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무역흑자 80억달러, 45개월 만에 최대라지만…
수출 증가율 반토막에 수입 감소율은 4배로
원자재 수입의존형 산업구조상 우려감 상존
6월 수출 증가율 5.1%로 전달의 절반 이하
수입은 7.5% 줄어 다시 감소율 급증 추세로
6월 무역수지가 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년 가까운 45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마냥 반가운 흑자만은 아니다. 수출 증가율이 전달의 절반 이하인 5.1%에 그쳤고, 수입이 7.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적게 써서 생긴 흑자여서 해외에서 수입한 원자재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로 보면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출 증가세 지속은 물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6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5.1% 늘어나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핵심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34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작년 12월 이후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중인 가운데 6월에는 다시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이 됐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은 57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했다. 작년 10월 이후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시현했다. 하지만 증가율은 지난 4월 13.6%, 5월 11.5%의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지난달 수출 증가에는 최대 수출품이 반도체의 기여가 컸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달보다 50.9% 증가한 134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8개월 연속 증가이고, 월간 수출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도체 수출이 이처럼 호조를 보인 것은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제품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AI 붐 덕분에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수출액은 88억 달러로 85% 증가했다. 시스템반도체 수출액도 41억 달러로 9% 증가했다.
두 번째 수출품인 자동차는 6월 조업일수 1.5일 감소 등 영향으로 작년 동월보다 0.4% 감소한 62억 달러였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6월 이차전지 수출은 20.5% 감소했다. 또 글로벌 업황 부진 속에서 철강 수출도 24.3% 줄었다.
지역별로는 미국 수출이 작년보다 14.7% 증가한 110억 2000만 달러를 나타내면서 역대 6월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다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 중국 수출은 107억 달러로 4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1.8%에 그쳤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 자리를 미국과 중국이 번갈아 차지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 중국 교역이 크게 둔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 작년부터 한국의 대미 수출이 강한 증가세를 보여 월간 대미 수출은 작년 12월 20여년 만에 대중 수출을 앞질렀다.
6월 수입액은 49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7.5% 감소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넘게 감소세를 지속해 온 수입액은 13개월 만인 올해 4월 5.4% 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인 5월 –2.0%로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고,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네 배 가까이 불어났다.
에너지 수입액의 경우 가스(-2.5%)·석탄(-25.7%)은 줄었지만 원유 수입액이 8.2%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0.4% 소폭 증가했다. 비에너지 수입의 경우 자동차(-39.6%), 전화기(-6.7%) 등 소비재 중심의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로써 6월 무역수지는 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9월(84억 2000만 달러) 이후 45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월간 무역수지는 작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023년 부진을 겪던 반도체 등 IT 품목 수출과 대중국·아세안 수출이 올해 크게 반등하는 가운데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 중인 자동차와 미국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우리 수출이 회복을 넘어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달성이라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