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오면 뭐하나…'비경제활동' 대졸자 역대 최대
상반기 대졸 '비취업자' 400만 넘어…청년층 급증
일할 능력이나 의사 없는 사람 4명 중 1명은 대졸
청년층 첫 일자리, 계약기간 1년 이하 30% 넘어
임시·일용직 등 단기 일자리 비중 40%…역대 2위
정부는 지표 개선됐다지만 양질 일자리 감소 영향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하거나 포기한 청년층이 크게 늘어 60만 명에 육박했다. 이런 영향으로 비경제활동인구 중 대졸자가 역대 최대인 400만 명을 넘어섰다. 취업한 청년층도 계약 기간 1년 이하의 임시·일용직의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고용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억지소리와는 딴 판으로 고용시장, 특히 청년층과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7만 2000명이 늘어난 405만 8000명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일을 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는데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을 말한다.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했거나 육아·가사·연로·심신장애 등으로 구직 시장을 떠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이 크게 늘면서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상반기 기준으로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대졸자의 비중은 크게 늘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일도 없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 4명 중 1명이 대졸자라는 얘기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1년 상반기(404만 8000명) 처음 400만 명을 넘었다가, 이듬해 큰 폭(-13만 6000명)으로 반짝 감소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대졸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20대 청년층이다. 올해 상반기 대졸 이상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7000명 늘어난 59만 1000명이다. 특히 20대 후반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주로 도소매·사업시설 관리 등 업종에서 사무직·단순노무직·임시직 종사하다 일자리를 잃거나 재취업을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전문가나 기술이 있는 고학력자는 일자리를 잃어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지 않고 구직 시장에 남아 '실업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있던 고학력자일수록 구직을 포기하거나 재교육 등을 위해 구직 활동을 접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청년·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상당 부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결국 저학력자에 비해 고학력자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하고 그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KOSIS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취업한 청년층 376만 5000명의 첫 일자리는 임금근로자가 97.5%로 전년 동월보다 0.4%p 감소했다. 대신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는 각각 0.1%p, 0.3%p 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임금근로자 가운데 계약기간이 1년 이하가 118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p 늘어난 31.4%에 이른다는 점이다. 첫 일자리로 시작한 청년의 비중이 역대 최고이며, 10년 전(19.5%)보다 11.9%p 늘어났다.
계약 기간 1년은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인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상용직, 1개월 이상 1년 미만이면 임시직, 1개월 미만이면 일용직으로 분류된다.
아르바이트 등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일시적 일자리의 비중도 7.7%였다. 따라서 계약기간 1년 미만과 일시적 일자리를 포함한 상대적으로 불안한 일자리의 비중이 39.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는 10년 전보다 7.3%p 높아진 것으로 지난 2021년(40.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청년의 첫 일자리 가운데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은 5.8%로 지난해(5.7%)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의 비중은 52.6%로 1.4%p 줄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인 이들 두 형태의 비중이 58.4%로 10년 전보다 6.7%p 낮아졌다.
결국 정부 당국이 청년층 고용률이 개선되고 있고 실업률을 낮아지는 등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발표가 무색하게도 일자리의 질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청년층이 기대하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 비중이 줄어들면서 첫 취업까지 소요된 기간이 11.5개월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후 가장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