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지연으로 무너지는 한국 경제

개인·외국인 투자자 증시 탈출 러시

탄핵 늦어지며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

노무현·박근혜 탄핵 때보다 위기 심각

KDI “비상계엄 아니라도 경제 힘들어”

윤석열 빠른 탄핵만이 시장 붕괴 막아

2024-12-09     장박원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환율과 증권시장,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분야에 돌이킬 수 없는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계엄선포 이후 계속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연기금 같은 공공자금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진단하며 경고한 말이다. 이날 주식시장과 서울 외환시장의 폭락 장세는 이 대표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주 윤석열의 위법·위헌적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에 이어 개인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환율 시장도 변동성이 컸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0원선을 뚫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을 계속 막는다면 금융시장 불안을 넘어 실물경제를 무너뜨리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하루빨리 내란 수괴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어디까지 붕괴할지 알 수 없게 된다.

 

 탄핵 정국으로 텅 빈 명동거리. 연합뉴스

원화 가치와 주가의 날개 없는 추락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426.0원에 출발해 상승 폭을 키웠다. 그러다고 오후 들어 1437원선을 돌파했다. 이날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 내내 내리막이었다. 코스닥 지수 하락 폭은 더 컸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78% 하락한 2360.58로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은 무려 5.19%나 폭락하며 627.01로 마감됐다. 이는 국민의힘이 국민의 뜻에 반해 윤석열 탄핵을 가로막자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한 탓이 크다. 개인 투자자들이 쏟아낸 매물이 하락 장세를 이끌었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 조원을 매도했던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섰으나 개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석열 탄핵이 확정되기 전까지 원화 가치 하락과 증시의 약세는 지속될 게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달러당 1450원으로 올렸다. 당분간 외국인 자금 이탈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근본 문제가 탄핵 정국이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 수장들이 연일 모여 비상대책 회의를 개최하며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나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비상계엄 사태 전후 코스피 추이. 연합뉴스

탄핵 정국 길어질수록 커지는 경제 위기

외국 언론과 외국 투자은행들은 불안정한 정세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경고성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불안정한 위기를 막더라도 정치적 마비는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위 증가와 더불어 파업과 더 폭력적인 형태의 반대 시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인터치캐피털마켓도 “한국 금융당국의 투자자 심리 안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탄핵 표결 불성립에 대한 일부 실망감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된 위험 요인으로 원화의 근본적인 추세는 여전히 하락세”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2006년에는 중국 경기 호황, 2016년에는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도움을 받았으나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겠으나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연합뉴스

국힘의 탄핵 방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추겨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공개한 ‘경제 동향 12월호’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아니라도 한국 경제가 매우 힘든 국면에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KDI는 건설 부문 부진과 숙박·음식업 등 주요 업종의 회복이 지연되며 내수 경기 침체한 상황에서 트럼프 2기를 맞아 국제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앞서 미국 유력 경제지인 포브스는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해 한국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증명됐다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포브스는 윤석열의 이기적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를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국 경제의 붕괴를 막는 해법은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윤석열의 자진 사퇴 또는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키고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정세를 안정화하면 된다. 탄핵을 방해한 국민의힘과 내란에 동조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공동 국정운영 운운은 불확실성을 한없이 지연시킬 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지금의 시장 흐름이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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