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이익만 챙기는 재벌기업은 주가 안 올라"
일반주주와 이해 일치했을 때 수익률 3배
기업가치 제고는 재벌 지배구조 개편이 답
지배주주 자기 지분 매수 때가 투자 기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지배주주 지분 변동 등을 바탕으로 이들 종목을 선정해 최근 5년간 주가 수익률을 비교해 본 결과다.
한국ESG연구소(KRESG)가 26일 공개한 ‘밸류업 투자 및 Engagement(관여) 전략’에 따르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50개 종목의 2019년 1월 말에서 2024년 5월 말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12.4%로 코스피 평균(3.4%)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투자자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연구소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500위 이내 기업이면서 과거 20일 평균 거래대금이 10억 원 이상이고, 상장 후 13개월이 지난 KRESG 지배구조 등급 ‘B+’ 이상인 기업 중에 종목 50개를 선정했다. 종목 선정일 기준 과거 6개월간 최대 주주(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변동에 더해 지분율 5% 미만 임원 지분 변동에 근거해 이해관계 일치 여부를 판단했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인 ‘백테스팅’ 기법을 채택한 것이다. 종목 선정일 기준 과거 6개월간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자기 회사 지분을 사들였다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신호로 보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대상 해당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리밸런싱 주기 6개월)는 연평균 12.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 평균인 3.4%과 비교해 3배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각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도 10.4%에 달했다. 조사 기간 코스피 누적 상승률은 19.6%에 불과했으나 50개 기업의 동일 비중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86.6%, 시총 비중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69.7%로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지배주주·일반주주 이해관계 일치한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하락장에서도 우수한 방어율을 보였다. 지난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코스피가 24.9% 하락했으나 연구소가 선정한 50개 종목 포트폴리오는 동일 비중의 경우 21.2% 내렸고, 시총 비중에 따라 구성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6.2% 하락했다. 두 포트폴리오 모두 평균 하락률보다는 우수한 방어력을 보인 셈이다.
연구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사회와 임원들의 의사결정이 지배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해관계 일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기업설명(IR) 미팅, 계획, 목표, 예상, 인터뷰 등 말보다 지분 매수라는 행동을 파악해야 한다”며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자기 회사 주식 매수는 단기적으로는 저평가 여부를, 장기적으로는 이해관계 일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 불일치 해소를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관여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준수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