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태는 끝나가는데, 고용 참사는 현재진행형
지난해 취업자 증가 16만 명에 그쳐…전년의 반토막
경기불황 직격탄 맞은 건설업 취업자 역대 최대 감소
12월 아예 5만 명 넘게 감소…2021년 2월 이후 처음
한 달 전 정부 전망도 틀려…무능이거나 대국민 사기
최상목 권한대행, 관계부처 전체로 책임 돌리기 꼼수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급기야 5만 명 넘게 감소했다. 월별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증가 폭도 작년 대비 50% 넘게, 재작년에 비하면 80% 이상 쪼그라들어 16만 명에도 못미쳤다.
12‧3내란 사태는 윤석열 체포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지만, 고용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참사 수준의 고용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대응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자리 축소의 원인으로 연말 효과 등 일시적 요인을 앞세웠다. 최 대행 스스로 앞으로의 고용 여건도 녹록지 않다면서도 내놓은 대책은 그저 상황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염불 수준이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57만 6000명으로 전년(2023년) 대비 15만 9000명(0.6%) 증가에 그쳤다. 증가 폭이 2022년보다는 80%, 2023년보다는 50% 넘게 축소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연간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취업자 수 증가를 23만 명으로 전망했다. 불과 6개월 만에 나온 결과는 전망치보다도 7만 명도 넘게 부족했다. 2주 전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상했던 17만 명보다도 1만 명 이상 적다. 정부의 예측 역량이 형편없거나 아니면 가짜 정보로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간 취업자 수는 2019년 30만 1000명 늘었다가 2020년에 21만 8000명 감소했으나 이듬해에는 36만 9000명 증가로 회복됐다. 2022년에는 81만 6000명이나 늘어나 2000년(88만 2000명) 이후 22년 만의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32만 7000명)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취업자 수가 4만 9000명 줄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도매 및 소매업(-6만 1000명)과 제조업(-6000명) 등 취업 시장을 좌우하는 주요 산업의 취업자 수도 감소했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8만 3000명), 정보통신업(7만 2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6만 5000명) 등 산업은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정부는 하반기 건설업 부진이 예상보다 심해지고,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도 둔화하면서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당초 전망보다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은 26만 6000명, 30대는 9만 명, 50대는 2만 8000명씩 취업자가 늘었다. 반면 20대는 12만 4000명, 40대는 8만 1000명이 줄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18만 3000명, 임시근로자는 15만 4000명 각각 증가했다. 일용근로자는 12만 2000명 감소했다. 2012년 12만 7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비임금근로자 가운데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만 2000명)는 증가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4만 4000명)와 무급가족종사자(-2만 4000명)는 감소했다.
2024년 실업자는 82만 3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 6000명(4.6%) 증가했다. 실업자 증가를 성별로 보면 남자는 45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8000명(4.1%), 여자는 37만 1000명으로 1만 8000명(5.2%) 늘었다. 실업률은 2.8%로 전년보다 0.1%p 상승했다.
지난해를 마감하는 12월의 월간 고용 실적은 더욱 암울했다. 앞으로의 고용 상황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2804만 1000명으로 5만 2000명 감소했다. 월 단위로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47만 3000명)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산업별로는 건설업(-15만 7000명), 제조업(-9만 7000명), 도매 및 소매업(-9만 6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9만 4000명, 40대는 9만 7000명 줄었다.
실업자는 17만 1000명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17만 7000명(49.2%)이나 늘어나 전체 실업자 증가를 주도했다. 실업률도 3.8%로 0.5%p 증가했다. 고용률은 0.3%p 감소해 61.4%였다.
이 같은 고용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대책은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준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연말 직접일자리 사업 종료 등 일시적 요인과 함께 경제주체들의 심리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건설업 등 내수 회복 지연, 주력업종 경쟁심화, 생산연령인구 감소폭 확대 등으로 향후 고용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며 "고용 상황의 조속한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행은 "전 부처가 일자리 전담 부처라는 각오로 국민 한분 한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추진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폭망 수준의 증가 폭보다도 낮춘 수치다. 정부는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줄겠지만 고용률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