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허위조작 정보의 온상이 되고 있는 이유
[포털 뉴스 어떻게 바꿔야 하나] ②
‘기계적 중립’으로 위장한 기사들 홍수
무분별한 내란 관련 보도들 방치 상태
기사 종량제 도입, 매체 다양화 등 필요
이용자들이 고른 시각의 뉴스 볼 수 있어야
“다음 포털은 개편 이후, 극우 성향 기사들이 주로 초기 배치되어 MBC나 오마이뉴스 등 그나마 진보적인 기사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유튜브는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관련 동영상이 뜨게 되어 있는데, (포털의 기사 배열은) 그것조차 무시한 최악의 배치네요.” 이는 시민언론 민들레의 지난 칼럼 <포털뉴스 그들만의 리그 되려 하는가>에 달린 독자 댓글이다. 유튜브, 포털, 종이신문 지면 기사를 비교해 뉴스를 보는 독자라면,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두 포털 사이트에서 실제 여론과 동떨어진 보도와 기사 제목이 얼마나 자주 도드라지게 배치되고 배열되는지 체감할 것이다.
정쟁의 ‘링’으로 변질된 포털
비상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체포되어 강제 연행될 뻔했고, 서부지원 폭동에서는 판사와 공수처 직원들을 겨냥한 심각한 폭력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중립’으로 위장한 정쟁 성격의 기사들이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1월 20일 오전 5시에 작성된 중앙일보 김민욱 기자의 기사 <초유의 법원 난입, 그 뒤엔 공수처·민주당의 '찜찜한 빌미' [현장에서]>에는 1천 건이 넘는 댓글과 ‘좋아요’ 이모티콘이 달렸다. 클릭 흥행에 성공해서였을까. 같은 날 오후에 김기욱 기자도 <초유의 법원 난입 사태…그 뒤엔 여야 내로남불 사법불신>이라는 유사한 제목의 기사를 네이버 뉴스에 업로드 했다.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제목이 “초유의 법원 난입, 그 뒤엔… “으로 시작해 중복 낚시성 기사처럼 보인다.
최근 포털에서는 내란 중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수감된 윤석열의 지지율이 순식간에 40~50%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아무런 국정수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기현상의 개연성을 억지로 ‘만들어주는’ 기사들이 속보 경쟁을 벌이며 포털에 쏟아지고 있는 중인데, 그중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따옴표로 인용한 기사들이 유독 두드러진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포털 기사는 이들에게 일종의 ‘권능’을 부여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내란범’ '계엄령’ ‘계몽령’은 단순히 세 글자라는 이유만으로 균형이 맞는 대조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윤석열 지지층과 소위 ‘계몽령’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은 거대한 모순이다. 총과 폭력을 사용한 ‘계엄령’이 자신에게도 되돌아올 수 있음을 어찌 모르는 것일까.
문제가 있는 기사가 여전히 포털 메인에 배치되는 것을 보면, 내란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 행위에 대한 조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포털은 선거보도나 세월호,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나마 댓글 정책 가이드라인을 고지해 언론 보도가 신중해야 함을 당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내란 상황에서는 오히려 문제있는 기사들을 자주 생산하는 특정 제휴 언론사를 방치함으로써, 그들의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그동안 포털 제휴사의 부정행위 적발은 두 포털사로부터 위임받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에서 평가하고 심사해왔다. 그러나 현재 제평위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포털 제휴 언론사의 부정행위를 제대로 평가(정기평가 월 1회 및 수시평가)하거나 모니터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포털 뉴스에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거나 검색 품질을 떨어뜨려 이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기사에 대한 조치가 전무한 상태이다.
네이버 카카오 뉴스의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에서는 제휴사의 ‘부정행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내란 사태 중 포털에는 중복 및 반복 기사,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 남용, 선정적인 기사 등이 넘쳐났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우려스럽다. 표현의 자유에는 무거운 책임도 함께 따르는 법이다. 오랜 시간 불법적인 계엄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이들에 대해. 계엄이 정당했다는 투의 ‘계몽령’ 보도는 ‘기계적 중립’조차 성립되기 어려운 ‘특정 키워드 어뷰징’에 해당할 수 있다. 사회 불안이 극도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포털이 사회 혼란을 가중하는 ‘정쟁의 링’이 되어서는 안된다.
포털에서 저널리즘이 생존할 수 있을까
허위 조작 정보와 선정적인 보도가 주류 매체 기사로 ‘PiCK’되어 포털 메인에 소개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따옴표 인용이라는 면죄부
포털 기사 제목에서 따옴표가 없는 기사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받아쓰기’식 보도를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잘못된 지칭이다. ‘저널리즘’이라고 칭할 수 없는, 민망한 수준임을 알면서도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를 관행적으로 사용한다.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나 특정인의 발언을 따옴표로 인용한 기사들은 내용의 진위와 무관하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를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는 포털 또한 마찬가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② 내란 상황이라는 빅이벤트가 돈벌이 기회?
내란이라는 국가적 위험 상황이 기성 언론사들에게는 오히려 트래픽을 끌어모을 기회가 되는 게 아이러니다. 특히 트래픽에 목마른 언론사일수록 정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기사 생산을 멈추지 않는다. 기사 제목과 내용이 선정적이고 감정적이고 공격적일수록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개연성 없는 이야기들도 마구잡이로 양산된다.
③ 의도가 의심스러운 ‘기사 띄우기’
출입처나 담당분야가 같은 기자들은 정보를 공유하기 쉬운 구조 속에 있다. 특종을 하는 것보다 유사한 기사의 건수가 많을수록 포털 알고리즘에 의해 ‘관련뉴스’로 묶일 수 있다. 알고리즘 유사도 평가에서 점수를 부여받은 기사는 알고리즘이 중요한 이슈로 분류해 클러스터링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지난 2월 1일 “비상계엄은 계몽령”이라는 전한길 씨의 발언을 다룬 기사들의 제목이 상당히 유사했다. 이는 포털 알고리즘이 유사도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유사한 제목의 기사들을 클러스터링하는 방식 때문으로 추정된다. 포털은 기사 배열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므로 알고리즘이 객관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휴 언론사들이 특정 프레임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포털이 이를 걸러내지 않으면서 특정한 여론이 강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포털과 언론이 은연중에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의 ‘대파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가 보였던 아래 ‘윤비어천가’ 기사 제목도 또 다른 사례이다. 거의 모든 매체가 일제히 대동소이한 제목으로 보도했지만, ‘대파’는 거의 언급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파’라고 쓴 기사 제목이 드문드문 보인다. 포털의 구조적 헛점은 이렇게 특정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보도자료를 베낀 기사나 이에 순응하는 기사, 소셜미디어·유튜브를 참고해 작성한 기사들은 포털에서 최소한으로 노출되도록 조정할 수는 없을까? 현재 포털 알고리즘은 기사 제목과 내용의 유사도가 높더라도 기사 건수가 많으면 이를 주요 뉴스로 묶여 배열하는데, 이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실제 여론이나 사회적 관심사와 동떨어진 보도가 포털을 도배한다면, 다양한 뉴스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포털도 언론사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미 포털의 선정적 뉴스와 제공 방식에 질린 이용자들은 유튜브로 이동해 뉴스 소비 습관을 바꾸고 있지 않은가.
떠나간 포털 뉴스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뉴스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다양한 시각을 접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들의 관심과 성향을 차별 없이 반영하는 방식으로 뉴스 제공 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포털 뉴스 개선을 위한 몇가지 제언
① 어뷰징과 기사 남발을 줄이는 ‘기사 종량제’ 도입
더 많은 언론사에게 포털 플랫폼을 개방하되, 각 언론사의 포털 내 보도 건수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기사 종량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는 최소 기사 생산량만 규정하고 있지만, 제휴사 자체 기사 생산 상한선을 함께 설정하면 어뷰징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언론사와 기자 개인이 한 달 동안 입력할 수 있는 기사 수를 책정해 ‘기사 종량제’를 실시할 경우 중복·낚시성 기사의 반복 게재를 줄이는 동시에, 공들여 작성한 양질의 기사와 심층 보도를 매체별로 더 오래 노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한정된 기사 수 안에서 보다 신중하게 뉴스를 선정하고, 기자들도 보다 정제된 기사를 작성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② 페널티보다 보상을 강화해야
포털 뉴스 운영 방식에서 퇴출과 같은 극단적인 페널티 방식보다,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와 기자에서 보상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뷰징을 하지 않고 품질 높은 기사를 업로드 하는 언론사에게는 기사 생산량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하는 ‘포지티브 넛지(positive nudge)’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보상 중심의 개선책이 마련되면, 플랫폼이 언론사를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비판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있고, 언론사끼리 건전한 경쟁을 하는 쪽으로 포털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
③ 기사 생산량 조정으로 아웃링크 활성화 유도
제휴 언론사들은 포털 트래픽 감소를 이유로 기사 상한선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포털에 모든 기사를 업로드할 게 아니라, 아웃링크를 통해 자사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현재는 대부분의 언론사는 동일한 기사를 포털과 언론사 홈페이지와 동시 게재하는데, 이로 인해 자사 기 기사들끼리 트래픽을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그러나 포털과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기사를 일부라도 보완재 개념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언론사는 이미 이러한 차별화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포털의 아웃링크 활성화 정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언론사도 장기적으로 포털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④ 다양한 언론사 기사를 접할 수 있도록 개방성 확대
기사 생산량 상한선을 도입하면, 보다 많은 언론사가 포털 제휴사로 입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정 제휴사가 무한정 기사를 쏟아내는 게 아니라, 독립언론과 소규모 전문지 기사도 함께 노출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고른 시각의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이용자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포털을 통해 접할 수 없었던 매체 보도를 포털이라는 동일 환경에서 경험하게 되면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구독자들만 해도 그럴 것이라 짐작한다.
현재 포털은 제휴를 맺은 언론사에만 뉴스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제휴 언론사는 노출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포털 댓글 및 공감 이모티콘 등 부가 기능도 사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이용자 역시 차별을 겪고 있는 중이다.
플랫폼으로서 포털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구글 유튜브나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는 개인과 언론사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서비스 구조를 적용하고 이용하게끔 한다. 그러나 국내 포털은 특정 언론사를 평가하고 선별하는 방식으로 뉴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언론사에 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엄격한 자율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기사 입력 전 LLM으로 기사 품질 관리하기
보다 나은 언론 환경을 위해 포털은 기술을 적정하게 도입하고 적용하면 좋겠다. 테크기업으로서 포털은 어뷰징 기사와 중복 기사를 걸러 낼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었음에도 제휴 매체 기사에 ‘욕설/생명경시/혐오/차별적 표현’, ‘불쾌한 표현’, ‘명예훼손’, ‘사생활침해’ 등과 관련한 기본적인 품질 평가조차 시도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네이버 클로바 X와 같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하면, 기사 입력 전 어뷰징 요소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저널리즘 원칙에 반하는 표현이나 문구는 자동으로 분석해 기자 스스로 걸러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AI 기반의 ‘셀프 품질 관리 탭’ 기능을 기사 작성 대시보드에 디폴트 값으로 제공하면, 기자가 기사 등록 전 어뷰징 요소를 검토할 수 있고, 설령 기자가 이를 무시하고 기사를 등록하더라도 포털이 문제점을 사전에 경고했음을 평가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다. 공정성과 허위 정보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지만 혐오 표현, 차별, 모욕적인 표현은 LLM이 충분히 감지해 경고할 수 있다.
특히 동일 언론사에서 유사한 제목과 내용으로 중복 성격의 기사를 입력하는 경우, 이를 자동으로 탐지해 조정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사전 평가 체계가 정착이 되면, 기자들도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성 기사 작성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뉴스 플랫폼, 저널리즘 회복이 제일 중요
현재 네이버 뉴스에서는 모든 제휴 언론사의 기사 조회 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일부 언론사는 기사 조회 수를 공개하지만,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등 주요 매체들은 이를 비공개로 설정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사가 조회 수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포털 구조는,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모든 포털 제휴 언론사 기사는 유튜브처럼 알고리즘 신뢰의 근거로서 조회 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용자는 포털에서는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반면, 일부 제휴사의 질낮은 기사에 계속 노출되는 구조이다. 포털 뉴스 인터페이스는 이용자의 시간을 아껴주고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적 역할엔 충실하지만, 뉴스를 단순히 ‘기능적 편의’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언론사, 이용자 모두가 동등하게 이용할 기회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선되면 좋겠다.
포털 뉴스 서비스 구조를 창의적이고 획기적으로 개선해, 저널리즘의 원칙이 작동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