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선관위원장 체포’ ‘부정선거 수사단’까지 계획
전 대법원장∙대법관, 현직 판사 이어 대법관까지
‘부정선거 수사’ 하려 ‘제2수사단’ 구성 계획도
‘군 댓글공작 수사 방해’ 김용군도 끌어들여
‘35년 인연’ 김용현∙노상원, 박흥렬과도 연결
노상원 주도 선관위 작전, 내란 음모의 큰 줄기
박종준 현 대통령 경호처장도 노상원 인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냄에 따라 내란 당시 선관위 작전의 전모도 빠르게 밝혀지고 있다. 21일 JTBC와 MBC는 동시 단독 보도로 계엄 당일 선관위를 점령했던 정보사 요원들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체포하려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현직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 직을 겸직해온 관례에 따라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역시 현직 대법관이다.
이는 중앙선관위에 대한 ‘부정선거’ 음모론 관점의 수사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계엄군의 14명 체포 명단에 전직 대법원장 김명수, 전직 대법관 권순일, 현직 부장판사 김동현 등의 이름이 나온 데 이어 현직 대법관까지 체포하려 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앞서 13일 국회 현안질의 과정에서 현직인 김동현 판사까지 체포 대상이었다는 소식에 대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질의에 “선거관리위원장 입장에서 드릴 만한 말은 아니지만 충격적이다”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 그가 현직 대법관으로서 본인도 체포 대상이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군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외에 현직 대법관과 판사도 체포하려 했다는 사실은 윤석열 등 계엄 세력들이 계엄 이후 사법부를 우습게 여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계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계엄군이 우선 장악하려 했던 국회와 선관위는 물론이고 사법부도 거리낌 없이 장악에 나섰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 대법원장∙대법관, 현직 판사 이어 대법관까지 체포하려
이런 계획은 앞서 알려진 소위 ‘롯데리아 회동’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사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정보사 작전의 핵심 중 한 명인 정 모 대령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이 롯데리아 회동에서 “노태악을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는 이미 알려진 선관위 특정 직원 30명 납치 계획에 추가된 것이다.
MBC가 입수한 경찰 진술서에 따르면, 정보사 정 대령은 역시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이자 자신의 선임자인 김 모 대령으로부터 노상원이 작성한 A4 용지 10장 분량의 서류를 전달받았다. 서류에 있는 ‘부정선거 관련 선관위 명단’과 정 대령이 할 일을 메모하고 파기하라는 것이었다.
이 명단에는 전산, 정보보호, 여론조사심의위 등의 부서에 속한 30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고, 정 대령에게 맡겨진 임무는 이들이 출근하면 회의실에 가두라는 것이었다. 또 이 서류에는 ‘계엄’이라는 글씨도 적혀 있어 이 때부터 정보사 관련의 계엄 쿠데타 음모가 노골화된 것을 알 수 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한 체포 지시가 내려진 것은 12월 1일 ‘롯데리아 회동’에서였다. 노상원이 계엄이 선포되면 할 일로서 ‘노태악을 확인하면 된다’고 지시한 것이다. 이날 ‘선관위 서버 확보’ 지시도 함께 내려졌다.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에는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이 정 대령에게 선관위 직원 체포 명단을 보여줬는데, 누군가가 사진으로 찍은 중앙선관위 조직도였다. 이것이 계엄 직후 선관위를 점령했던 정보사 요원들이 선관위 CCTV에서 특정 직원들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들고 있었던 ‘선관위 조직도’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명단은 11월 17일 정 대령이 김 대령을 통해 받았던 노상원의 명단과 2, 3명을 제외하고는 달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묻자 문상호는 ‘아침에 인사과에 가서 명단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노상원의 1차 명단과 문상호의 2차 명단이 달랐다는 것으로, 이는 애초 체포 대상 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선정 자체가 근거가 불투명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 대령은 ‘케이블타이, 두건’ 등은 당시 공작요원들과의 논의 중에 나온 의견이었지만 2인1조로 ‘회의실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에게 제보한 이 자리 참석 현장 지휘관의 제보 내용과 다르다. 정 대령은 함께 노상원∙문상호의 지시를 받았던 김 대령보다 후임자로서 당초 명단도 김 대령을 통해 전달받았고, 또 정 대령의 진술에는 선관위 직원들을 ‘회의실’로 이동시킨 후의 후속 계획에 대한 진술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자면 선임자 김 대령이 이후 단계에 대한 별도의 명령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정선거 수사’ 목적 ‘제2수사단’ 계획도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노상원의 혐의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계엄 이후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부정선거 수사’를 위한 ‘제2수사단’을 구성하려 준비했던 사실도 드러난 것이다.
이 ‘제2수사단’은 계엄 당일 판교 정보사 사무실에 방문했던 사실이 확인된 제2기갑여단 구삼회 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정책차장이 각각 단장과 부단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당일 구삼회와 방정환은 선관위에 투입될 정보사 공작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던 정보사 판교 사무실에 방문했는데, 이들은 노상원 지시로 정보사에 간 것은 시인하면서도 계엄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함께 있던 정보사 정 대령은 둘 중 한 사람이 누군가와 통화하다 '본입니까 부입니까? 부, 알겠습니다', '합동수사본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함으로써, 계엄 쿠데타를 함께 사전 모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경찰 수사에서는 노상원이 주도한 ‘롯데리아 회동’이 12월 1일에 이어 계엄 당일인 3일 ‘2차 롯데리아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이날 오후 2시 반에 노상원이 정장을 입은 남성 3명과 만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 노상원이 불러모은 인원들 중에는 과거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을 역임했던 김용군 전 대령이 포착됐다. 현재 김용군은 경찰 긴급체포된 후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댓글공작 수사 방해’ 김용군도 끌어들여
김용군은 2013년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사건을 부실 축소수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2018년 불명예 전역한 바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용군은 노상원의 지시로 ‘제2수사단’ 조직을 추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용군을 구속시킨 수사는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지휘했던 수사로, 당시 국방부 수사본부 부본부장과 함께 김용군 조사본부 수사단장을 구속했었다. 윤석열 본인이 구속시켜 불명예 제대하도록 만들었던 사람을 불법 계엄을 위한 수족으로 불러다 쓴 셈이다.
20일 MBN 보도에 따르면, 노상원은 군사경찰을 잘 몰라 군사경찰로서 조사본부 수사단장을 역임한 김용군에게 ‘제2수사단’ 구성을 맡겼다. 노상원과 김용군은 과거 육군7사단에서 함께 근무해 가까운 사이였다.
김용군은 ‘제2수사단’에서 군사경찰 위주로 꾸려질 ‘1대’를 이끌 대장으로 현직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인 김 모 대령을 낙점했다. 이 조사본부 김 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 김용군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어 계엄 선포 이후에 김 차장은 김용현 국방장관의 호출을 받고 조사본부장 박헌수와 함께 계엄상황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박 본부장과 김 차장은 별다른 임무 없이 대기하다 나왔다고 알려졌으나, 김 차장은 계엄 직전 저녁 식사에서 김용군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자 계엄 사전 모의를 함께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과 김 차장은 계엄 당시 체포조 구성 혐의로 수사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로 인해 한때 공수처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에서 조사본부가 배제된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조사본부에서 추가 군 수사관 파견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MBN 단독 보도에 따르면, 계엄 당일인 12월 3일의 2차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3명 중 다른 한 명은 2기갑여단장 구삼회였다. 구삼회는 계엄 당일 휴가를 내고 판교 정보사 사무실로 간 사실이 확인된 바 있는데, 그 전에 안산 롯데리아에서 노상원을 먼저 만났다는 것이다.
‘35년 인연’ 김용현∙노상원, 조현천 배후 의심 박흥렬과도 연결
노상원이 현직 장성인 구삼회 2기갑여단장 등을 포섭한 수단은 진급을 거론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정년과 계급정년이 함께 존재하는 군에서 영관급 이상 고위 장교들에게 차기 진급을 못하는 것은 자동 조기퇴직으로 이어진다.
이미 정보사에서 실행 계획이 맡겨졌던 김 대령과 정 대령 역시도 같은 방법으로 포섭했던 사실이 정 대령의 자백으로 알려진 바 있고, 2024년 한 해 동안 두 차례나 대형 정보 유출 사건의 책임을 져야 마땅했던 문상호가 정보사령관 직을 유지한 것도 노상원의 영향력 덕분이었던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노상원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경호실장이었던 박흥렬 밑에서 군사관리관으로 일하면서 역시 박흥렬의 과거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용현과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었다. 그런데 김용현과 노상원의 인연은 이보다 더 오래되고 깊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35년 전인 1989년 소령 김용현이 청와대 경호부대인 55경비대의 작전장교일 때 노상원과 함께 근무했고, 2007년 김용현이 육군참모총장 비서실장일 때 노상원은 정책과장으로 측근이었다.
김용현이 비서실장으로서 모시던 육참총장이 바로 박흥렬이었다. 즉 박흥렬이 박근혜 청와대 경호실장이던 당시 노상원이 군사관리관으로 앉은 것이 김용현과 노상원의 첫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고, 나아가서 김용현이 자신이 모시던 박흥렬이 경호실장으로 갈 때 자신이 잘 아는 노상원을 군사관리관으로 추천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편 김용현과 노상원이 함께 모셨던 박흥렬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계엄을 모의했던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과 내란 음모의 배후로 의심돼 함께 고발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노상원 주도 선관위 작전, 내란 음모의 큰 줄기
이처럼,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2.3 계엄 쿠데타의 핵심 수뇌부 일원으로서 치밀하고 방대한 계획을 세웠던 사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또다른 계엄 수뇌부 일원인 방첩사 여인형 사령관도 김용현으로부터 ‘선관위 관련해서는 노상원이랑 한번 얘기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던 사실이 이미 드러나 있다.
즉 노상원은 계엄 수뇌부에서도 방첩사령관으로서 국회의원 등 요인 14명 체포조 운영의 중심이었던 여인형과 최소한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지위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노상원이 계엄 쿠데타에서 역할을 맡은 부분들은 온전히 선관위에 대한 ‘부정선거 수사’에 집중되어 있다. 선관위 서버 1차 확보도, 확보한 서버에 대한 2차 작업을 위해 방첩사 요원들을 동원하는 단계에서도, HID 요원들을 포함한 정보사 공작요원을 동원하는 여러 단계들에서도, 또 ‘부정선거 수사’를 맡을 예정이었던 ‘제2수사단’ 구성을 김용군에게 맡기고 그 단장으로서 구삼회를 만난 노상원이다.
김용현의 오랜 측근인 노상원이 오직 ‘부정선거 수사’ 하나만을 위해 이렇게 많은 전현직 군 간부들을 회유, 동원하고 복잡한 계획을 세운 것을 볼 때, 윤석열 이하 계엄 수뇌부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은 그만큼 중대한 화두였던 것이다.
게다가 초법적으로 선관위 직원들을 납치하고 현직 대법관인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마저 체포하려 했던 것으로 볼 때, 이들이 벌이려 했던 ‘부정선거 수사’가 정상적인 수사일 리는 없다. 시작부터 곧장 조작 수사를 벌일 작정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박종준 현 대통령 경호처장도 노상원 인맥
한편, 대통령실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국방장관에 이어 경호처장 자리에 오른 박종준 현 경호처장도 노상원의 인맥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20일 경찰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았는데, 계엄 전후 윤석열의 동선을 재구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박 처장에 대한 조사는 계엄 3시간 전 삼청동 '안가 회동' 파악에 집중됐다.
그런데 박 처장 역시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박근혜 청와대에서 경호처 차장으로서 당시 박흥렬 경호처장을 보좌했던 경력이 있다. 노상원이 청와대 군사관리관으로 있었던 시기와 겹치는 것이다.
박 처장은 김용현이 국방장관으로 옮기면서 즉시 신임 경호처장으로 취임했는데, 당시 그에 대한 소개로 오랜만의 경찰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처장은 2011년 12월 경찰청 차장을 끝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더욱이 그는 2011년 퇴직 직후 새누리당 공천으로 총선 출마, 또 2015년 경호처 차장 퇴직 직후 다시 새누리당 당적으로 총선 출마를 하는 등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치권 진출을 계속 모색했던 인물이다. 또 박 처장은 경찰 퇴직 시에도, 청와대 퇴직 시에도 떠나는 이유가 총선 출마 목적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경찰을 떠난 지 무려 13년이나 됐고 이후 일관되게 정치인의 길을 지향했던 인물이 경찰로서의 전문성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12.3 계엄 쿠데타에서 노상원은 과거 자신과 인연이 있던 주변 인물들을 전현직을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끌어다 쓰는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후보 인물들 중에 과거 박근혜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던 인물인 박종준을 경호처장 직에 앉힌 것은 김용현 혹은 노상원일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박종준 처장은 계엄 사태와 무관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