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은 이미 김건희, 응급실 대란이 점령
명품 백 무혐의, 대통령 행세에 들끓는 민심
관저특혜 공사, 공천개입 의혹까지 점입가경
응급실 뺑뺑이에 추석 차례상 물가까지 최악
추석 직전 윤석열 지지율 20% 역대 최처치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더 따뜻하게 보듬기 위해 마음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13일 오후 3시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추석영상 중 부인 김건희 씨 발언이다. 한복을 입은 김건희 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나누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뛰어주신 덕분에 밝고 희망찬 내일이 열리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과 풍요롭고 행복한 민생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바람과 달리, 추석 '밥상 민심'은 김건희 씨의 각종 비리 의혹으로 이미 들끓고 있는 모습이다. 해당 영상을 다룬 포털 기사에도 "얼굴도 두껍다" "웃음이 나오느냐" "역겹다" "사진 내려라" "감방에 가라" "국민들은 피로하다" 등 거친 표현의 댓글이 대부분이다.
전 국민이 영상으로 지켜본 김건희 씨의 디올 백 수수는 명백한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임에도, 검찰은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들끓는 민심에 이미 기름을 부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도 밀실에서 검찰과 피의자 김건희 씨 쪽의 일방적인 의견만 듣고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김건희 씨가 마포대교에서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며 대통령처럼 경찰들에게 지시하는 장면은 성난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 명품 백 수수에 대해 무혐의를 받으니 대놓고 공개행보를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민심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듯 "여사의 행보를 정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적절하고 과하다"고 도리어 역정을 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약자와 소외계층을 돌보는 행보,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행보는 꾸준히 할 예정"이라며 "진정성을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김건희 씨의 행보가 진정성이 있든 없든 그에 대한 특검 수사, 검찰 수사 및 기소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 처분한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맡고 있는 2심 재판부가 지난 12일 전주(錢主) 손모 씨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김건희 씨에 대한 기소 여론은 다시 커지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시세조종이 더 크게 성공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어 피고인 입장에서는 범행을 방조할 유인이 되기도 한다"며, 전주 손 씨에 대해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는 김건희 씨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논리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 1심 재판에서 김건희 씨 명의 3개 계좌, 48건의 거래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고 인정됐으며, 재판 과정에서 주포 김모 씨가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투자자문사 임원에게 보냈고, 7초 후 김건희 씨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나온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김건희 씨와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주가조작으로 23억 원가량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시세조종을 크게 할수록 이득이 커져 주가조작을 방조할 유인이 김건희 씨에게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2월 도이치모터스 1심 재판 뒤 "전주 손모 씨의 경우에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같은 논리라면 '3일 매수'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사실이 인정될 리 없다"고 주장했지만, 전주인 손씨가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김건희 씨에 대한 추가 수사와 기소는 불가피해보인다. 다만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어 불기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립된다.
대통령 관저·집무실 공사 특혜 의혹도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2일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김건희 씨가 대표로 지낸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21그램'이 수의계약으로 관저 공사를 따낸 데에 대해 '위법사항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김건희 씨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다.
국가계약법 7조에는 '국가안전보장, 국가의 방위계획 및 정보활동, 그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김건희 씨 사업체 후원사를 맡았던 21그램이 선정된 것은 구조적으로 특혜로밖에 볼 수 없다. 21그램은 애초 관저 증축 및 보강 공사 면허가 없고 실내 건축공사 면허만 있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누가 21그램을 추천했는지에 대해 김오진 당시 관리비서관을 조사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으며, 김건희 씨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진술 과정에서 여사님이 언급된 적은 없다"고 했다. 관저 공사 불법·특혜 의혹에 대해 1년 8개월간 7차례나 감사를 연장한 감사원이 김건희 씨와 연관성은 전혀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김건희 씨의 특혜 수주 의혹은 추후 수사를 통해 가려낼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
명품 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저·집무실 공사 특혜 의혹 외에도 김건희 씨가 지난 4·10 총선 당시 여당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은 더 거세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5일 김건희 씨가 국민의힘 5선 중진이었던 김영선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과 함께 맞춤형 지역 공약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공천개입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법원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안이다.
정치권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미 총선 때부터 김건희 씨가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문자 메시지나 녹취록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에 이어 정부 및 대통령실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건희 씨가 대통령실 ○○수석 임명 당시 직접 면접을 봤다는 소문이 대통령실 기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다"고 전했다. 야당은 이미 공천 개입 의혹까지 담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추후 진상 규명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응급실 대란과 민생경제 파탄은 민심을 더 흉흉하게 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2000명 강행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응급실 뺑뺑이' 사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부산시 기장군의 한 공사 현장에선 추락한 70대 노동자가 4시간이 넘도록 응급 수술 병원을 찾다가 안타깝게 숨졌고, 지난 5일 광주 조선대 인근 벤치에선 쓰러진 20세 여대생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직선거리로 100m 정도되는 조선대병원 응급실을 가지 못하고 2㎞가 넘는 전남대 병원으로 이송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경기 파주시에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생후 4개월 영아가 응급실 뺑뺑이로 1시간 만에 서울 소재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다.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응급실 환자가 평소보다 3배가량 증가하는 추석을 앞두고 더욱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6~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추석 응급실 상황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는 질문에 응답자 87.8%가 '우려한다'고 답했고, 11%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사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자,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에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전화할 수 있는 정도면 경증이니 응급실에 오지 말라는 말이다. 경증 여부는 의료진이 파악할 문제임에도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 것이다.
추석 응급실 대책도 문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13일부터 경증 환자는 응급실 이용료의 본인부담금이 90%로 인상된다. 응급실 쏠림을 막기 위해 비용을 높여 병원 접근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방법을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밀어붙인 여·야·의·정 협의체는 정부가 기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을 고집하고,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정은 정치적 메시지만 내놓을 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 차례상 물가 역시 국민들을 한숨짓게 한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 28개 차례 용품의 품목별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인 기준 추석 차례상 소요 비용은 전년대비 9.1% 오른 28만 7100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품목 28개 가운데 23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특히 도라지, 고사리, 곶감, 대추, 밤 등은 1년 전보다 20% 이상 올랐다.
그러나 국민들의 체감 물가는 고통 수준에 다다랐음에도 정부는 '달나라'에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민생에 큰 부담이 되는 물가를 잡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시행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이 최근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차츰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 당시에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가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발표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20% 부정 평가는 70%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역대 최저치, 부정 평가는 역대 최고치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4월 총선 후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석 이후 1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여야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일제히 귀성객들을 만나며 '한가위 민심 잡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경부선 열차가 운행되는 서울역에 나가 여권의 텃밭인 영남지역으로 향하는 귀성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용산역에서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만났다. 응급실 붕괴 사태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여야 대표들도 이를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나눠준 팸플릿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꼬인 실을 풀어갈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용산역에서 귀성객들과 인사를 마친 뒤 "국민 여러분의 상황이 매우 어렵고, 불편한 점도 많을 것"이라며 "민주당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 건강·민생 회복'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렀다. 조국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지도부는 '탄핵의 달을 띄우겠습니다'라고 새겨진 어깨띠를 하고서 시민들을 만났다. 조 대표는 "민생이 어렵고 정치 상황 역시 많은 분노와 실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혁신당은 우리가 할 일을 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