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대통령 관저도 정했나…민주 "국정 개입 낱낱이 밝힐 것"

박홍근 원내대표 "국회 국방위‧운영위 소집해 규명"

용산 육군참모총장 공관, 서울사무소 사전 답사 의혹

"김용현 청와대 이전 TF팀장, '윤핵관' 모 의원 동행"

유력 검토하다 천공 방문 뒤 돌연 외교장관 공관으로

2023-02-02     김호경 에디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국회 밤샘 농성토론에서 밤샘 농성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2.2. 연합뉴스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멘토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본명 이병철)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국방위와 운영위를 소집해 천공의 국정 개입을 낱낱이 규명하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그동안 역술인 천공의 관저 이전에 대한 개입 의혹이 무성했으나, 대통령실은 부인으로 일관해왔다"며 "그러나 오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3월경 천공과 현재 경호처장인 김용현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팀장, '윤핵관'으로 꼽히는 모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것이다. 한 달에 걸쳐 네 명의 기자가 취재한 결과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서울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초래하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한 배경에 역술인 천공이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민주당은 국회 국방위와 운영위를 소집해 역술인 천공의 국정 개입을 낱낱이 밝히고 이를 방치하고 감춰온 대통령실 등 정부 관계자의 책임을 묻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과연 누가 최종 승인해 역술인이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국가적 사업에 개입했는지 그 실체를 반드시 밝히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공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뉴스토마토>는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천공과 김용현 처장, 윤핵관 A의원이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한 사실이 공관 관리관을 통해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남 전 총장은 이를 친분이 두텁던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에게 털어놨으며, 부 전 대변인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재확인했다고 <뉴스토마토>에 증언했다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뉴스토마토> 취재팀에 "2022년 3월경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으로 2대의 검은색 카니발이 들어왔는데, 앞차에는 김용현 경호처장과 A의원이 타고 있었고, 뒷차에는 천공이 탔다"면서 "김 처장이 (공관 측에) '뒷차는 그냥 통과를 시키고, (출입)기록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천공 등이 사전 답사한 시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키로 발표한 직후였고 당시 유력한 관저 후보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한 달 뒤인 4월 중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개·보수해 관저로 쓰려던 당초 구상을 접고, 대신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 대통령 관저로 활용하는 방안을 꺼냈다. 이에 대해 당시 인수위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건립된 지 47년이나 됐고, 생각보다 보수 소요가 너무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역대 육군참모총장이 멀쩡히 사용해왔던 공관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의문이 많이 제기됐었다.

앞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천공이 다녀간 후 대통령 관저가 육군참모총장 관저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며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해당 내용을 들었다고만 했을 뿐, 전언을 전한 이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이 말한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것이다. 부 전 대변인은 김 전 의원의 국회 보좌관을 지냈다.

그러나 당시 육군과 대통령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부 전 대변인은 천공의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 등 대통령 관저 개입과 관련한 의혹 전반에 대해 <권력과 안보 : 문재인 정부 국방 비사와 천공 의혹>라는 책을 통해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천공의 각종 조언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 직후 천공이 지인들에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큰일(대통령 출마) 준비해라. 내가 시켰다"고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여러 차례 "석열이"라고 지칭하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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