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왕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2025-08-05     홍순구 시민기자
고름은 결코 살이 될 수 없다.

정치인은 세력을 두려워한다. 개인은 약하지만, 세력으로 결집하면 막강한 선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원리는 동일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그 세력이 형성되는 방식과 작동하는 원리는 확연히 다르다.

민주당의 세력화는 대체로 합리적 논거와 단계적 설득을 통해 성장한다. 정책이건, 정치인이건 이슈가 될 경우 당원 개인이 설득력 있는 논거와 자료를 통해 점차적으로 세력화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 

반면 국힘의 세력화는 이와 다르다. 당원 개인이 특정 이슈와 정치인에 대립해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기존 세력의 후광 없이는 공론화 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구조적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전한길이다. 일개 한국사 강사였던 그가 지금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로교회(세이브코리아)'라는 종교·이념 네트워크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만약 그 기반 없이 단순한 ‘커밍아웃’만으로 정치적 세력화를 시도했다면, 오늘날의 전한길 현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김문수나 장동혁 같은 국짐 내 중진들이 전한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한 번 세력의 힘을 체감하면, 그것이 설령 그릇된 세력임을 알더라도 손절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고름은 결코 살이 될 수 없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의 표 계산 앞에서 도려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정치에서 세력은 필연이다. 그러나 어떤 세력을 선택하고, 언제 도려내는가에 따라 정당의 운명은 달라진다. 오늘날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수박'이란 암종을 과감히 제거했기 때문이다.

국힘은 이미 전광훈을 통해 암종 세력의 패착을 겪었다. 그럼에도 세력을 철저히 청산하지 못한 채 고름으로 남겨두었고, 그 결과 전한길이라는 새로운 암종을 만난 것이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김문수가 선출된다면, 전한길은 국짐의 '신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 말 신돈이 실패한 개혁으로 오히려 체제 붕괴를 가속화했듯, 전한길 역시 국짐의 내부 균열을 확대하며 그들을 역사 속으로 침몰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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