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자웅 분열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황교안이 내란 선동 혐의로 체포되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외쳤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탈당한 사람"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악의적 프레임'을 주장한다. 당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엇갈린 메시지는 현재 국힘당 자체가 매우 혼란한 상황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지도부의 언어는 서로 충돌하고, 책임은 외부로 떠넘긴다. 정당 내부에서조차 '황교안과 국민의힘의 관계'라는 기본적 질문에 일관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장 대표는 "필요하다면 전광훈과도 함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는 태극기 집회 기반의 극우 지지층을 향한 신호로 읽히지만, 그만큼 중도층과 무당층에게는 강한 거부감을 유발하는 위험한 선택이다. 지지율이 바닥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를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전략이라기보다 자해에 가깝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극단적 보수 세력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끈이 떨어진 사법·검찰 권력과의 연계를 기대어 정국을 돌파하려는 시도 역시 시대착오적이다. "민주당의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변명은 당내 위기를 외부 공격으로 돌리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정작 정당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건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극단 지지층의 결집과 책임 회피, 사안별 선긋기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단기적 시간 벌기에 그칠 뿐이다. 정당의 중심 가치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서 어떤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이 혼란은 하나의 사건을 넘어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당의 정체성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난다. 황교안을 옹호하면서 윤석열과 거리를 두겠다는 이중성이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국민은 더 이상 이런 혼란을 감내해줄 여유가 없다. 정치가 스스로 길을 잃었다면, 그 종착지는 결국 국민의 심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