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탈출, 제발 분석부터 제대로 하라
맥 못추는 한국 주식시장, 잘못된 정부정책 탓
정부 한국은행 신뢰 추락, 한 술 더 뜨는 언론
국장 탈출은 개미투자자 아닌 공공부문이 선도
최악 수익률은 내수침체와 미래 불확실성 때문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몰빵 투자가 문제
가장 위험한 몰빵 투자는 부동산
정부의 주가 부양 노력이 무색하게 한국의 주식시장은 맥을 못추고 있다. 밸류업 정책 한다고 1년 내내 요란을 떨었고, 금투세를 폐지해야 주식시장이 살아난다고 야당을 협박하다시피 해 금투세를 폐지시켰지만 주식시장은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다.
때마침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가 발표되자 언론의 수사가 화려하다. 개미들의 국장 탈출에 대한 기사가 이어졌고, 심지어 아이큐 순서대로 국장을 탈출한다는 자조적인 인터넷 기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3/4분기에 해외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은 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발표된 것에 기반한 기사들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뢰 추락, 한 술 더 뜨는 언론
시장은 냉정하게 거짓말을 폭로했다. 밸류업 정책과 금투세 폐지가 주가를 부양할 것이라는 거짓말은 금방 들통났다. 한국 정부의 정책 능력에 대한 신뢰는 다시 한 번 추락했고, 시장은 준엄하게 이를 꾸짖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해도 주가는 추락하고 있다.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최후의 보루는 정부와 한국은행이고, 그 힘의 원천은 공신력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스스로 정책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기에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언론이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통해 정부의 실책을 덮고 문제의 본질을 밝히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마치 현명하지 못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좇는 개미투자자들 때문에 주식시장이 안 좋은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러면 정부 관계자들도 올바른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사실은 전혀 다르다.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팩트체크 1. 개미투자자들은 국장을 떠나지 않았다
개미투자자들이 국장을 떠났다는 통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 4년 간 한국 주식시장에서 일관되게 매도한 주체는 기관이다. 외국인은 매도하다가 지난 2년간 매수로 돌아섰지만, 3/4분기부터 다시 강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2021년과 2022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다 받아내며 코스피 시장에서만 134조 원어치를 사들였다. 작년에 코스피 시장에서 28조 원을 팔았고, 상반기에 30조 원을 팔았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기존의 보유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국장을 떠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훨씬 매도를 많이 한 기관의 문제를 먼저 짚었어야 한다.
팩트체크 2. 수익률 최악 이유는 내수침체와 미래 불확실성 때문
정부에서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주식가격은 미래의 수익 대비 현재가치에 대한 예상을 반영한다. 따라서 금년도 한국 주식시장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내수침체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민감형 경제가 되어 세계 경제의 경기를 선(先)반영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시장이 되기도 한다. 주력상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화학 등의 전망이 나빠지면서 한국 시장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자해적 재정정책으로 내수침체가 깊어지면서 내수 관련 주식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 주식시장만 좋기는 힘든데, 서민경제를 살리는 정책 대신 주가부양만 하려니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팩트체크 3. 국장 탈출은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주식투자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해외 주식투자를 이끄는 주체는 공공부문이다. 2023년 현재 해외 주식투자의 50% 이상은 공공부문이 차지하고 있고, 이를 국민연금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 국민연금은 분산투자의 원칙을 무시하고 국장에만 투자하다가, 어느 순간 해외에 투자해야 한다는 합리적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총 자산의 1/3이 해외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해외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액수가 크다 보니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결정된 해외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해외투자의 방향은 맞지만 환율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연금의 국장 탈출 속도가 합리적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팩트체크4. 개인투자자의 국장 탈출은 허구적 주장이다
전체 해외 주식투자 중에서 민간 부문은 50%가 채 안 된다. 그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40%가 안 된다. 즉, 전체 해외 주식투자 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민간 부문 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도 2019년에는 20%에 불과했다. 그러니 개인투자자들은 공공부문과 기관투자자들에 이어 해외투자에 나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해외 주식투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해외 주식투자가 편리해진 이유도 있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인의 해외 주식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나 기관들의 해외투자보다 뒤늦게, 그것도 상대적으로 액수도 적은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위주로 국장 탈출을 논의하는게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팩트체크 5. 해외투자는 금융 안정성을 높인다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금년 3/4 분기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9778억 달러로 1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경제의 금융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또한 한국의 대외투자는 그 나라 통화로 표시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원화로 표시된다. 최근 환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게 되면 외환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개미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분산투자를 통해 합리적 자산 배분을 하면서 동시에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기에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팩트체크 6. 국장 탈출이 주식시장의 침체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침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여 년 간 한국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2%에 불과한데 이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10여 년간 낮은 수익률을 보였고 미래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 된다. 10년간 평균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률이 낮다면 이는 구조적 문제이다.
구조적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성장률 하락, 기술 혁신의 둔화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 대주주의 전횡을 방조하는 주식시장 규칙으로 인해 개미투자자들은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최근에는 대표주식인 삼성전자조차 휘청거리면서 한국의 주식시장은 안정적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자연히 개미투자자들은 모험적이고 투기적인 도박성 투자에 몰리고 있다. 밸류업 정책이나 금투세 폐지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팩트체크 7.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몰빵 투자가 문제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권장할 사항이지만, 이들 투자가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해외 투자액 중 90% 이상이 미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의 실적이 좋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지만, 안정적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몰빵 투자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개인들은 투자액의 50% 상당을 10개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는 지극히 편중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소위 미국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종목에 집중하는 행태로 보인다.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집단적으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불행하게도 이런 위험한 투자에 대한 경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이 국장 탈출만 보도하고 있으니 정책 당국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위험한 투자 행태에 대해 정부 당국의 대책은 없어 보인다.
팩트체크 8. 가장 위험한 몰빵 투자는 부동산이다
미국 주식에 몰빵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행위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몰빵 투자이다. 현재 한국 가계의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고연령층의 경우는 80%를 넘고 있다. 빚을 얻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했고, 이것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큰 탓에 관련 산업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졌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대한 과다한 투자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부채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낮은 구조적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R&D 지원 자금과 벤처기업 지원 자금을 줄이는 대신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을 늘리니,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어렵다.
시작에 불과한 국장 탈출, 잘못된 정부 정책의 결과다
국장 탈출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국장 탈출은 국민연금과 기관이 주도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뒤늦게 뛰어들었다. 국장 탈출의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주식의 수익률이 낮은 탓이고, 주식 투자의 수익률은 미래의 성장률과 경쟁력에 달려 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과거 10여 년간 기술 투자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집중한 탓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률 제고는 마약과도 같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환율이 상승했어도 수출이 늘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를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 그런데도 건설경기 부양에만 몰두하는 정부의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쓰는 한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서둘러 국장을 떠나는 것이 개인의 자산도 지키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