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서 홀로코스트 소환해 '가자 대학살' 공개 비판

러 "어찌 게토에 가두고 완전한 말살 추구하나?"

인질 걱정 이스라엘 장관에 "위선적 악어 눈물"

영국·프랑스, 네타냐후 "가자 완전 점령" 성토

"더 많은 유혈 사태로 가는 길…철회하라"

중국 "가자의 인구·영토 구조 변경 반대"

트럼프의 미국, 유일하게 이스라엘 '수호'

네타냐후 "가자 군사작전, 빨리 끝낼 것"

2025-08-11     이유 에디터

"제2차 세계대전 중 홀로코스트를 겪었던 유대인들이 오늘날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을 게토(과거 유대인 거주지, 소수 민족 거주 빈민가)에 가둬 놓고 완전한 말살을 추구할 수 있는지...역사의 교훈을 그토록 빨리 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차석대사는 일요일인 1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 지구 완전 점령을 위한 군사작전 결정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안보리 공식 석상에서 한 국가의 대표가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와 현재 네타냐후 정권이 자행하는 가자 대학살을 직접 대비해 비판한 건 처음이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차석대사가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 완전 점령 결정을 성토하고 있다.  2025. 08. 10 [AFP=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서 홀로코스트 소환
러, 이스라엘의 '가자 대학살' 공개 비판

미국 독립 언론 <컨소시엄 뉴스>에 따르면, 이날 폴랸스키는 작심하고 네타냐후 정권을 성토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를 점령하려는 네타냐후 정권의 의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불행히도 이스라엘은 다시 한번 국제사회 대다수의 호소와 이스라엘 내의 이성적 목소리, 심지어 인질 가족들의 외침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폴랸스키는 지난 5일 안보리 회의에서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하마스 억류 인질의 신변을 걱정하며 눈물을 흘린 걸 환기한 뒤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난했다. 그 당시 이미 가자 완전 점령 결정을 인지하고 인질들의 생환 확률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했다는 얘기다. 폴랸스키는 "사르 장관은 안보리 이사국 사이에 연대와 동정의 이미지를 조성해 그 (가자 완전 점령) 결정을 위한 준비를 했던 게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국내적 목적을 위해 안보리를 조종하려는 그런 시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10일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 완전 점령 결정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진행 중인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5. 08. 10 [AFP=연합뉴스]

영·프, 네타냐후 "가자 완전 점령" 성토
"더 많은 유혈 사태로 가는 길…철회하라"

유엔 발표와 BBC,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2023년 하마스의 10.7 기습 공격 이후 시종일관 이스라엘을 옹호해왔던 영국과 프랑스도 이젠 등을 돌려 비판 대열에 가담했다. 앞서 프랑스와 영국은 지난달 24일과 29일 각각 9월 유엔총회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방침을 밝혔다.

영국의 제임스 카리우키 차석대사는 네타냐후 안보내각의 가자 완전 점령 결정에 대해 "그건 해결의 길이 아니고 더 많은 유혈 사태로 가는 길이다. 그건 가자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뿐이다"라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프랑스의 제이 다르마디카리 차석대사도 그 결정이 이미 "끔찍한 상황에서 사는" 민간인들에게 "인도주의 상황의 극단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했다. 다르마디카리는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이나 음식을 구하려다 표적이 된 민간인들의 모습은 견디기 어렵다"면서 이스라엘에 국제 인도주의 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문제가 많고 역효과를 낸다"고 비난한 이날 안보리 긴급회의는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그리스 등 유럽권 이사국의 요청에 따라 소집됐다. 이들 4개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 완전 점령 계획은 국제법 위반인 만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스페인,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몰타, 노르웨이,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외무장관들은 별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은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평화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인 두 국가 해법의 이행에 주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가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 완전 점령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2025. 08. 10 [AFP=연합뉴스]

'홀로코스트 원죄' 독일도 등 돌리는 중
중국 "가자 인구·영토 구조 변경 반대"

'홀로코스트 원죄' 탓에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해왔던 독일도 이번엔 소극적 반대로 돌아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공영 방송 ARD 인터뷰에서 "이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면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고, 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푸충 대사도 이날 발언을 통해 "가자는 팔레스타인 인민에 속하며, 분리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 영토의 일부다. 가자의 인구 또는 영토 구조를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그 토대를 훼손하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동에도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 대사는 '꼭 해야 할 일' 4가지로 △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에 대한 단호한 반대 △ 잘못된 무력 우위 신봉 폐기 △ 가자의 인도적 재앙 완화 △ 두 국가 해법 전망 복원을 들었고, '절대 해선 안 될 일' 3가지로 △ 인도적 지원의 무기화 △ 가자 인민에 대한 집단 처벌 △ 구호품 구하는 민간인과 인도주의 요원 공격을 거론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가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사국들의 이스라엘 정권 규탄을 비판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2025. 08. 10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유일하게 이스라엘 '수호'
팔 대사 "역사가 우리 모두를 심판할 것"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유일하게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대사는 이사국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리고...테러리스트들의 선전 활동에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하마스의) 비타협적 태도를 부추기고 보상했으며, 전쟁을 적극적으로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가장 최근의 협상 결렬은...보여주기식 두 국가 해법 회의, 일방적 팔 국가 인정 발표에서 (하마스가)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리야드 만수르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은 "우리 땅의 병합을 손쉽게 하고자 강제 이주와 학살을 통한 팔레스타인 인민의 파괴"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노선 변경을 강제하는 건 정당한 비난을 정의로운 행동으로 바꾸는 우리의 능력이다...역사가 우리 모두를 심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토론에 앞서 미로슬라프 젠카 유엔 사무차장의 보고가 있었다. 젠카는 네타냐후의 가자 완전 점령 계획이 실행되면, 이미 여러 번 피난했던 80만 명을 비롯해 가자 전쟁 2년이 되는 오는 10월 7일까지 가지의 최대 도심인 가자시티의 모든 민간인이 강제로 내쫓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가자에 또 다른 재앙을 촉발하고, 지역 전체에 파문을 부르며, 더 많은 강제 이주, 살해와 파괴를 초래해 주민들의 참기 힘든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가자에선 5명이 추가로 굶어 죽어 아사자는 어린이 100명 등 모두 217명으로 늘어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일 예루살렘의 총리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08. 10 [AP=연합뉴스]

네타냐후 "하마스·PA 아닌 민간 행정부"
유엔 "또 다른 재앙…참기 힘든 고통 가중"

한편 네타냐후는 10일 오후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마스를 패배시키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 외에 이스라엘의 선택지는 없다"면서 "가자 군사작전 확대의 목표는 전쟁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종식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가자를 점령하는 게 아니라 해방하는 것"이라며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연계되지 않은 민간 행정부를 수립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자의 70∼75%를 통제하고 있다는 그는 "나는 우리의 전쟁을 승리로 끝내겠다고 결심했다…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8일 안보 내각 회의에선 △ 하마스 무장해제 △ 모든 인질 귀환 △ 가자 비무장화 △ 이스라엘의 가자 안보 통제 △ 하마스나 PA 아닌 대안 민간 행정부 수립 등 종전 5대 원칙을 제시됐다. 이 같은 계획과 관련해 네타냐후는 10일 늦은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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