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치닫는 남북 군사대결 …미 전략자산 가세
북한, B-1B 한반도 진입 알고도 미사일 발사한 듯
김정은, ICBM 발사 참관…정면 대결 의지 천명
한미 연합연습 7일째…B-1B 전개 연합공중훈련
중국, 미국 주도 연합연습·핵잠수함 판매 비판
유엔 안보리, 20일 북한 ICBM 공식 대응 논의
북한이 19일 또다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쏜 지 사흘 만이다. 규모와 기간에서 역대급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한미 연합연습에 맞선 무력 시위 성격이 짙다. 지난 13일 시작된 FS 연습은 일주일째로 접어들었다. 북한은 FS 연습 돌입 전날인 12일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쏜 데 이어 이틀 후인 14일에는 SRBM을 발사했다.
한미의 대북 압박 수위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이날 16일 만에 다시 한반도에 전개돼 한국 전투기들과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이날 공개됐지만, 육군과 해병대 중심의 야외기동훈련(FTX)인 FS 연합연습과 연계해 사전에 계획된 훈련이었다. 잇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여 기를 꺾어놓겠다는 의도가 작용했음 직하다.
합참 "계획된 연합연습과 훈련, 강도 높게 시행"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 태세 하에 계획한 연합연습과 훈련을 강도 높게 철저히 시행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번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은 종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실제 전쟁상황'을 상정했다. 특히 북한 점령과 지도부 제거 등 예민한 '북진'(北進) 시나리오도 들어 있다. 쌍룡 연합상륙훈련과 '참수 작전'인 연합특수작전훈련(Teak Knife)이 그것들이다. 그런 민감한 내용을 굳이 공개한 것을 보면 이번 연합연습에 임하는 한미의 자세가 자못 호전적임을 엿보게 해준다.
오는 23일 FS가 끝나도 끝이 아니다. 이달 말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이 한반도를 찾아 연합항모강습단훈련을 하고 한‧미‧일 3국 해상전력이 독도 인근에서의 미사일 경보훈련 계획을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도미사일 탐지·요격이 가능한 이지스 구축함,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 등의 전개도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말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함과 지난 3일 B-1B, 무인공격기 MQ-9, 6일 핵 탑재 가능 장거리 폭격기 B-52H 등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한 바 있다.
북한, 11일간 다섯 차례 기습타격 능력 과시
북한은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한미의 군사적 압박이 전례 없이 '호전적'이어서다. 과거와는 달리, FS 연합연습 기간에 ICBM을 비롯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을 수시로 발사하면서 무력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북한이 그만큼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말해 준다. 북한 역시 유사시 '남한 점령' 불사까지 내비치면서 정면 대결 의지를 드러내는 것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1일 동안 이삼일 간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동해안, 서해안, 평양 인근, 북·중 접경 지역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기종의 미사일을 동원해 기습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FS에 정면 대응하는 모양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ICBM 발사 현장에 대동했을 정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과거에 북한은 한미의 전구(戰區)급 연합연습이나 정찰기 동향 포착 시 김정은의 동선을 노출하지 않는 등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특히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진행된 이날 북한의 SRBM 발사에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 있다. 발사 시점이다. 미 B-1B가 한반도 작전구역에 진입하기 25분쯤 전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한반도로 접근하는 B-1B의 항적을 포착하고도 동해상 발사를 강행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잦아진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정면 대응 의지를 과시한 게 아닌가 한다.
김정은, ICBM 발사 참관…정면대결 의지 천명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16일 ICBM 발사 현장에서 "그 어떤 무력 충돌과 전쟁에도 임할 수 있도록 전략무력의 신속대응 태세를 엄격히 유지"하라면서 '정면 대결' 방침을 밝혔다. 그는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이 지속되고 확대될수록 저들에게 다가오는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이 엄중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12일 김 위원장 주재의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활용할 중대한 실천적 조치"를 결정했다. 유사시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서 남한 점령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끝날 때까진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발사, 전술핵운용부대 등 대규모 육·해·공군 합동화력훈련 등의 무력 시위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또한 핵추진 항모와 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의 전개 상황을 봐가며 △ 고체 추진 ICBM 발사 △ 태평양을 탄착점으로 한 ICBM 발사 △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 등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한반도 정세는 지금과는 또다른 차원의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유엔 안보리, 20일 북한 ICBM 공식 대응 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미‧일 3국의 소집 요청에 따라 북한의 ICBM 발사 등 핵·미사일 위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의 ICBM 발사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인 만큼 이사국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 이해 당사국인 한국도 참석해 규탄하고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어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나 의장성명과 같은 결과를 끌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와 관련,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16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는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19일 성명을 내고 안보리 차원의 행동이 없는데 유감을 표시하고 안보리 일부 회원국의 '방해'를 비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다르다. 한반도 정세 악화의 주된 책임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외면한 채 역대급 연합연습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과 한국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상황을 줄곧 관망하면서 필요할 경우 양비론을 펴던 종전의 태도와는 달라졌다. 당과 국가, 군 등 모든 권력을 장악한 채 출범한 시진핑 주석의 3기 정권 들어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중국, 한반도 정세 악화 주된 책임 미국에 돌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연습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 뒤 "한반도 정세가 오늘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얽힌 문제는 명확하다"라며 "관련국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한 데 대한 화답을 거부하고 오히려 대북 압박과 위협을 강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입장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16일에도 다시 확인됐다. 그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상황은 더 심각했다.
왕 대변인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최근 미국 등이 지역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계속하고 전략무기 출격 빈도를 끊임없이 높이고 핵잠수함을 타국에 이전키로 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미 FS 연합연습과 미 핵잠수함의 호주 판매 계획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지금 한반도 정세에 필요한 것은 불을 끄고 열을 식히는 것이지,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왕 대변인은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에 중국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답하면서도 "현재 한반도 정세가 매우 민감한 것은 주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호응하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대북 압박과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재차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