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운 안철수 정치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2025-08-15     홍순구 시민기자

 

맥락이 빈약한 서사는 자칫 정치인을 ‘광대’로 만들 수 있다.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안철수 의원이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일어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 대표 선거 한복판, 지지율 정체에 시달리는 처지이니, 주목을 끌고자 한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되긴 한다. 하지만 정치적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는 것과 지지를 얻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적절한 타이밍에 설득력 있는 서사를 갖춘 정치인의 행보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때로는 팬덤을 만든다. 하지만 맥락이 빈약한 시도는 자칫 정치인을 '광대'로 만들 수 있다.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지만,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에서 본인의 정치 인생을 걸 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다. 특히 본인이 단일화해 추대한 대통령이 계엄을 자행하고 탄핵을 당한 국가적 중대 국면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흐릿하기만 했다.

이번 플래카드 시위는 그래서 더 공허하다. '새정치', '중도정치'를 외치던 그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순간, 이미 자신의 정치 여정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사실을 정작 본인만 깨닫지 못한 듯하여 심히 안쓰럽기까지하다. 

정치의 무대에서 서사 없는 돌발 행동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오히려 그 공허함뿐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