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유난히 서러운 어버이날
"가슴에 꽃 대신 아이들 별…손에는 선물 대신 피켓"
참사 200일 앞두고 유족들 '200시간 집중행동'
"대통령 사과·이상민 파면·진상규명·책임자 처벌…뭘 이뤘나?"
대학생들은 카네이션 달아주고, 화가들은 ‘기억 그림’ 선물하고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어버이날인 8일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집중추모행동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참사 200일이 되는 오는 16일까지 200시간 동안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족측은 “참사 100일을 즈음해 서울광장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다시 100일이 흘렀지만 유가족이 요구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어느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윤석열 정부를 성토했다.
이어 “정부가 잘못을 고백하고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잘못한 책임자가 처벌받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이정민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은 “어버이날인 오늘 우리 가슴엔 카네이션 대신 하늘로 간 아이들의 별이 달려 있고, 손에는 아이들의 선물 대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이 들려 있다”며 “더 이상 유가족을 길거리에 방치하지 말고 정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박석운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는 “200일씩이나 방치한 것은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은 유가족들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사회공익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시민 모두 정성과 힘을 모아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진보대학생넷 소속 학생들은 이날 희생자 부모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했다.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 대표는 희생 젊은이들을 대신해 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낭독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함께하겠습니다.” 일부 유가족들은 편지를 읽는 내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감사의 뜻으로 희생자를 상징하는 별 모양의 배지를 전달했다.
촛불갤러리 소속 작가들은 희생자와 가족의 ‘기억 그림’을 유족에게 선물했다. 그림을 받은 조경철 희생자의 어머니 박미화 씨는 “(아들이) 항상 웃는 상인데 (그림 속) 이날은 특별히 더 환하게 소리 내면서 웃었다”며 “이제 보지 못하는 웃는 모습을 이렇게라도 간직할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유족들은 서울광장 기자회견에 이어 오후 1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5명의 첫 공판이 열린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용산서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후 2시에는 다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12일까지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추모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매일 국회와 고수부지 등 여의도 일대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홍보와 서명운동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