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호헌 조치' 길 가는 윤석열…그 끝은
전두환과 닮은 꼴, 윤석열의 12·12담화
했던 말 뒤집으며 권좌 욕심 부린 권력자
4·13 호헌조치…독재타도 함성 키웠듯
12·12 담화도 '촛불'을 '횃불'로 만들 듯
무기징역 받은 내란수괴 전두환을 보며
12·12 담화 발표한 윤석열의 끝을 본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군사반란)을 일으킨 지 45년이 된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이하 12·12 담화)는 사실상 독재자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와 유사한 구석이 있다.
1987년 국민의 염원인 '대통령 직선제' 약속을 번복하고, 박정희 유신체제가 만든 '체육관 대통령제'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전두환과 같이, 윤 대통령은 닷새 전인 12월 7일 120초짜리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조기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닷새 만에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12·3 내란 이후 수세에 몰렸던 윤 대통령이 반전을 위해 국민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그는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탄핵과 구속 수사에도 거부의 뜻을 밝혔다. 대국민 담화에서 소리치는 모습은 발악에 가까웠다.
앞선 12월 7일 담화에서 밝힌 '당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 즉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국정운영을 맡기는 자체도 위법·위헌이라 애초 성립이 불가능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12·12 담화를 통해 그조차도 '폐기처분' 했다. 그는 자신이 다시 대통령 자리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는 듯 대놓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법률안 21건과 대통령령 21건에 서명했다. 물론 한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동 국정운영을 한다는 발표를 했음에도, 윤 대통령은 그의 고교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하는 등 인사권을 멋대로 행사했다. 12·12 담화는 '권좌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그의 진심(혹은 그의 부인의 진심)을 다시 확인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국회는 이날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은 또다시 자신의 부인이 저지른 온갖 범죄 혐의를 덮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자신의 권한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 '군통수권'을 이용해 어떤 군사적 조치를 할 지 알 수 없다. 국지 도발을 일으켜 탄핵 위기를 벗어나려고 할 수도 있다는 비극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이 본인의 잘못을 모두 부인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상황을 판단할 능력 자체가 결여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는 심야에 군대를 동원해 군홧발로 국회를 짓밟는 희대의 사태를 벌였음에도,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궤변을 여전히 늘어놓고 있다. "2시간 짜리"라서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정치권의 반응도 매우 격렬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입장문을 통해 "참담한" 심경을 밝혔고, 여당 대표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조차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담화가 이뤄진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한 대표는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였다"면서 즉각적인 직무 정지를 위한 대통령 탄핵을 제안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내란 수괴의 광기를 본다.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러한 비난에도 반성은 없이 "과연 지금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면서, 여전히 국민을 가르치려 들려는 모습이다.
윤석열의 12·12 담화는 내용 면에서도 37년 전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보다 더 후퇴했다. 전두환도 자기 멋대로 "후임자에게 정부를 이양할 것을 천명한다"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개헌 논의를 지양한다"고 말했지만, 최소한 국론 분열에 대한 우려라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사실상 피의자 신문조서에 가까웠던 담화문을 통해 자신의 범죄 혐의를 부정하고, 내란 동조자들로 하여금 나가서 탄핵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과 싸우라는 국론분열을 촉구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는 말은, 그를 지지하는 극우친일 단체로 하여금 선량한 대다수의 시민과 싸우라는, 또다른 '내란' '내전' 종용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4·13 호헌조치가 국민들의 "호헌철폐 독재타도" 함성을 더 크게 만들고 전두환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듯이, 12·12 담화 역시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촛불을 더 큰 횃불로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 등 1만 여명의 시민들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성난 민심을 보여줬다. 12·12 담화로 또다시 제 무덤을 판 윤 대통령이 갈 길은 탄핵과 구속이라는 두 가지의 길로 더욱 뚜렷해진 모습이다. 법원에서 조차 12·3 내란 사태에 대해 "위헌적 군 통수권 행사"라고 판단(천대엽 법원행정처장, 1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하는 마당에, 헌법과 법률에 의한 탄핵과 수사기관의 구속보다 '질서있는 퇴진'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4·13 호헌조치 당시에는 노태우의 6·29 선언이라는 짜여진 각본으로 출구를 만들었지만, 한동훈-한덕수 국정운영 구상이 사실상 폐기처분된 상황에서 또 다른 정치적 각본을 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때 정치적 거래를 했던 한동훈 대표조차 "탄핵 절차로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조속히 정리, 정지해야 한다"며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심야 회의까지 열어 윤 대통령의 출당과 제명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는 14일 예정된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 표결도 공개적으로 찬성 뜻을 밝힌 여당 의원만 7명이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의원까지 합하면 수십 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탄핵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 길을 따라간 윤 대통령이 어떤 결말을 맞을 지 모르지만, 내란을 범한 전두환이 결국 법에 의해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본다면 그의 미래가 조금은 그려진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한 때 "정치는 잘했다"며 찬양해 마지 않은 전두환이 군사반란을 일으켰던 그날(12월 12일) 담화를 발표하면서, 또 한 번의 '반란' '내란'을 꿈꿨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그와는 다르다는 점을 전두환의 말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97년 4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반란 수괴 및 내란 수괴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