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를 우리말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손으로 끄는 '손수레', 발로 차는 '발수레'

토박이말 잘 가르치고 배울 길 마련해요

2025-07-23     이창수 시민기자

오늘은 요즘 아이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킥보드'라는 것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길에 가다 보면 아이들이 한쪽 발을 올리고 한쪽 발로 밀면서 타고 다니는 게 있습니다. 바퀴에 불빛이 나면서 반짝거리는 것도 있고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제법 큰 아이들까지 많이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앞까지만 해도 어린 아이들은 '씽씽카'라는 말을 쓰는 것 같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거의 다 '킥보드'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가려 쓰는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흔히 '킥보드'라는 말을 쓰고, 어린 아이들이 타는 킥보드를 가리켜 '씽씽카'라고 부르는 듯합니다.

 

킥보드=발수레?

먼저 말의 짜임을 보겠습니다. '씽씽카'는 '씽씽'+'카'의 짜임으로 '씽씽'은 토박이말로 '씽씽 달리다' 할 때 그 '씽씽'이고 '카(car)'는 잉글리시(영어)입니다. '킥보드'는 잉글리시로 '차다'는 뜻의 '킥(kick)'에 '판자'를 뜻하는 '보드(board)'를 더한 말인데 '발로 차면서 타는 판자(보드)'라는 뜻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씽씽카'가 '킥보드'를 한 번 뒤친(번역한) 말이라고 보면 그나마 나은 말이라 할 수 있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다들 '킥보드' 또는 '씽씽카'라고 쓰니까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잉글리시(영어)를 배우지 않은 아이뜰(유치원) 아이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나이가 좀 있으신 어르신들도 바로 알아들으실 수 있게 해 드리려면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없던 말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쓰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습니다.

저와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가 큰 가게에 가서 무엇을 살 때 끄는 것을 흔히 '카트(cart)'라고 합니다. 그리고 흔히 '리어카'라고 부르는 것도 있습니다. 그 둘을 토박이말로는 ‘수레’ 또는 ‘손수레’라고도 합니다. 아마 아무한테나 ‘손수레’를 왜 ‘손수레’라고 하죠? 라고 물으면 다들 '손으로 끄는 수레니까 ' 손수레라고 할 것입니다. 그처럼 ‘손수레’라는 말이 있고 그 뜻이 ‘손으로 끌거나 미는 수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발로 차거나 밀며 타는 수레’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손으로 끌거나 미는 수레는 '손수레', 발로 차거나 미는 수레는 '발수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 않나요? 모르긴 해도 아이뜰(유치원) 아이들한테 이렇게 물어도 같은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또 아이들에게 생각해 볼 겨를을 주면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흔히 '자전거(自轉車)'라는 말도 우리말에는 없던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국 사람들이 쓰는 말을 따라 '자행거(自行車)'라고 하다가 일본 사람들이 쓰는 말을 따라 '자전거'와 '자전차'를 함께 쓰다가 '자전거'라고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자전거'도 우리말 '손수레’라는 말을 두고 새로운 이름을 지으려고 했다면 ‘발’로 저으며 타는 수레니까 ‘발수레’라고 할 만합니다.

이렇게 발수레라는 말을 만들어 놓고 나면 새롭게 나오는 발수레를 좀 더 잘게 나눌 수도 있는 것이지요. '발수레' 가운데 발로 젓는 것은 '젓는발수레'가 되고 발로 차는 것은 '차는발수레'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우리말을 넉넉하게 하는 데 힘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이런 데서 드러난다고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슬기를 모으면 훨씬 좋은 말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될 수 있으면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길을 마련하는 데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한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이 발수레를 발로 차거나 밀지 않아도 절로 가도록 만든 것을 '전동킥보드'라고 하죠. 이 전동킥보드를 두루 누구나 삯을 내고 탈 수 있도록 하는 일터에서 '씽씽'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더라구요. '발로 차거나 밀지 않아도 저절로 씽씽 달릴 수 있다'는 뜻을 제대로 담은 이름인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이처럼 이름을 하나 지어도 토박이말을 짓는 것을 추어올려주고 그렇게 하는 사람을 우러르는 나라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은 경남일보에 실은 글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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