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민들 "법은 죽었다, 이게 나라냐" 분노의 행진

26차 대행진…" 곽상도 무죄, 이재명 죽이기" 성토

정치 검찰·권력 추종 법원·나팔수 언론이 3대 문제

"검사 판사도 시민이 뽑는 민주주의 논의할 시간"

난방비 폭탄, 물가 폭등 이태원 참사 규탄 이어져

서울시청·경찰청 앞에선 오세훈·윤희근 사퇴 촉구

이수진 "야3당 똘똘 뭉쳐 김건희 특검법 통과" 다짐

2023-02-11     김성진 기자
1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6차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2023.2.11. 사진 이호 작가

촛불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1심 선고와 곽상도 전 의원 뇌물 혐의 무죄 등과 관련해 "법은 죽었다"면서,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도심 집회에 나섰다.

촛불행동은 11일 오후 5시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26차 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오후 6시 기준 1만 5000명(연인원 3만명, 주최 측 추산) 시민이 참석했다. 온라인에서도 46개 유튜브 채널을 통해 2만명의 시민이 지켜봤다.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법은 죽었다' '퇴진이 추모다' '깡패정치 민생파괴 윤석열 퇴진' 등의 손팻말을 들고 모여들었다. 파란 목도리를 하거나 파란 옷을 입은 민주당 지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곽상도 무죄판결 이게 나라냐 윤석열은 퇴진하라' '이재명 죽이기 야당 죽이기 정치검찰 해체하라' '법은 죽었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난방비 폭등 물가 폭등 윤석열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의 첫발을 내디뎠다.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본행사는 시민 자유발언을 비롯해 가수 김민정의 공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뮤지컬 공연,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현장 인터뷰, 오솔잎 활동가의 율동 배우기 등으로 꾸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동작구 을)이 11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에서 열린 26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2.11. 사진 이호 작가

민주당 이수진 의원(동작구 을)은 시민 자유발언 시간에 무대에 올라 "지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권을 대한민국 전역에 남용하고 있다"며 "작년 사자성어를 어떤 분이 압수수색이라고 하더라"고 비꼬았다. 이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 김건희 여사가 가담한 정황이 형사 재판에 나온다"면서 "그럼에도 김 여사는 수사를 받지 않고 있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장만 민주당이였으면 벌써 김 여사는 특검을 받았을 것인데, 국민의힘으로 법사위원장이 넘어가서 진행이 더디다"며 "야 3당이 똘똘 뭉쳐 180석을 만들어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외쳤다.

열린민주당 김상균 대표는 곽 전 의원의 뇌물 무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시민들이 본인 자식에게 아빠가 곽상도가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면서 "검·판사도 시민이 선출하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의 쿠데타와 그 권력에 판결로 동조하는 법원 세력들, 정권의 나팔수 역할하는 언론들이 범인"이라면서 검찰 개혁을 막는 세력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11일 26차 촛불 대행진에서 참여한 시민들이 '법은 죽었다' '윤석열 퇴진' 손팻말을 들고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3.2.11. 사진 이호 작가

아울러 윤석열 정권의 외교 실정과 민생 파탄 및 난방비 폭탄, 이태원 참사 등에 책임을 묻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고등학생 한승현 군은 윤 대통령을 향해 "검찰 독재, 언론 탄압, 표현의 자유 침해, 당내 경선 개입 등 여러 가지 헌법적 모순이 나타난다"며 "과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한 군은 "대통령은 국민이 임명한 공무원이지만 윤 대통령은 공무원에 걸맞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보다 일본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전후 윤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 가능성을 암시했으며 보복과 응징에 초점을 둔 강력한 발언을 했다"며 "헌법 정신을 강조하시는 분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핵개발, 핵무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은 스스로 모순"이라고 힐난했다.

 

11일 촛불행동 상임대표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왼쪽에 네 번째), 박재동 화백(왼쪽에서 세 번째)이 26차 촛불 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3.2.11. 사진 이호 작가

알바노조에서 활동하는 김수근 씨는 "우리 국민들은 너무 열심히 살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행복지수가 62위라는데 죽기 살기로 버티는 게 느껴진다"며 "세계 경제 7위 강국이라는데 우리가 이렇게 절박하게 살아야 하느냐"고 외쳤다. 김 씨는 윤 대통령과 현 정부 경제 관료들을 향해  "이런 미친 물가에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난방·수도·전기·가스·버스 할 것 없이 아예 죽으라고 세금 폭탄을 던진 XX들이 사람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시민은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작년에 7~8만원 나왔는데 올해 20만원 나와서 정말 너무 화가 난다"며 "윤석열이 지금까지 대통령되고 나서 하는 일이라곤 술먹는 것과 국가 망신, 전 정부 탓, 방송사 탓뿐"이라고 일갈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왔다고 소개한 시민은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였고 국가의 참사가 나면 이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이태원 참사 대응에 대해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유가족 2차 가해 방지법을 반드시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들은 본행사를 마친 뒤 오후 6시 30분쯤부터 서울시청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촛불행동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와 박재동 화백 등이 대열의 선두에 섰다.

 

11일 촛불대행진에 응원을 보내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왼쪽에 서울광장 시민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2023.2.11. 사진 이호 작가

1만 5000여 명의 행진 대열은 서울시청 청사를 둘러싼 뒤, "책임회피 추모방해 오세훈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를 철거하려는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시청 정문 앞에선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 '이태원 참사 책임자를 처벌하라' '참사정권 패륜정권 윤석열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미에서 함성을 질렀다. 유가족들도 시민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이어 '주가조작 범죄자 김건희를 특검하라' '주가조작 방탄정권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평화다' '퇴진이 추모다' '난방비 내리고 윤석열도 내려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 경찰청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경찰청 앞에서는 '윤희근은 사퇴하라' '이태원 참사 책임지고 윤희근 사퇴하라' '참사 방치하고 추모까지 방해하는 경찰 당국 규탄한다' '극우 집단들의 패륜 망동을 방치하는 경찰 당국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사병노릇 그만하라'라고 적힌 경고장 스티커를 경찰 방어벽에 붙이고 있다. 2023.2.11. 김성진 기자

시민들은 '윤석열 사병노릇 그만하라'라고 적힌 경고장 스티커를 경찰 방어벽에 붙인 뒤 시청역으로 돌아와 행진을 마쳤다. 행진은 1시간 10분가량 진행됐으며 사고는 없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인도에서 행진 대열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27차 촛불대행진'은 5차 전국집중촛불로 진행된다. 오후 3시 용산집무실 앞에서 집결해 행진을 시작하며, 오후 5시 숭례문~시청역 앞 대로에서 본행사를 가진다.

용산경찰서는 극우단체 집회 신고를 이유로 촛불행동에 집회 금지를 통지한 상태다. 그동안 경찰은 양측 집회를 모두 허용했지만 돌연 지침을 바꾼 것이다. 촛불행동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예정대로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유가족과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했으며 희생자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