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인사들 "윤, 명백한 허위사실로 여론 호도"
윤석열 "과거 정부 비정상 정책이 전세 사기 토양"
사의재 "또 문재인 정부 탓…사실과 안 맞는 주장"
박근혜 정부 때 임대사업자 세 감면 정책이 주범
임대차 3법 시행 전 이미 공식 피해 규모 1조 원
"윤 정부, 매번 사고 터질 때마다 남 탓 책임 회피"
이재명 "이런 식이면 남은 4년 국정도 실패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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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악의 국정 난맥상과 관련해 성찰은커녕 또다시 전(前) 정부 탓을 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 특히 민생 주요 현안인 전세 사기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 책임으로 돌린 데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9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임대차 3법'이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을 촉발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최근 "5년간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고 했던 발언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는 <전세 사기도 문 정부 탓인가? 근거 없는 남 탓 중단하고, 민생을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라는 제목의 '팩트체크' 자료를 냈다. 사의재는 자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문재인 정부 탓을 했다"며 "사실과 맞지 않는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된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당시 임대사업자의 취득세와 양도세, 재산세, 종부세 등을 감면해주겠다며 2014년 10월과 2015년 1월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과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으로 다주택 보유에 대한 세부담이 줄어들자, 전세 사기를 설계한 주범들은 2015년과 2016년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등 빌라촌을 중심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한 갭투기를 통해 주택을 수백 채씩 매입했다는 게 사의재 측 설명이다.
이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취득한 주택의 임대차 계약이 2018년에 만료되기 시작하면서 전세 사기꾼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신고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본격적으로 접수되기 시작했고,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공식적인 피해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했다. 사의재는 "따라서 2020년 7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이 전세 사기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문재인 정부 탓을 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근거 없는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 세력으로서 이제는 남 탓을 중단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적기에,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과 청년에 대한 사기는 전형적인 약자에 대한 범죄'라고 언급한 것처럼, 주거 약자에 대한 주거 사다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재정 지원 방안을 모색해 청년과 서민들의 전세 피해 보증금을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사의재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 참모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이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 출범했으며,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을 바로잡는 한편 국정운영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초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박능후 전 장관이 상임대표,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조대엽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운영위원장은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다. 사의재라는 포럼 명칭은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으로 유배됐을 때 기거했던 장소의 이름을 딴 것인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고질적 문 정부 탓, 야당 탓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표는 10일 대구시당 김대중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는 추락하고, 안보는 무너졌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1년 내내 전임 정부 탓, 야당 탓만 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4년 국정 역시나 지난 1년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고 개탄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취임 1주년을 앞둔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온통 전 정부 탓, 야당 탓뿐이었다"면서 "용와대는 국정 1번지가 아니라 남 탓 1번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 1년, 저는 25점 드리겠다"며 ▲외교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전인 25년 전으로 되돌아갔고 ▲인사는 고위공직자 25명 이상이 낙마했거나 인사 청문 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했으며 ▲경제는 25년 만에 최장기 고물가이고 25년 만에 일본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역전 당했다고 짚었다. 외교, 안보, 경제 모두 25년 전 IMF 수준의 대한민국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긋지긋한 남 탓 타령, 남은 4년도 남 탓만 할 것이냐"며 "이 정도면 전 정부 콤플렉스, 야당 콤플렉스로 볼 수밖에 없다. 'Anyting But Moon(문재인 정부 정책만 아니면 된다)'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이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