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언론 인터뷰는 하면서 국정감사엔 못 나온다?

국감 증언 피하는 '김건희 공천 개입' 키맨들

"수사 중" 이유 대며 인터뷰엔 응하는 이중성

앞뒤 안맞는 불출석 사유서…강제구인 해야

동행명령장 발부했지만 이미 종적 감추기도

관저 공사 업체 '21그램' 두 대표, 사실상 도망

민주당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언대 세울 것"

2024-10-09     김민주 기자
언론 인터뷰엔 응하면서 국회 국정감사장 출석은 거부하는 명태균 씨.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지난 7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비롯해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들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은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야당에 반발해 국감장에서 퇴장하는 등 사실상 주요 증인의 불출석을 조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동행명령장 발부 등을 통해 이들을 국감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위는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 2022년 6·1 재보궐에서 공천을 받은 김영선 전 의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였던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불출석 이유서를 제출했다.

명 씨는 이유서에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검찰 수사 중이라 출석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유서에는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첨부했다. 김 전 의원은 불출석 이유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수처 4부에 배당되고, 회계 책임자가 2년간 7억 원 상당을 쓰고 정치자금 계좌를 유용한 형사사건이 수사 중"이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형사소송법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국회증감법)에 따라 불출석한다고 이유서를 제출했다. 불출석 이유서에 김건희 공천 개입 녹취를 공개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등을 고소한 기사도 첨부했다.

 

명태균 인터뷰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2024.10.9. 채널A 영상

국회 증감법상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고의로 출석요구서의 수령을 회피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히 수사를 이유로 국회 출석을 회피하고 있는 명 씨는 최근 보수 매체인  <동아일보> <채널A>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김 전 행정관 역시 정권 편향 방송으로 비판받는 <KBS>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자신들에게 우호적 성향의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국회의 증인 출석을 회피하는 것은 '불출석 사유'를 스스로 깨는 것과 다름 없다.

명씨 등은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행안위의 연락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행안위는 명 씨와 김 전 의원, 김 전 행정관 등을 오는 10일 열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상 국감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지만, 이들이 불출석을 예고하고 있어 신정훈 행안위원장(민주당) 명의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들의 증인 출석을 벼르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9일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엔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경우'를 포함한다"며 "이는 김건희 씨는 물론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증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는 경우도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위원장이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및 구조공사와 관련한 증인인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를 출석시키기 위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있다. 2024.10.7. 연합뉴스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종적 감춘 증인들

증인 불출석뿐 아니라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강제 구인을 회피하는 경우가 벌어졌다.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을 받고 있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김태영·이승만 대표는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김건희 씨의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의혹에 관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21그램은 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콘텐츠의 전시 후원사 중 한 곳으로, 두 대표에 대해 관저 공사 수의계약 경위 등을 따져 물을 필요가 있었으나 이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 대표는 국토위뿐 아니라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을 다루는 행안위의 행정안전부 국감 증인이기도 했다. 

국회 직원은 지난달 27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김 대표의 자택과 회사를 방문해 국감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편도 '폐문 부재'(문이 닫혀 있어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로 처리돼 반송됐다. 이는 처음부터 국감에 참석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불출석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국감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건희 씨는 윤 대통령과 순방을 떠났고, 국가 1급 시설에 대한 불법 하도급 특혜 의혹 당사자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신정훈 행안위원장에게 "공시송달 등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국감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하고 동행명령권을 발부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강제 구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입법조사관과 의회경호담당관실 관계자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21그램 사무실 근처에서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및 구조공사와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인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 집행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24.10.7. 연합뉴스

 

결국 행안위는 21그램 대표들이 국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자 동행명령장을 발부했고,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동행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국감 연기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오전을 의사진행발언으로 날리려고 작정했냐. 관저 공사 대부분은 비서실 업무로, 운영위에서 이 문제를 지적할 것"이라며 "이거 하나 때문에 20명이 준비한 질문을 하나도 못해서야 되겠냐"고 따져 야당 의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동행명령장 발부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하며 항의했고,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뭐가 두려워서 21그램 대표를 감싸려고 하는 건가"라면서 "김건희가 두려운 건지, 용산 대통령실이 두려운 건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행명령장은 발부됐지만 두 대표는 종적을 감췄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 소속 국회 행안위 위원들은 동행명령장을 전하기 위해 7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성동구 뚝섬역 부근 21그램 건물을 방문했으나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 의원은 동행명령 현장에서 "국회 여야 합의로 증인 채택한 사람들이 출석을 안 할 뿐더러 (출석요구서) 수령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말해 도망을 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관저 공사 의혹에 대해 필요한 증인으로 자격 요건을 갖추지 않은 업체가 어떻게 선정됐고 공사를 했는지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하는데 증인이 나오지 않는다"며 "다른 방법을 강구해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을 세워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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