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경제적 파장, 상상 이상 넓고 깊다

경제번영 기반 민주주의와 포용적 제도 치명타

여당 지연작전 경제파괴 행위, 외부환경도 최악

한시가 급한 탄핵 완료, 민주주의 헌정질서 회복

2024-12-30     홍종학 경제 스케치북
홍종학 전 국회의원 · 중소벤처부 장관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은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를 갖춘 국가가 장기적으로 번영한다는 이론을 제기한 3인의 연구자들(대론 아제모글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포용적 제도’는 사유재산권 보장, 공정한 경쟁, 법치주의, 민주주의 등을 포함한다. 반면 대조적인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s)’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림으로써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한다.

법치와 제도의 안정성은 사회 전체의 혁신 동기를 높여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달성하는데 기여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시민사회가 성숙하게 되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요구가 늘어나게 되고,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실현될 때 포용적 제도는 한층 더 발전하는 선순환을 통해 국가는 발전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이러한 포용적 제도를 확립해서 고속성장을 달성한 모범국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지목하는 국가이다.

 

29일 서울 명동 환전소의 모습. 원화가치가 한 달 새 5% 추락하면서 환율이 1,500원선에 바짝 다가가고 금융위기 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속에 이달 초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국내 정국 불안까지 더해진 여파다. 2024.12.29. 연합뉴스

‘12.3 내란’은 경제적 번영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거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충격적인 내란 사태를 당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혼란을 넘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헌정질서와 포용적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강조했듯이, 포용적 제도는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안정의 핵심이다. 12.3 내란은 바로 이 포용적 제도를 무너뜨려 한국 경제를 폭망하게 만드는 심각한 자해적 행위이다.

내란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원화 가치는 급락해 경제 위기 시기 이외에는 겪어보지 못한 수준인 1달러에 1480원을 넘어섰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도 코로나 시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포용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탄핵을 지연시키는 국힘당의 경제 파괴 행위

일각에서는 과거 2004년과 2016년의 탄핵 사태를 들어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12.3 내란’으로 인한 탄핵사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한민국의 최정예부대가 총동원된 내란이기에 처리가 쉽지 않은데다 여당이 지연작전까지 펴고 있어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속한 탄핵 절차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대외 신인도 회복을 가능케 할 수 있다. 또한, 경제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소비 심리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국회의 탄핵 결정으로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다가 여당의 지연 전술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당의 이익을 국가 이익보다 우선시하며 탄핵을 지연시키는 국민의힘 때문에 경제가 다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서민경제는 무너진지 오래이고, 기업들은 신년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 업체와의 거래는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지연작전을 펴는 국민의힘은 경제 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외부환경마저 최악이다

과거 두 차례의 탄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우호적인 외부환경 때문이었다. 2004년에는 중국 특수로 인한 수출 호조가 있었고, 2016년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기의 설비투자 증가가 정치적 충격을 상쇄했다. 무엇보다 탄핵의 여파가 대통령 한 사람의 거취와 관련되어 처리가 단순했지만,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사람들이 많은 현재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어 수출 전망이 어둡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며 한국경제에 위협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내수를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지연은 구조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황에 계엄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이날 소상공인엽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한편 국면이 전환된 만큼 연말을 맞아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소상공인 매장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2024.12.15. 연합뉴스

한시가 급한 민주주의 헌정질서 회복

‘12.3 내란’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민주주의가 포용적 제도의 핵심 요소이며,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권위주의 체제보다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며,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민주적 헌정질서로 복귀하기 위해 헌법적 절차에 따른 신속한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 헌법이 규정한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며,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태도는 제도의 장기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흔들게 될 것이다. 탄핵 절차라는 헌법적 견제 장치를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해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탄핵은 단순히 정치인 한 명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포용적 제도를 복원하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고통받고 있는 서민 경제를 살리는 길이며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12.3 내란’ 사태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와 포용적 제도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더 강하고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조속히 탄핵절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통해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국가가 무너지고 있는데 당리당략만을 앞세우는 정당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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