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앞장서는 '2차 가해'…일베·조선일보식 극우 수법

이태원 참사 희생자·유족들 모욕 발언 끊임 없어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한 몫 챙기려"

광주민주화운동·세월호 매도한 행태의 연장선상

유족들 울분 "당신들이 패륜 집단" "극렬 보수"

2022-12-13     김호경 에디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리고 있다. 2022.12.13.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하는 여권 관계자들의 발언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패륜'과 '2차 가해'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는 조선일보 및 일베 부류와 맥을 같이 하는 윤석열 정권의 극우적 속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팔아 장사한단소리 나온다", "나라구하다 죽었냐" 등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배설했다. 김 의원은 전날인 11일에도 "시체팔이 족속들" "나라구한영웅이니?" "엔간히들 쫌!!" 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23일에는 유가족들의 첫 기자회견을 두고 "XX라는 자가 말 뽄새가 뭐 저런가?!!! 지 XX를 두 번 죽이는 저런 무지몽매한 XX가 다 있나?!! 저런식의 생떼작전은 애처롭기는커녕 자식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으로 보인다. XX 당신은 그 시간에 무얼했길래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것이 있는가?!!!"라고 막말을 적나라하게 쏟아냈다.

시민들과 정치권 질타가 빗발치자 김 의원은 13일 오후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잘못된 글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시민 여러분들, 유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회의장 밖에서 취재진이 관련 질문을 하자 무성의한 말투로 "이런 일은 또 처음이네" "제가 공인인 줄을 깜빡했네요" "제가 공인인 것을 인지를 못하고 한 발언이라서 죄송하다고요"라며 별 반성이 안 보이는 날 선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그날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만 있었던 게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m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300m' 발언의 출처는 마약이나 독극물 등 압사 외에 다른 원인의 사인 가능성을 언급한 인터넷 기사로 알려졌다.

송 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도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 보면 시신들 부분에 문제가 있다 해서, 혹시 마약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가 우려를 하는 내용들도 많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구급차 이송을 위해 희생자들을 참사 현장에서 100m 이내, 가장 멀리 떨어져도 130m 정도 거리에 잠시 옮겼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수본 측은 "마약 등의 사인 가능성은 고려하지도, 파악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음모론을 공식 제기했다는 얘기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페이스북 화면 캡처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11일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 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됐나요??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깁니까?! 언제부터 자유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버이 수령님'이 되었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페이스북 다른 글에서도 "국가도 무한책임이지만, 개인도 무한책임이다. 왜 부모도 자기 자식이 이태원 가는 것을 막지 못해 놓고 '골목길에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넣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인지"라며 "이런 남탓과 무책임한 모습이 반복되는 한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듯 상식 밖의 저열한 발언들을 상습적으로 내뱉은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창간한 극우 성향 자유일보 논설위원을 지내며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온달과 평강공주에 빗댄 칼럼들을 게재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밀린 화대'라고 표현하고,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 '조선시대 여성 절반이 성노리개' 등의 발언으로 큰 물의를 빚자 사퇴했다.

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식이 있던 10일 페이스북에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정쟁' '횡령' '종북' '재난 앞에 성숙' 등을 운운하는 막말로 역시 파문을 일으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직후부터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등 망언 제조기로 악명을 떨쳤다.

이들의 발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북한 특수군 또는 북한 측 사주를 받은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폄훼하는가 하면 희생자들의 주검 사진을 두고 "햇살 봐라. 날씨 죽이네. 홍어 좀 밖에 널어라"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 왔다, 착불이요" 등 패륜을 일삼은 극우세력, 일간베스트(일베) 행태와 동일선상에 있다.

또 <세월호 유족들, 국민 눈에 비친 자신 모습 돌아볼 때> <대통령 거부한 세월호 유족들, 대한민국과 등지겠다는 건가>라는 사설을 비롯해 무수한 기사와 칼럼 및 사설로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집요하게 유도했던 조선일보 수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수구 정권 비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들을 고립시키고 위축시키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소시오패스 성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집권세력의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인 언행에 유족들은 수없이 울분을 터뜨리며 절망하고 있다.

"명단 공개하는 게 패륜입니까? 예? 당신들이 패륜 집단입니다." "장제원, 정진석, 김기현, 권성동! 윤석열 대통령한테 그렇게 잘 보이고 싶으십니까? 인간으로서 우리들한테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당신들은 했습니다. 짐승도 그렇게는 안 했을 거예요." (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

"다른 사인(死因)을 찾아 정부의 부담을 덜고자 희생자에게 프레임을 씌우려고 샅샅이 뒤진 사실을 아십니까? 그런데 무엇 하나 제대로 나온 것 있나요. 뜻대로 안 되어 초조하십니까? 그런 언행을 덧씌우기로 태세 전환하셨습니까? 극렬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싶은 겁니까?" (고 이지영씨 아버지 이정민 씨)

"대통령은 사과를 했는데 왜 자꾸 사과하라고 하냐고 말이 나오더군요. 언제 하셨습니까. 종교 행사에 가서 유감을 표시했지, 아이들에게 추모를 했다고 하는데 어디에 하셨습니까. 국화꽃이 슬프다고 합니까? 국화꽃이 억울하다고 합니까? 새끼 잃은 어미는 절규합니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고 박가영 씨 어머니 최선미 씨)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0일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에게 덧씌워지는 말도 안 되는 오명에 분노하며, 이후 행해지는 모든 2차 가해에 대해 조금의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책임이 따를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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