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법원 경고장 받은 '2인 방통위'…야당이 멈춰 세워야
법원 "YTN 민영화 2인 체제 승인 위법성 여지"
작년 MBC 방문진 소송 때도 법원이 같은 지적
방통위 '2인 체제'로 공영 방송장악·언론탄압 강행
민주당 "엄중 경고"…위법·파행 운영 막을 방법은?
여야 추천 위원 5인 합의제 원칙을 무시하고 여당 측 2인만으로 제멋대로 운영해온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 법원이 최근 또다시 경고장을 보냈다. ‘2인 체제 의사결정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 12월에도 방통위 2인 체제 '위법'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법을 무시한 방통위 폭주가 계속되고 있는 것인데, 다른 곳도 아닌 국가기관이 이렇게 계속 법을 위반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 23일 YTN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YTN 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 승인한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2인 체제 방통위가 이 승인을 의결한 것은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이 YTN 대주주로서 YTN의 기업가치를 하락시킬 것이라는 '현실적·구체적 근거를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2인 체제 방통위의 YTN 대주주 변경 결정이 '위법적 요소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법원이 방통위의 2인 체제에 대해 위법성을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고법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제기한 후임이사 임명 효력정지 소송에서 “방통위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고(중략)…방통위는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방통위 2인 체제가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5인 위원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그러나 현재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만이 회의를 열어 의사결정 과정을 처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하고 임명한 위원이다.
지난해 8월 이동관 위원장 재임 중에 여야 추천 3인의 임기가 모두 끝났으며, 민주당이 국회 의결을 거쳐 최민희 전 의원(현재 22대 국회 당선자)을 추천했으나 윤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해 취임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재 야당(민주당) 추천 2인, 여당(국힘당) 추천 1인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은 계속 2인만의 회의를 열어 의사결정을 강행해 왔다. 야당 추천 위원 없이 윤석열 대통령 추천 위원으로만 방통위 운영과 의사결정을 밀어붙여온 것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한 안건 중에는 공영방송 장악을 목적으로 한 인사결정이 수두룩하다. MBC 사장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임기가 남은 방문진의 야권추천 인사를 해임하거나 그 자리에 친정권 성향인사를 임명해 왔다. 법인카드 2천원 초과사용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EBS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기도 했다. 준 공영방송이었던 YTN을 느닷없이 유진그룹에 넘겨 사영화한 뒤 사장을 교체한 것도 '2인 체제' 방통위였다. 임기가 남은 KBS 이사장을 강제 해임한 뒤 박민 사장의 관제방송을 만들어낸 방통위 결정은, 2인 체제는 아니었으나 이동관 위원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방통위 '2인 체제'는 이처럼 윤석열 정권 공영방송 장악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두 명이 거리낌 없이 방송장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야당 추천 위원에 대한 임명을 미루고 거부한 이유도 이렇게 '친정권 인사' 2인 체제만으로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정권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비판 언론에 대한 무도하고 무차별적인 탄압에 나서고 있는 방심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국회의장) 추천 위원 임명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하고 류희림 위원장 등 친정권 인사들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비판언론에 대한 마구잡이 심의 · 징계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지난해 법원이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 경고를 처음 제기했을 당시에도 언론계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2인 체제로는 사실 ‘위원회’라고 부를 수도 없다”면서 “향후 방통위는 5인 체제를 제대로 갖추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운영의 법적 토대가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추천 방통위원을 거부당한 민주당은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했고 그런 야당에 대해 민심은 지난 총선에서 표를 몰아줬다. 그런데도 이동관 후임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김홍일 위원장은 '2인 체제'를 계속 끌고가면서 위법적이고 파행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가 두 차례나 위법성을 제기했는데도 이 정부의 방통위는 눈도 깜짝 않고 있다. 야당과 언론계, 시민사회의 비판도 못들은 척 아무 반응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24일 낸 성명에서 “법원이 재차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지적했다”면서 “법원의 잇따른 위법성 지적에도 2인체제 의결을 강행한다면 고의성이 가중돼 더 심각한 법 위반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야당은 지난해 방통위원을 추천했다가 대통령 임명 거부로 무산된 뒤 새로 2명의 야당 몫 위원 추천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야당 추천 위원 2명과 여당 추천 위원 1명이 들어가도 결과적으로 여야 3대 2의 구조여서 방통위 폭주를 막지 못할 것이니 그럴 바엔 아예 추천을 포기하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야당이 법에 정해진 방통위원 추천 권한에 따라 조속히 2인을 추천하든, 김홍일 위원장 탄핵이나 법적 소송을 통해 방통위 2인 체제를 중단시키든, 혹은 법 개정을 통해 방통위 재편에 나서든, 국가기관의 위법적 운영과 언론 황폐화를 중단시키는 조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위법한 2인 체제 방통위의 언론장악 칼날이 오는 8월말 방문진의 이사진 임기가 끝나는 MBC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