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유죄 추정'한 경찰의 강진구 구속영장
증거없이 재단하고 무조건 "사회격리 해야 한다"
인터뷰·현장검증 거쳤는데 "팩트체크 안했다"
"확증편향" 보도라면서 근거는 제시 안해
법원서 스토킹 아니라는데…경찰은 동어반복만
처벌 안 받았는데 '재범' 운운…법 대원칙도 무시
<시민언론 더탐사> 대표 강진구 기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은 기자의 취재활동을 사실관계 확인과 법적 근거도 없이 마음대로 재단하고 상식에 기반하지 않는 주장을 펼친 총체라고 볼 수 있다. 영장을 직접 분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감정이 실린' 영장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무리한 구속영장의 배경에 의구심만 남는다.
서울중앙지검(조현웅 검사)이 지난 16일 법원에 보낸 구속영장 청구서는 표지를 포함해 총 47쪽이다. 지난해 12월30일 기각된 영장 35쪽에 비해 12쪽이 늘어났다. 영장 청구 대상도 지난해 12월에는 강 기자와 <더탐사> 최영민 감독이었지만 이번에는 강 기자만 특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택 방문에 더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사무실 취재 건 등도 포함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출한 영장은 가장 핵심 사인인 '청담동 술자리'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짧게 서술하고,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5개월간 수차례 압수수색에도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장은 청담동 술자리 보도가 구체적인 일시·장소를 "특정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경찰 자신들이 스스로 영장에 첨부한 범죄 일람표에 있듯이 7월 19~20일 새벽 1~3시 청담동 또는 논현동 일대다.
장소와 시간을 경찰 자신들이 범죄 사실이라고 표에 적시하고, <더탐사>에서 특정한 사실이 없다는 것은 어떤 논리인지 이해가 어렵다.
게다가 영장에는 "팩트 체크(사실 확인)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음에도 이를 해태했다"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았다" 등의 표현이 등장하지만, 경찰이 쓴 범죄 일람표에서도 나와있듯이 강 기자는 첼리스트와 그의 남자친구, 이 전 총재의 인터뷰와 함께 현장 검증까지 했다.
목격자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추가로 인터뷰를 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탐문 취재까지 하는 등 탐사보도의 기본 형식과 절차 등을 갖췄음에도, 경찰은 '팩트 체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영장은 <더탐사>의 보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충분한 취재를 동반한 의혹 제기라기보다는, 피의자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피해자들에 대한 악의적 태도에서 비롯된 '확증 편향'적 취재 활동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장에는 '확증 편향'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확증 편향이라고 판단하는지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통상의 영장에서 보기 힘든 감정 섞인 악의적 단어로 읽힌다. 강 기자의 '정치적 성향'도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판단한 것인지 알 수 없으며 '악의적 태도'라는 표현 역시 경찰의 주장일 뿐이다.
구속영장은 국민의 신체 자유를 심히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인 만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만, 도주 우려가 없는 신분이 확실한 현직 기자를 상대로 분별없는 단어 사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 이후 2월 2일 현재 <더탐사> 구독자가 50만 9000명이고 해당 보도 조회 수가 약 111만회를 초과한 점 등을 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재생산 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의 신빙성을 믿는 근거라고도 볼 수 있다.
한 장관의 차량 추적을 스토킹 처벌법이라고 한 부분도 무리한 주장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이원중 부장판사)은 지난해 12월 강 기자를 상대로 청구한 잠정조치 사건에서 <더탐사> 취재 활동에 대해 "스토킹 행위로 단정해선 안된다"고 결정했었다.
재판부는 특히 "<더탐사> 기자의 지위, 한동훈 장관의 공직자라는 지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한 장관이 주장하는 사실들만으로는 <더탐사> 기자가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재판부 판단에도 경찰은 이번 영장에서 재차 스토킹 처벌법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들(한동훈 등)로 하여금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토킹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영장에도 적시했듯이 한 장관의 제네시스 관용차에는 한 장관뿐만 아니라 법무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박종현, 이승헌 등도 탑승했다. 직원과 함께 관용차를 이용하면서 개인 차량으로 취재하는 기자에 대해 불안감, 공포심 따위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경호 인원 등을 고려하면 정권의 핵심인물에 대해 취재하는 기자가 공포심을 느꼈다는 편이 설득력 있다.
또 경찰은 영장에서 한 장관 차량을 추적 취재한 <더탐사>김시몬 기자가 2022년 5월 입사해 별다른 기자 교육 등을 이수하지 못한 상태이고 '취재 차량'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개인 차량을 이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취재 활동을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기자의 교육이수 여부에 대해 조사한 바 없으며,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일률적이지도 않은 언론사의 기자 교육을 언급하면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 양 적시한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이 같은 논리라면 검경에 있는 수많은 시보들의 수사는 정당한 행위가 아닌 셈이고, 검경 표지를 차량 외부에 크게 붙이지 않고 압수수색 등에 참여하는 수사관들도 모두 정당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이다.
영장은 퇴근 이후 사생활 부분을 취재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공직자의 공적 생활과 사생활은 분리가 어려우며 국무위원들의 경우 언론의 감시 기능이 작동되기 어려운 퇴근 후 여러 결정이 이뤄질 때도 비일비재하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들을 나열하면서, 강 기자가 보도에 대해 "발생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시정조치를 할 것이라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더탐사>는 보도와 관련해 다툼이 있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또 <더탐사>가 청담동 술자리 유력 장소로 보도했던 논현동 '이아'와 관련해서도, 해당 가게의 주인인 가수 이미키 씨가 영상물 삭제 가처분 신청을 해서 1차 심리를 마친 상태다. 법원의 심리가 이뤄지고 있는데 시정조치가 어렵다고 볼 이유가 없다.
경찰의 이런 '추정' '상상' 혹은 '소설쓰기'는 우리 사법계가 오랫동안 지켜오는 대원칙마저 무시하는 모습이다.
우리 법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영장에서 강 기자에 대해 "재범의 우려가 높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직 모든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는데, 강 기자가 이미 범죄를 저질렀거나 과거에도 범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경찰은 나아가 강 기자의 취재가 "취재윤리에 배치되는 행위"라며 "단순한 도덕적 비난의 대상에 그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수준을 넘어 명백히 국가 형벌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영장은 어떤 것이 취재윤리 위반인지 명확하게 소명하고 있지 않지만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경찰이 취재윤리를 이유로 형벌권을 발동한다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신문법, 언론중재법에 명시된 취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경찰권 남용이다.
오히려 이처럼 무리한 영장 청구가 권력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한 행위임이 영장에 드러날 뿐이다. 강 기자의 영장 가장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피의자는 법원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윤석열, 한동훈 등)에 대한 가해를 지속하고 있으며, 사회에서 격리하지 않는 한 추가 피해 발생을 예방할 만한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워 구속이 필요합니다."
사회에서 격리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더탐사>와 강진구 기자는 한국언론사에서 유례없는 수난, 유례 없는 억압을 당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자유 보장을 위해, 권력을 견제 감시하는 언론의 취재 권리를 위해, 비판언론을 통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구속영장은 당연히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21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