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휴대폰 비번 알려줄 의사 있지만 기억 못해"

[탄핵 청문회] "공수처 수사 협조하겠다"며 황당 답변

임성근,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증인 선서 거부

이종섭 "02-800-7070 번호, 누군지 말 못 한다"

주진우 "7070번과 44초 통화…어떻게 기억하나"

청문회 시작부터 몸싸움…전현희 얼굴·허리 다쳐

2024-07-19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선서 거부 이유를 밝히고 있다. 2024.7.19. 연합뉴스

[기사 종합 : 오후 2시 15분]

채 해병 순직 사건 당시 부대 지휘관이자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 휴대전화 번호의 비밀번호를 알려줄 의사는 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의 발언에 국회에선 실소가 터져나왔다.

임 전 사단장은 '채 해병 순직 1주기'인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수처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냐"는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질의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도 압수물로 확보했지만, 비밀번호 잠금을 풀지 못해 수개월간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임 전 사단장 자신은 부하의 죽음에 혐의가 없고 구명 로비와 관련없다면서 정작 휴대전화 열람은 막고 있다.

박 의원이 "본인이 진실되고 억울함이 많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왜 그것을 거부 하느냐, 동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임 전 사단장은 "저도 동의하고 싶고 알리고 싶은데…"라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공수처에 비밀번호를 알려줄 의사는 있냐"고 재차 질문하자, 임 전 사단장은 "알려줄 의사는 있는데,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 회의장 내에서는 임 전 사단장의 답변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박 의원도 "하하하하"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아주 특이한 분을 만난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압수수색 이후 개통한 새 휴대전화를 국회에 제출해 검증받을 수 있느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는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청문회에 이어 이날 청문회에서도 증인 선거를 거부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증인은 임 전 사단장이 유일했다. 지난달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증인 선서를 했다.

임 전 사단장은 증인 선서 거부 이유에 대해 "수사 중인 고발 사건과 관련해 수사 기관에 그릇된 사실 관계 및 법리 판단으로 공소제기 및 공소제기 당할 위험성이 남아있는 상황으로 증언 거부권이 있다"며 "하지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진실에 입각해서 성실하게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오전에 증인 선서를 거부했으나, 오후에 다시 증인 선서를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이자 공익신고자인 김규현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으나, 증인 요청을 해 선서를 함께 했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2024.7.19. 연합뉴스

이종섭 "02-800-7070, 누군지 말 못한다"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실 경호처 전화로 확인된 02-800-7070 번호를 누가 사용했는지에 대해 박 의원이 묻자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장관이 대통령이든 참모든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수사에 대통령이 격노했던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은 경호처 02-800-7070번과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이 통화하던 시각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해병 사망 수사결과 브리핑 보류 및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직전이었다. 박 의원이 "(대통령 경호처 전화에 대해) 말 못할 사정이 여전히 있다는 거군요"라고 말하자, 이 전 장관은 "네, 그렇다"고 대답했다.

청문회 증인 신문을 앞두고, 02-800-7070 번호로 전화를 받았던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에 대한 추궁도 있었다. 주 의원은 수사외압 사건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사단장 수사에 대한 '대통령 격노'가 있었던 지난해 7월 31일 경호처 02-800-7070번과 44초간 통화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주 의원은 증인석에 서야 할 사람"이라며 "주 의원을 (상임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고, 주 의원은 "1년 전에 대통령실 일반전화로 (걸려 와) 제가 44초간 통화를 했다는데, 일반전화 한 통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저에 대한 의혹 제기가 근거가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정청래 위원장이 "02-800-7070번으로 통화했는데, 누구랑 통화했는지 밝힐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편파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정  위원장이 "밝힐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주 의원은 "1년 전에 44초 통화한 것, 일반전화로 통화한 것을 다 기억하느냐"고 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윤석열 탄핵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에게 회의장 입장시 얼굴을 다쳤냐고 물어보고 있다. 전 의원은 "법사위 입장 과정에서 신원불명의 누군가가 위력을 가해 허리를 다쳤다"고 밝혔다. 2024.7.19

국힘 법사위 시위에 전현희 얼굴 다쳐

이날 법사위는 여당의 방해로 시작부터 소란이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사위 회의장 복도에서 '윤석열 탄핵 청문회'를 규탄하는 연좌 농성을 벌이며 "누굴 위한 탄핵인가, 탄핵정치 중단하라" "절차 없고 꼼수뿐인 위법청문 중지하라" "권한남용 직권남용, 정청래는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 성일종 의원 등은 법사위 위원도 아니지만, 회의장에 난입해 '탄핵정치 중단하라'라고 적힌 종이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도 노트북 앞에 '꼼수청문 원천무효'라고 적힌 팻말을 부착했다. 야당이 부착하면 떼라고 하던 팻말이다.

정 위원장이 법사위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려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사위에 참석하려는 민주당 의원들 일부가 뒤엉켜 넘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오른쪽 뺨에 상처를 입고, 허리와 발 등을 다쳤다.

정 위원장은 전 의원의 부상과 관련,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며 "어떻게 법사위 회의하러 회의장에 들어오는 의원을 물리력, 폭력을 행사해서 고통스럽게 하느냐"고 했다. 국회법 166조에 따르면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폭행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곽규택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위원장이 (폭행 당한 것을) 확인했느냐"고 따지며 항의했고, 박균택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사과 먼저 하라"고 반박하면서 장내에 소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박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어디서 삿대질이야"라고 하자, 박 의원은 "당신들 공범이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오전 윤석열 탄핵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야당의 청문회 강행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4.7.19. 연합뉴스

전 의원은 "법사위원장과 (회의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진입을 막은 신원불명의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들이 있있던 걸로 기억한다"며 "들어오는 과정에서 밀치고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제 오른쪽 뺨을 누군가가 때린 기억은 정확히 나지 않지만 위해가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그 과정에서 (얼굴뿐만 아니라) 허리를 다쳤고 오른쪽 발 전체에 굉장히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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