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쿠데타의 신속한 진압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민심 쓰나미 속 일주일 만에 진압된 사법쿠데타
기득권 카르텔의 이재명포비아 대변한 조희대
성공한 검찰쿠데타와 실패한 사법쿠데타 차이
'촛불혁명' 파괴의 쓰라린 기억에서 배운 교훈들
단호 신속한 진압과 중단 없는 빛의 혁명이 중요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 혁명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 불쌍한 것은 이래저래 그대들뿐이다/ 그놈들이 배불리 먹고 있을 때도/고생한 것은 그대들이고/ 그놈들이 망하고 난 후에도 진짜 곯고 있는 것은/ 그대들인데/ 불쌍한 그대들은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다 … 육법전서가/ 표준이 되는 한/ 나의 손등에 장을 지져라/ 4·26혁명은 혁명이 될 수 없다."
- 김수영 시인, <육법전서와 혁명>
일찍이 김수영 시인은 기존 사법부 권력자들의 권위에 순종하고 형식적 법조문에 얽매이는 시민 혁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날카롭게 간파했다. 그리고 이번에 진행 중인 '빛의 혁명'은 놀랍게도 그 걸림돌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된 조희대의 사법쿠데타는 단 일주일 만에 폭발하는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 속에 실패하며 진압됐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친위 쿠데타의 즉각적인 저지에 이어서 '빛의 혁명'이 기록한 매우 결정적이고 중대한 승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먼저 '조희대 대법원이 이번에 특별한 의도를 갖고서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했다는 것은 음모론이며 대법관 탄핵 등은 역풍을 낳을 수 있는 무리수'라던 일부 지식인과 법률가들의 주장은 틀린 것이었다.
절차를 건너뛰며 전무후무한 속도로 진행된 대법원 판결과 고등법원의 즉각적인 재판 기일 지정 등은 '이재명 후보를 대선에서 시민들의 선택지에서 제외하겠다'라는 의도 말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만은 절대 안 된다'라는 한국 사회 기득권 카르텔의 정서와 요구를 대변했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 판결 며칠 후 <조선일보> 김대중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이제까지 한 발언과 노선의 결을 보면 그는 김대중, 노무현과도 다르고 심지어 문재인보다 훨씬 좌 쪽으로 경도돼 있다. …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 알 수 없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라며 그런 정서를 요약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가 그토록 위험한 좌파적 후보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기득권 카르텔의 이재명포비아가 문제의 본질이었고, 그래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재명을 사법적으로 제거하려는 윤석열 검찰과 조희대 사법부의 시나리오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3월 중순의 2심 무죄 판결만 아니었다면, 이 시나리오는 성공할 것이 거의 분명했다.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을 위해 기다리던 조희대 대법원은 예상치 않았던 무죄 판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희대 대법원이 이번에 보여 준 여러 가지 무리수와 급발진은 이 돌출 변수를 다시 바로잡고 예정대로 이재명의 출마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다급함에서 비롯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후 대법원이 20일의 재상고 이유서 제출 기한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그것을 확정하며 이재명의 정치 생명을 끊을 수 있다'라는 서보학 교수의 우려는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이러한 사법쿠데타 시도는 실패했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그것을 막아냈다. 사실, 이번 조희대의 사법쿠데타는 2019년 윤석열의 검찰쿠데타와 비슷한 측면이 많았다. 그때도 저들은 '조국은 장관 자격 없는 범죄자'라는 프레임과 법 기술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이번에는 '이재명은 대통령 자격 없는 범죄자'라는 프레임과 법 기술이 동원됐다.
그때는 2016년 '촛불 혁명'의 성과를 뒤집기 위한 시도였고, 이번에는 '빛의 혁명'을 중단시키고 파괴하려는 시도였다. 그때는 검찰이 앞장섰고 이번에는 대법원이 앞장섰지만, 둘 다 족벌 언론-보수우파-법조 엘리트들로 구성된 기득권 카르텔의 연성(소프트) 쿠데타 시도라는 게 사태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그때 윤석열의 검찰쿠데타는 성공했지만, 이번에 조희대의 사법쿠데타는 실패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때는 기득권 카르텔이 긴밀하게 단결하고 협력했다. 윤석열을 중심으로 정치검찰, 족벌 언론, 기득권 우파가 똘똘 뭉쳤다. 반면 민주당은 이낙연 지도부부터 '역풍'을 우려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고, 갈라져 있었다. '진보 개혁 언론'들도 대부분 검찰을 편들었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도 혼란 속에 분열해 있었다.
그래서 서초동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검찰개혁 촛불시위에 대부분 거리를 두고 등을 돌렸다. '범죄자인 조국을 지켜줄 이유가 없다'는 게 당시 대부분 지식인과 법률가들의 태도였다. 오히려 진중권 교수나 김경율 회계사처럼 앞장서서 같이 돌을 던졌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이 몰아쳤다. 이것은 2020년 '윤미향 죽이기'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물론 족벌 언론과 법조 엘리트를 중심으로 '이재명 죽이기'로 힘을 모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에 기득권 카르텔은 '김문수-한덕수' 사태가 보여주듯이 심각한 분열과 갈등의 아노미 상태에 처해 있다. 국민의힘은 어차피 누구로 단일화해도 이재명을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조희대의 사법쿠데타가 성공하길 기대하다가 헛물만 켠 상황이 됐다.
결국 대선 이후 당권을 노리면서 '허수아비 후보'를 원하는 당 지도부와 김문수 후보가 파괴적으로 충돌하고 있고, 족벌 언론들은 이런 국민의힘을 한심하다고 욕하며 절망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이번에는 '진보 개혁 언론'들과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사법쿠데타를 함께 반대하고 연대했다.
'범죄자인 이재명을 지켜줄 이유가 없다'라는 식의 한심한 태도는 지식인들 속에서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중권은 사라졌고 제2의 진중권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재명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이 아니라 거꾸로 조희대와 대법관들이 과거에 어떤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해왔는지가 폭로되고 고발됐다. 사법부 내에서도 조희대를 비판하는 판사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분노한 민심은 거대한 행동으로 폭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역풍'을 걱정하며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희대와 대법관들을 탄핵하고 과감한 사법개혁에 나서라는 대중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2019년의 검찰 쿠데타는 '촛불 혁명' 이후 3년이 지나면서 기득권 카르텔이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재결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반면, 이번 사법쿠데타는 '빛의 혁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차이를 낳았다.
시민들은 '촛불 혁명'이 어떻게 검찰 쿠데타에 의해서 가로막히고 윤석열 정권이라는 반혁명으로 이어졌는지 지켜봤다. 그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배운 시민들은 다시 같은 속임수에 넘어가거나 오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과 조건의 차이가 이런 다른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보고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다음 정권 초기부터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득권 카르텔은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재결집하면 언제든 다시 반격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럴 때 2019년의 검찰 쿠데타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후퇴하느냐, 이번의 사법쿠데타처럼 단호하고 신속하게 진압하면서 더 과감한 개혁의 디딤돌로 만드느냐는 우리의 관점과 대응 방식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조희대 탄핵과 퇴진으로 나아가야 하고, 윤석열 지킴이인 지귀연도 탄핵해야 하고, 나아가 그동안 소수자와 약자에게만 불리하던 사법 구조와 체계 자체를 바꾸는 급진적 개혁으로 전진해야 한다. 우리 사회 상층부 곳곳에 남아있는 모든 극우 내란 세력이 빠짐없이 물러날 때까지 중단없는 투쟁의 길에 '빛의 혁명'의 임무와 과제가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