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타블로이드화’ 어떻게 막을 것인가?

'김새론 죽음' 포털 뉴스의 선정성 재확인

뉴스유통에서의 포털 독과점 따른 부작용

더 큰 문제는 언론의 민주주의 기여 역할 저해

시민사회에서 개선 방안 활발히 논의해야

2025-03-10     홍원식 동덕여대 ARETE교양대학 교수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서 배우 김새론의 영정과 위패가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2025.2.19 [공동취재] 연합뉴스

지난 2월 16일 이번에는 김새론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도를 넘은 비난 속에서 생을 등진 연예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설리, 구하라, 이선균 등 비슷한 사례의 리스트는 계속 참혹하게 쌓여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김새론 배우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이후 포털에서만 무려 5,000건이 넘는 보도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민언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사망할 때까지 네이버를 통해 주요 연예매체들이 쏟아낸 기사는 각사별로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300여 건이었다. 해당 기사들은 김새론의 SNS 내용을 비롯하여 그의 아르바이트와 지인과의 만남 등과 같은 개인 사생활의 영역에 대해서도 유튜버와 네티즌들의 반응을 빌미로 온갖 비난과 논란을 만들어 냈다. 연예전문 매체들뿐만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이른바 자사의 ‘닷컴’ 기사를 통해서는 그의 개인적 일상에 대한 논란과 비난을 만들어내는 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정작 그의 사망 이후, 수많은 비난 기사를 쏟아냈던 언론들은 연예인에 대한 악플과 악의적 유튜버들을 지목하며 남 얘기하듯 하지만, 그 악플과 손잡고 장사를 했던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모른 척 지나가 버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미디어 이용 환경에서 인터넷 포털은 절대적 지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의 조사결과(2024 언론수용자조사, 한국언론재단)를 보면,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포털의 이용률은 84.3%로 전년에 비해서 오히려 소폭 증가하였다. 포털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뉴스 유통에 있어서도, 포털에 대한 우리 언론의 의존성은 전혀 줄어들 기색이 없다. 네이버와 다음의 양대 포털의 뉴스 점유율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완벽한 뉴스 유통의 독과점 속에서, 포털이 곧 뉴스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재 뉴스 생태계의 모습이다. 이렇게 포털 의존성이 절대적인 상황에서는 포털이 아무리 정치적 또는 사회적인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자구적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포털이 가진 기술 특성과 시장구조적 속성이 곧 뉴스 모습으로 그대로 투영되어 나오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모니터 화면의 크기 내에서 제한된 숫자의 표제를 제공하여 최대의 클릭을 끌어내어야 하는 인터넷 포털의 속성은 고스란히 뉴스의 선정적 제목과 낚시기사 그리고 어뷰징 등의 고질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털 뉴스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점은 바로 포털이 뉴스 기사의 품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관련 연구들은 언론사들이 포털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트래픽과 체류시간의 증가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포털의 기본적 속성이 개별 언론사들이 선정성 경쟁 일변도로 치닫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한 연구(이나연, 김창숙, 2023)에서는 우리 언론의 ‘타블로이드화’라고 하였는데, 이는 기존의 정상적 언론사들마저도 포털 시장에서 마치 타블로이드 신문들처럼 변해가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인터넷 포털이 준 영향은 뉴스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춰서 새로운 인터넷 언론사들의 난립을 발생시킨 점도 있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 언론마저 선정성 경쟁에 뛰어들어서 시장 전체의 저품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자유주의 언론관에서는 경쟁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라 기대하게 했었지만, 포털 주도의 환경 속에서는 난립된 언론사들간의 경쟁이 언론 전반의 타블로이드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자유주의 언론 이론과 실제 우리 현실의 괴리를 확인시켜준다. 적어도 저널리즘 시장에서는, 자유 경쟁이 품질의 향상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 뉴스 이용자에게 품질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지적되고 있다. 즉, 자주 인용되는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뉴스 경쟁 시장에서는 진행 중이다.

언론 전체의 타블로이드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연예인 관련 뉴스에만 주목하고 별 쓸모없는 논란만 키우기 때문이 아니다. 더 중대한 문제는 언론 전체의 저품질화 속에서 정작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새삼 다시 깨닫고 있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한순간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되는,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만으로 짧게 요약될 수 있는 정치 제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필요조건이지만, 이러한 다수결의 의사결정 제도를 악용하여 공포와 혐오 등 감정적 선동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으로 편취하려는 시도들이 상시적으로 작용하는 정치 현실 속에서 다수의 한순간 선택이 그 자체로 민주주의 제도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를 위해 함께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다수의 선택이 합리적인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의 제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이 바로 합리적 ‘정보를 제공받은 시민(informed citizen)’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포털을 통해 타블로이드화가 진행되는 현 상황은 점점 더 언론의 이러한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화면. 

사건, 사고와 연예 뉴스는 차치하고라도, 정치와 국제 뉴스 등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과 직결되는 경성뉴스의 영역에서도 타블로이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정치, 국제, 경제 등의 영역에서 품질을 갖춘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에는 당연하게도 비용이 들어간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명 복수의 취재원을 취재하여 각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궁극적으로 진위를 판단하여 보도를 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일이다. 인터넷 포털 환경에서 개별 언론사들이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거나 여야의 정치적 논란으로 단순화시켜서 보도하는 것이 어쩌면 각각의 언론사들에게는 경영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몇몇 커뮤니티 찾아들어가서 공포나 혐오를 자극하는 문구 몇 개 찾아서 무슨 ‘논란’이라고 제목만 붙이면 별다른 사실 확인 필요도 없이 열심히 취재한 기사보다 더 많은 클릭수를 받는데, 누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는가?

포털의 알고리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개별 기업의 영업비밀이어서 이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들은 포털에서 좋은 기사를 찾아보기보다는 이른 바 ‘논란’을 노출하기에 포털의 알고리즘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일례로 지난 2021년 언론노조의 조사결과는 당시 보궐선거 기간 동안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조회를 받은 기사가 <中(중) 동포는 민주당 찍는다?>와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자극하는 것이거나 <“오세훈이 성폭행” 의혹 제기한 네티즌>과 같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따옴표를 붙여서 그대로 옮겨오는 기사들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포털의 부정적 작용은 이번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민언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해서 전달된 주요 언론의 탄핵 관련 기사 8817건 중에 31.5%(2581건)의 기사가 따옴표만 붙여서 전달하는 이른바 ‘받아쓰기’ 기사였다.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헌법적 체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윤측’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반헌법적인 주장들을 별다른 사실 확인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따옴표에 담아서 전달하는 핵심적 통로가 바로 인터넷 포털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언론이 정작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는 우리 민주공화국을 내란과 극단적 분열의 위험으로 빠트리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16일 ‘스카이데일리’는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이라는 허위보도를 게재하여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한층 가중시킨 바 있다. 인터넷 포털이 없었다면 대부분 그 존재도 알기 어려운 이런 기사가 공공연히 포털을 통해서 전파되고, 이는 여러 극우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의 공간을 통해서 마치 근거 있는 보도인 양 재전달 되었고 이를 통해 가열된 극우 집단의 난동은 서부지법에 대한 물리적 습격으로까지 이어졌다. 포털이 생긴 이후 생겨난 이러한 유사언론들과 그에 편승해서 허울뿐인 중립보도로 극우적 목소리에게도 공론장을 내어준 기성언론들이 우리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위험을 가져오고 있는지는 정작 자신들도 깨닫지 못할 듯하다.

포털이 문제가 되는 점이 바로 이렇게 개별적 사업자들의 이익추구의 동기가 결과적으로는 통제되기 어려운 정치적으로 부정적 편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현장 취재 기자는 줄이고 온라인 취재부 같은 이름으로 한 달에 수백 건씩 기사를 쏟아내게 만드는 개별 언론사의 비용 절감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극단적 혐오와 분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상당 부분 포털이라는 시스템이 작용하는 결과이다. 물론, 포털 사업자들이 자구적인 노력을 포기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포털 사업자들은 뉴스 제공 방식을 여러 차례 바꾸는 등 나름의 자구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포털 사업자들의 자율규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연예인 관련 사건들과 날로 심화되는 경성뉴스의 연성화가 보여주듯이 실제로 포털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개별 포털 사업자의 노력과 무관하게, 관심의 시장에서 포털이라는 기술 특성이 갖고 있는 시장 본질적 속성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시장 본질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포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서 임의적으로 진행되었다. 결국, 정책 대응이 무언가를 개선하기 보다는 그 자체로 문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은 이른바 ‘가짜뉴스’를 문제 삼아서 포털에 대한 직간접적인 간섭에 나서고 특정 언론사를 포털 제휴에 포함하고 제외할 것을 주문하거나, 검색의 알고리즘 공정성을 문제 삼겠다 식의 행태를 반복하였다. 과거 진성호(한나라당), 윤영찬(민주당) 등 정치인들이 특정 포털을 손보겠다는 식의 발언이 공공연히 노출되기도 하였고,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심의위원회 등을 통해서 포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던 것도 수시로 반복된 일이다.

포털사에서는 2015년 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를 설립하여 제휴사의 진입 여부를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지만, 이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었고 ‘스카이데일리’ 같은 유사언론이 여전히 검색되는 상황에서 제평위가 언론사의 난립을 막는 데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나마 광고성 기사와 어뷰징 감소 등에 있어서 조그만 역할이라도 수행하던 제평위마저 2023년 보수 진영의 강한 압박 속에서 해체되었고, 이를 어떻게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방통위에서는 제평위를 법정기구화하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으나,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 진영은 제평위를 완전히 없애고 개별 포털이 직접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수 진영의 말대로 제평위가 완전히 해체되고 개별 포털에게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개별 포털에 대한 압박이 더 가중될 가능성과 함께 시장 문턱을 높여서 소형 언론사의 진입을 통제하여 기성 언론의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치권의 포털에 대해 보이는 모습은 실제 언론 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자 포털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즉, 정치권의 논의를 통해서 실질적인 포털과 언론 환경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행정적 규제가 포털을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은 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포털의 자율적 규제가 실제 포털의 시장 본질적 특성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향후 포털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행정규제 또는 자율규제라는 이분법적 논의로 진행될 수 없는 이유이다. 자율규제와 행정규제의 이분법으로 무 자르듯이 나눠지지 않는 민간과 행정기구의 협력적 규제방안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즉, 시장의 본질적 속성을 통제하는 민주주의의 원칙 등 거시적 기준은 공적 거버넌스를 통해 담당하고, 세부적 사업 규범과 원칙의 적용에 대해서는 자율적 규제의 영역에서 다루는 방식과 같은 섬세한 가능성들이 진단되어야 한다. 언론 감시 시민단체들과 언론학계 등 시민사회의 자발적 영역에서 지금보다 더욱 활발하게 포털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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