정권은) 임금 떼여도 닥치고 일하고, 떨어져 죽어도 모른 체하고 일하고, 주는대로 받고 시키는대로 일하고 노예같은 삶으로 돌아가라 한다"며 "양 열사는 자랑스런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알기 때문에, 그것이 자존심이고 자부심이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6. 연합뉴스

양 위원장은 "윤 정권 이야기대로 건설노조 때문에 분양가 올랐는가. 건설 노동자 때문에 집값이 올랐는가. (집값 폭등은) 다단계 하도급으로 폭리를 취하는 건설자본과 전세사기로 수십 채, 수백 채 씩 집을 갖고 호위호식하는 자들 때문"이라며 "그들을 벌하고 그들을 탄압하는 것이 진정한 법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동자의 법치, 민중의 법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양 열사가 염원한 건설노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 건설 노동자들을 폭력배, 파렴치범으로 내몰았던 원희룡을 양회동 열사 앞에 무릎을 꿇리고, 사냥개처럼 경찰을 풀어 노동자 탄압한 윤희근을 사퇴시키자"고 했다.

송찬흡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장도 "저는 덤프(트럭 기사) 출신이다. 20년 넘게 했다. '빠꾸'(back, 후진)하다 잘못하면 차가 뒤집어진다. 가장이 파탄난다"며 "이 정부를 '빠꾸'하고 후퇴한다고 한다. 1년이 10년 같다고 한다. 4년 남았다. 40년처럼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윤 정부는 또다시 옛날 '노가다' 시대로 돌아가라고 한다"며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과 자본들은 건설 노동자가 필요한 게 아니고 건 노예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거 같다. 어떠한 탄압에도 노동자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 주자"며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서 폐기물 처리하자"고 했다.

"윤석열은 살인자…양회동, 국가폭력의 결과물"

양 열사의 분신에 대한 책임 추궁도 이어졌다. 이양섭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은 "양 열사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은 단결하고 행동하고 교섭하고 노동3법에 따른 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었다"며 "법을 공부했다는 대통령은, 건폭이니 깡패니 하며 자존심밖에 남지 않은 우리 한 동지를 죽게 만들었다. 윤석열은 살인자다"라고 했다.

김창년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장도 "윤석열 정권은 우리의 너무도 성스러운 생존권, 노동을 협박과 공갈치기로 둔갑시키고, 마녀사냥처럼 온갖 공안, 관제 언론을 동원해 우리를 모욕하고, 수모를 주고, 결국 죽음으로 (양 열사를) 화형을 시켰다"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건설 노동자들을 욕보였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 진보당 강성희 의원. 2023.5.16. 연합뉴스

야당 인사들도 윤 대통령을 맹비판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양 열사의 죽음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행한 국가폭력의 결과물"이라며 "윤 정부는 (경찰에) 대규모 특진을 내세우며 강압적 수사를 펼쳤다. 그 결과가 바로 양 지대장의 죽음이었다. 이게 법치인가"라고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와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며 "과잉한 수사에 대한 대응 TF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이런 수사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국회 계류 중인 건설안전법을 포함해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각종 법안을 차례차례 통과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대통령이 건설노조를 폭력 집단으로 매도하고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노조 사냥에 나선 것이 양 열사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항거한 이유다. 윤 정권의 살인이다"라며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피해가 3만 명이 넘는다. 이중 사망자가 402명이다. 위험천만한 건설현장에서 목숨걸고 일하는 공갈범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했다.

강 의원은 "양 열사가 항거해 장례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도 경찰은 노조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경찰청장을 끌어내리지 않고서는 열사를 보내드릴 수 없다"며 "야 4당은 양 열사 사망 사건의 책임자 처벌, 건설노조 탄압 저지를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을 이자리에서 결의하고 있다. 양 열사의 유지를 받들고 명예를 회복하고 윤 정권을 끝장내는 싸움에 가장 앞에서 싸우겠다"고 외쳤다.

"윤석열 정권과 하수인은 당장 유족에게 사과하라"

건설노조는 약 2시간 45분간 이뤄진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치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양회동 열사 유족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사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해산 △윤석열 퇴진 등을 요구했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6. 연합뉴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저녁 '4개 종교 추모기도회',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 촛불문화제' 등의 행사를 마친 뒤, 2000여 명만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역 방면으로 행진을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신고한 야간행진을 금지 통고했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이 2000명 이하 참가 등을 조건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함에 따라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용산구 전쟁기념관으로 행진할 수 있게 됐다.

노동자들은 서울 도심에서 야간행진과 노숙 농성 등을 한 뒤, 17일까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쟁 방법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건설노조는 17일 오후에는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양 열사가 분신해 숨진 지 보름째인 이날, 빈소가 마련된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는 김중배 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 신학철 백기완재단 이사장, 명진 스님 등 3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각계 원로 170여 명이 서명한 회견을 발표했다. 이들은 "양씨의 죽음에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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