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국힘" 한 마디에 '2개월 태업' 국방위 꼴불견
수사외압, 오물풍선, 기밀유출 등 현안 쌓였는데
여야 합의 일정 아니라며 국방부 장관도 안 불러
'정신나간 국힘' 두달전 발언 끄집어내 '네탓 공방'
"입으로만 안보 외치지 말고 장관부터 불러라"
여당 위원장 상임위들 개점 휴업 …문제 심각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을 비롯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국군 정보사령부 블랙요원 명단 기밀 유출까지 최근 국내외 안보 상황이 위태롭지만, 국회 국방위원회가 22대 국회 개원 뒤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다가 2개월 만에 처음 문을 열었다.
국회 국방위는 1일 오전 10시 제1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동의로 상임위를 열 수 있다는 국회법 제52조 3호에 근거해 야당 의원들이 직접 소집해서 열게 됐다. 22대 국회 개원 63일 만이다.
앞서 국방위는 지난달 3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전날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한국과 일본이 동맹이라고 논평한 국민의힘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고 비난했고, 국민의힘이 김 의원 사과 전까지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집단 반발하면서 상임위도 중단됐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향해 "쥐약 먹은 놈들"이라고 말한 녹취가 보도됐을 때 국민의힘 의원 누구도 항의하거나 반발하지 않았지만, "정신나갔다"는 한마디에 국회까지 마비시킨 것이다. 김 의원 발언 이후 박찬대 원내대표가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유감 표명까지 했지만, 국방위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당시 국방위 취소에 김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을 찾아가 개의를 요구했지만, 성 위원장은 "지금 회의를 열 수가 없다"며 "김 의원의 국회 발언에 사과하라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사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국방위가 열렸지만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간 합의된 일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방위원장이 출석요구서조차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위원장은 "(간사가 없어서) 합의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며 "오늘 회의는 간사부터 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22대 국방위가 열렸는데, 반쪽으로 열려서 너무 유감이다. 장관이나 정부 측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저희들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개의 전에 국방부 업무보고와 현안질의까지 요구했다. 그럼에도 성 위원장은 이를 묵살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법 49조의2(일하는 국회법)를 보면 상임위는 매월 2회 열게 되어있다. 국방위원들 모두 국회법을 위반했다"면서, "국방위원장과 양당 간사는 두 달 동안 열리지 않은 책임을 지고 동시 사퇴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왜 국방위를 열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작년 8월 7일 성 위원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2회 통화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18회 통화했다. 앞에 앉은 모 의원(국민의힘 임종득 의원 지칭)도 통화했다. 본인과 대통령실 방탄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국가안보실 2차장 출신인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국방위가 안 열린 책임을 국방위원장한테 돌리는데 적반하장 아니냐"며 "7월 3일 열리기로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냐. (김병주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서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정신 나갔으니까 정신나갔다고 하는거지 뭐 잘못된 건가"라며 끼어들자, 임 의원은 "내가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고성을 질렀다.
임 의원은 "4성 장군까지 달았던 사람이, 한미동맹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연합사 부사령관까지 했던 사람이, 한일간에 동맹이 아니라 군사협력관계있다는 거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 대변인이 한 번 잘못한거 가지고 우리가 사과하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에 그걸 문제 삼아서 의도적으로 한 게 뭐냐"라고 따졌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정신나간 의원이라는 소리들었을 때 상당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신나간 의원들이 있으면 국방위 활동하겠나"라며 "김 의원이 전에 (국민의힘)당에서 요구했듯이 그 부분에 대해서 정중한 유감의 표명이라도 하시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군 첫 소장으로 진급한 육군 출신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지난 7월 2일 대정부 질의를 하기 위해 초선의원으로 4박5일 밤새다시피 준비했다. 1분 31초만 있으면 제가 할 거라고 대기석에서 준비했다. 바로 그 순간에 정신나간 국힘 국회의원을 말했다"며 "야당의원이 생각하실 땐 별 거 아닌 발언이겠지만, 정신나간 국회의원이란 말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보사 기밀유출 사건으로 우리 군 휴민트(HUMINT·인적 정보)가 전멸할 위기"라며 "기밀유출 사실이 인지된 지 6개월 넘었다는데 군에서 뭘 한 건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군 기강이 해이됐다, 나사가 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입버릇처럼 '안보는 보수'라고 말하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국회 업무보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최고기밀이 적에게 다 노출되어도 쉬쉬하면 가짜보수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나. 이번 기밀유출도 전 정부 탓하고 있다"며 "개원한 지 두달 넘었는데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무턱대고 덮고 숨기는 게 아니라면 정부·여당이 국민께 한 약속처럼 업무보고와 함께 현안질의가 이뤄지도록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국방위가 열려서 국회가 역할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야당 간사를 물고 늘어지면서 사과 핑계로 국방부 장관을 부르지도 않을 정도로 무책임하고 한가한가 묻고 싶다"며 "본회의장에서 한미일 군사협력 문제를 지적하면서 힐난한 발언을 물고서 야당 간사 사과 전에는 상임위를 못 열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지금 김병주 의원 사과 문제가 급한 건지 현재 국방위기, 현안에 대해서 국회로서 따져볼 일이 급한지에 대해서 판단해주시면 좋겠다"며 "제가 아는 바로는 22대 국회에서 다른 상임위원회가 다 열렸고 국방위가 거의 현안질의를 못한 유이(唯二)한 상임위로 아는데, 오늘 상임위원장이 향후 계획을 밝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방위원회는 오전 회의에서 민주당 간사로 김병주 의원을, 국민의힘 간사로 강대식 의원을 선임했다.
추가로 국방위 내에 법안심사소위, 예산결산소위, 청원소위 등을 구성하려고 했으나 관행대로 4 대 3으로 의원 수를 하자는 위원장의 의견에 민주당이 22대 국회 의석수를 고려해 5 대 3으로 하자고 맞서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성 위원장은 소위 구성 문제는 양당 간사가 재협의하기로 하고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에서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정보사령관 등 정부 관계자 출석 문제도 결정될 예정이다. 협의에 따라 다음 주로 상임위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
한편 일하는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는 매월 2회 소위원회는 매월 3회 이상 개회토록 했지만,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들 대부분이 개점 휴업 상태로 나타났다.
이날 첫 회의를 가진 국방위 외에도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외교통일위원회(위원장 국민의힘 김석기)도 전체회의를 단 한 차례 가졌다.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국민의힘 이철규)도 동해 석유·가스전 논란, 티메프 사태 등 여러 현안이 있음에도 두 달 간 세 차례만 열렸다.
국회법에 따라 개회 횟수를 달리 정할 수 있는 정보위원회(위원장 국민의힘 신성범)와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국민의힘 이인선)도 각 2회만 열려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