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친기업 정책 무색…재무 악화에 채용도 뚝

대기업 채용계획 10년 만의 최저치 기록

하반기 채용 확정 10곳 중에 3.5곳 불과

세 자릿수 채용계획 밝힌 대기업은 ‘제로’

정기 공채·수시 채용 비중 줄고 인턴 늘어

30대 기업 부채 비율 늘고 유동성은 악화

2024-08-28     장박원 에디터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인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기업들 사정은 어렵기만 하다. 일부 기업인은 맥락에 맞지 않는 정부 간섭으로 오히려 경영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2022년 말부터 미국 등 주요국이 통화정책을 고금리 기조로 전환하며 기업들은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높은 금리로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데 그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30대 그룹도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유동비율은 낮아지는 등 재무 사정이 나빠졌다. 차입금 증가세다.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대기업집단 로고. 연합뉴스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인크루트는 올해 하반기 국내 기업의 채용계획 여부와 채용 규모, 방식 등을 담은 하반기 채용 동향 자료를 28일 공개했다. 7월 8일~31일 국내 808개 기업(대기업 103곳, 중견기업 117곳, 중소기업 588곳)을 조사한 결과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한 대기업이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채용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내 대기업 중에서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은 10곳 중 3.5곳(35.0%)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보다 43.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는 2014년 이후 인크루트가 실시한 역대 10년간 조사 결과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크루트는 “하반기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전보다 훨씬 어려운 취업 환경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 중에는 채용계획을 확정했다고 답한 곳이 50.4%로 대기업보다 많았다. 그러나 작년과 비교하면 4.0%포인트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47.4%가 채용계획을 확정했는데 전년 대비 10.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도 규모는 확 줄었다. 대기업은 한 자릿수 채용이 53.8%, 두 자릿수 46.2%로 나타났다. 세 자릿수를 뽑겠다고 답한 대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한 자릿수를 뽑겠다는 대기업은 23.8%포인트 늘어난 반면 두 자릿수를 뽑겠다는 기업은 23.8%포인트 줄었다.

 

 자료 : 인크루트. 2024년 하반기 채용 동향.

중견기업은 한 자릿수 채용이 57.1%, 두 자릿수가 40.5%, 세 자릿수 2.4%로 나타났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중견기업은 두 자릿수를 채용하겠다는 응답이 17.4%포인트 늘었다. 중소기업은 한 자릿수를 뽑겠다는 응답이 92.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 자릿수를 뽑겠다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한 곳도 없었다.

채용 방식은 정기 공채 22.6%, 수시 채용 61.9%, 인턴(채용 전환형 및 직무 체험형) 15.5%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수시 채용의 비중이 5.9%포인트, 정기 공채는 1.4%포인트 줄었고 인턴 비중이 7.3%포인트 늘었다. 인크루트는 “수시 채용이 줄었다는 점은 전반적인 채용 시장의 침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인턴이 늘어난 건 기업들이 신입사원 역량을 채용 전환형과 직무 체험형 인턴 제도를 통해 가늠해 보고 채용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올해는 대기업의 채용 확정 계획이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대기업이 채용계획을 지난해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계획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채용이 감소한 배경에는 재무 상황이 나빠진 탓도 영향이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상위 30대 그룹 계열사 중 상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301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상반기 부채총액은 3704조 9673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3293조 1889억 원보다 411조 7783억 원 급증해 1년 만에 부채비율이 171.7%에서 179.3%로 7.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대로 기업이 단기적으로 부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유동비율은 높아졌다. 30대 그룹의 유동자산은 지난해 1341조 1302억 원에서 올해 1416조 7294억 원으로 75조 5992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955조 6979억 원에서 158조 879억 원으로 102조 3900억 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유동비율은 140.3%에서 133.9%로 6.4%포인트 하락했다. 30대 그룹 중 21개 그룹이 1년 새 유동비율이 낮아졌다.

 

 자료 : CEO스코어. 500대 기업 차입금 의존도 변동 추이.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대기업 자금 사정을 엿볼 수 있다. 대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배터리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일수록 차입금 의존도와 규모가 컸다.

CEO스코어는 2023년 기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반기·사업보고서를 모두 제출한 279곳(금융사 제외)을 대상으로 차입금 규모와 의존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2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28.0%로 늘었다. 이는 2022년 4분기(27.4%) 대비 0.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조사 대상 기업의 올해 2분기 총차입금 규모는 1040조 9461억 원으로 2022년 4분기에 비해 110조 688억 원 증가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을 의미한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을수록 금융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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