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작년 80조원 손실…수익률 –8.2% '역대 최저'
1988년 제도 시행 후 최악…적립금 900조 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식·채권 동반하락 영향
주요 해외 연기금들도 마이너스 수익률 낸 듯
올해 2월 현재 수익률 5%…적립금 930조 회복중
지난해 국민연금이 80조 원의 손실을 내 적립금이 90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일 작년 1년 동안 79조 6000억 원의 손실을 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수익률로 지난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지난해 연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 5000억 원으로, 900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은 통화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대체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통해 손실 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0.18%로 사상 첫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10년 만인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수익률이 다시 –0.92%로 떨어졌다. 이번이 역대 세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로, 손실폭은 가장 크다.
작년 수익률을 자산별로 보면 국내주식 -22.76%, 해외주식 -12.34%,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 대체투자 8.94%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미국의 공격적 긴축과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증시불안 요인이 지속되면서 주식 투자 손실이 특히 컸다.
작년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24.89% 하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제외 세계 주가지수(ACWI)도 17.91% 하락했다.
채권의 경우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낮아진 반면 대체투자자산은 부동산, 인프라 자산의 평가가치 상승 등으로 전통자산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고 기금운용본부는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지만 작년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해외시장에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국내에선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해외 주요 연기금들의 운용 수익률도 하락했다며, 국민연금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 설립 이래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로, 작년 손실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주요국 연기금들도 상당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4.8%)과 캐나다(-5.0%) 등은 우리나라보다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노르웨이(-14.1%)와 네덜란드(-17.6%)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이 국민연금의 2배 안팎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이와 함께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연금 수익률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월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금융부문 수익률은 5% 내외(잠정)로, 총적립금 규모는 930조원대를 회복한 상태라고 국민연금은 전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모두 좋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며 "올해는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국민연금기금 수익률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