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월 한국 1인소득, 노동시간 감안하면 뒤져
‘이코노미스트’ 연례 집계 세계 부유국 순위
“누가 더 부유한지는 돈 액수만으로 따질 수 없다”
시장환율, ppp, 노동시간 등 3가지 기준 지표
최상위에 스위스, 노르웨이, 싱가포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8일 보도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순위에서 한국은 시장환율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 3400달러로, 30위를 기록했다. 현지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 평가기준(ppp)으로는 5만 2700달러, 32위로 순위가 약간 더 내려갔다. 그런데 여기에 노동시간(근무시간)까지 감안한 1인당 GDP는 4만 4000달러로 40위권으로 밀려났다.
시장환율, ppp, 노동시간 등 3가지 기준 지표
일본과 비교할 때 시장환율 기준과 PPP 기준 1인당 GDP(일본은 각각 3만 2500달러, 5만 1700달러)는 모두 한국(각각 3만 4000달러, 5만 2700달러)이 약간 더 많았으나, 노동시간까지 감안한 1인당 GDP는 일본이 4만 7500달러로 한국(4만 4000달러)보다 많았다. 이는 일본의 1인당 소득규모가 한국의 그것보다는 약간 적지만, 한국보다 더 적은 시간 일하고 그만한 소득을 올린 것이어서, 한국보다 더 적게 일하고도 비슷한 소득을 얻으면서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3가지 기준으로 집계해 발표하는 이 부유국 순위에서, 지난해 한국의 시장환율 기준 1인당 GDP는 3만 3100달러, ppp기준으로는 5만 4000달러, 노동시간을 감안 기준으로는 4만 4000달러였다. 따라서 시장환율 기준 1인당 GDP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으나 ppp와 노동시간 감안 기준 GDP는 모두 지난해보다 줄었다. 일본은 세 가지 기준으로 지난해에 각각 3만 3800달러, 5만 200달러, 4만 9200달러로 시장환율 기준과 노동시간 감안 기준 GDP는 지난해보다 줄었으나 ppp기준은 약간 더 늘었다.
“누가 더 부유한지는 돈 액수만으로 따질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부유하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국가마다 물가 등 사정이 달라 같은 소득이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고, 더 적은 노동시간으로도 높은 소득을 얻으면서 여가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떤 나라가 더 부자나라인지를 판단할 때 어느 한 가지 요소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며 이들 3가지 기준(지표)으로 세계 178개 나라를 평가했다.
이 178개국에는 브루나이, 마카오, 홍콩, 안도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나 작은 왕국, 특수관할지들도 포함돼 있다. 대신 고소득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조세 회피와 관련된 조세차익 거래로 GDP 계산이 왜곡된 아일랜드와 국경간 통근으로 소득이 부풀려진 룩셈부르크, 너무 작은 버뮤다 같은 나라는 제외됐다. 대만도 빠졌다.
이 세 가지 기준 중에서 첫 번째 시장환율 기준 1인당 GDP는 간단하고 직관적이어서 알아 보기 쉬워 널리 사용되는 지표다. 두 번째 현지 비용(물가 등)을 반영한 ppp 기준 1인당 GDP는 실제 생활수준을 파악하는데는 시장환율 기준보다는 더 나은 지표지만, 여기에는 여가시간이 고려되지 않았다. 세 번째가 시장환율과 현지 물가에다 투입 노동(근무)시간까지 고려한 것인데, 더 많은 돈을 쫓기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 세 번째 지표를 선호할 것이다.
최상위에 스위스, 노르웨이, 싱가포르
이들 지표에서 상위에 오른 3국은 스위스, 싱가포르, 노르웨이인데, 시장환율 기준으로는 스위스가 1위로 1인당 GDP가 10만 4000달러다. 싱가포르의 9만 700달러, 노르웨이의 8만 6800달러보다 많았으나,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들 중 하나여서 그것을 감안한 ppp 기준으로는 15만 1000달러의 싱가포르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근무시간까지 고려할 경우 11만 5000달러의 노르웨이가 지난해에 이어 가장 높았다.
GDP가 가장 큰 미국은 이 세 가지 지표에서 각각 4, 7, 6위를 차지했으며, 영국은 19, 27, 25위를 차지했다.
인구대국인 중국의 세 가지 기준 1인당 GDP는 각각 1만 4200달러, 2만 7100달러, 1만 9200달러였으며, 인도는 각각 2100달러, 1만 1200달러, 1만 2400달러였다.
지난해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올라간 나라는 가이아나로, 순위가 17단계나 올라갔다. 석유 붐으로 평균소득이 지난해 대비 40%나 증가한 덕이다. 미국은 지난해보다 1.6계단 올랐으나,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 정책으로 생활수준은 내려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최하위국은 인구 대부분이 17세 미만인 아프리카 부룬디였다. 부룬디의 소득은 스위스의 0.15%에 지나지 않아,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스위스 국민 한 사람의 소득이 부룬디 국민 100명의 그것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