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성장, 통합"…이재명 '잘사니즘' 대권 청사진
먹사니즘 넘어 잘사니즘…'새 비전' 발표
위기 대한민국…'성장' 29회 외친 이재명
주4일, 기본사회…'지속 성장의 길' 제시
'직접 민주주의' 강화로 '빛의 혁명' 완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헌정수호연대 구성
불법계엄 명령 거부권 명시 등 시스템 마련
경기 회복 '골든타임'…최소 30조원 추경
'ABCDEF' 산업정책…산업재구조화 추진
남북 강대강 대치도 대화와 협력으로 전환
트럼프 2기 국제 질서 대응…'통상대책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차기 집권 플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내우외환의 난관을 극복할 키워드로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복과 정상화, 성장과 재도약'을 위해 '탈이념·탈진영 실용정치'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회복과 성장 그리고 통합'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한 이 대표의 향후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잘사니즘'과 보편적 기본사회
이 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나섰다. 이 대표는 "내란 잔당의 폭동과 저항이 두 달 넘게 계속되며 대한민국의 모든 성취가 일거에 물거품이 될 처지"라며 "국민과 함께, 무너진 국격과 신뢰, 경제와 민생, 평화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성장을 '29회'나 언급한 이 대표는 "공정한 성장으로 격차 완화와 지속성장의 길을 열어가겠다"면서 '기본이 튼튼한 나라'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쟁 탈락이 곧 죽음인 사회가 서로 죽이자는 극단주의를 낳았다" "국가소멸 위기를 불러온 저출생은 불안한 미래와 절망이 잉태했다"면서 "누구나 일할 수 있음을 전제로 예외적 탈락자만 구제하는 현재의 복지제도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생산의 주축이 되는 첨단기술 사회에서는 그 한계가 매우 뚜렷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주거, 금융,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같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을 우리 공동체가 함께 책임짐으로써 미래 불안을 줄이고 지속 성장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이 대표는 "희망을 만들고,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려면,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두툼한 사회안전망이 지켜주는 나라여야 혁신의 용기도 새로운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이러한 구상은 '잘사니즘'이라는 청사진으로 압축적으로 제시됐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말한 이 대표는 "정치가 앞장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내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진정한 사회대개혁의 완성, 그것이 바로 '잘사니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대화와 신뢰 축적을 통해서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국가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노동유연성을 확대해서 안정적 고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의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면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연금개혁 등 사회안전망과 관련한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언급했다.
주 4일제 근무국가, 탈이념 실용정치
이 대표는 노동시간 및 노동유연성에 대해선 "성장과 분배는 상호 모순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인 것처럼,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AI와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OECD 국가 중 장시간 노동 5위로 OECD 평균(1752시간)보다 한 달 이상(149시간) 더 일하고 있다"면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최근 관심을 모은 반도체산업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 방향성이 노동시간 증가와 관련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면서 "삼성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가. 원하는 것은 유연화하자는 것이지,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 노동 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은 그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AI시대를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정년 연장'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또 "연금개혁처럼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우리 국민의힘 측에서 모수개혁을 먼저 하겠다는 뜻을 밝혀주신 것으로 안다"며 "보험료율 13%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는 우리 민주당의 최종안 45%와 1% 간극에 불과하다"면서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보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여야 의원들을 향해 "경제를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냐, 민생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냐"며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했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서 유용하다면 어떤 정책도 수용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잘사니즘'의 비전이 '탈이념·탈진영 실용정치'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30조 추경과 'ABCDEF' 산업정책
이 대표는 무엇보다 "회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를 살릴 응급처방, 바로 추경"이라면서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두 달 만에 또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계엄 충격으로 실질 GDP 6조 원 이상이 증발했다고 한다"면서 "한 달 만에 외국인 투자자금 5조 7000억 원이 빠져나갔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드린다"고 했다. 이어 "상생소비쿠폰, 소상공인 손해 보상, 지역화폐 지원이 필요하다"며 "감염병 대응,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등 국민안전 예산도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공공주택과 지방SOC, 고교무상교육 국비 지원, 그리고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산업을 위한 추가투자도 꼭 필요하다"면서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바이오(BIo) ▲콘텐츠·문화산업(Contents·Culture) ▲방위산업(Defense) ▲에너지(Energy) ▲제조업 부활 지원(Factory) 등 'ABCDEF 산업정책'을 강조하는 한편, 지역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최근 한국 주력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에 더해서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밀어내기가 겹쳤다"며 "이들 산업은 지역경제의 주축이다. 관련 기업이 폐업하면 지역경제는 쑥대밭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의 재구조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실증사업 지원이 필요하다"며 "직업전환 훈련 등 노동자 대책과 지역상권 활성화 등 구조적 해법을 여야가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 포항, 울산, 광양, 여수, 서산, 당진 등에 대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선포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국제 시장과 관련해서도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의 항해 가능 기간이 늘고, 물동량도 증가 중"이라며 "동남권 발전의 발판이 될 북극항로에 긴 안목으로 관심을 가지고 준비할 때"라고 했다. 이어 "남북을 관통한 대륙철도 연결, 그 출발지의 꿈을 잊지 말자"면서 "남북 간 강대강 대치도 대화와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국제질서가 빠르게 재편 중"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10%,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예고하며 무역전쟁의 서막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각자도생 시대 개막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더 어렵다"며 "국회 차원의 통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다시 제안한다"고 말했다.
헌정수호와 직접 민주주의, 국민소환제
다만 이 대표는 통합과 포용의 전선을 '헌정수호세력' 대 '헌정파괴세력'으로 그으면서, 헌정 질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세력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헌법 원리를 부정하는 '반헌법, 헌정파괴세력'이 현실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우려하며, "모든 사람과 함께 헌정수호연대'를 구성하고,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빛의 혁명' 완수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먼저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겹겹이 쌓인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희망과 열정으로 온전히 바꿔내지 못했다"며 "권력의 색깔만 바뀌었을 뿐 내 삶이나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맨몸으로 장갑차를 가로막고 총과 폭탄을 든 계엄군과 맞서 싸우며, 다음은 과연 더 나은 세상일 것이냐는 질문에 더 진지하게 응답하겠다"면서 "국민의 주권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도록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도록 해보겠다"고 제시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 국민 투표로 파면하는 제도로, 이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또 이 대표는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면 안 된다"며 "불법계엄 명령 거부권 명시, 불법계엄 거부자와 저지 공로자에 대한 포상 등 시스템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은 환란 때마다 하나로 뭉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다"며 "무자비한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아름다운 촛불혁명으로 국민 권력을 되찾았다. IMF 위기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위기를 경제개혁 기회로 삼아 복지국가와 IT강국의 초석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성취는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우리 국민들의 통합된 의지의 산물"이라며 "우리 국민은 내란조차 기회로 만들 만큼, 용감하고 지혜롭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인 '국민통합'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거듭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탈이념·탈진영 실용정치만이 국민통합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자, 회복과 정상화, 성장과 재도약의 동력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굴곡진 우리 역사가 그랬듯이 더디고 끝난 것처럼 보여도, 무력감에 잠시 흔들려도, 역사는 전진해 왔고, 또 쉼 없이 전진해 갈 것"이라며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포하고 내란마저 극복한 대(大)한국민'임을 마침내 증명할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연대와 상생, 배려의 '광장'에서 펼쳐질 '국민 중심 직접민주주의'는 '제2의 민주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시작될 '회복과 성장'은 사라진 꿈과 희망을 복원하는 '제2의 산업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꺼지지 않는 오색의 빛으로 국민이 가리킨 곳을 향해 정진하겠다"며 "좌절과 절망을 딛고 대한국민과 함께 다시 일어나 다시 뛰는 대한민국 꼭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