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이재명 중심 단결"…김부겸‧고민정도 '통합' 방점
총선 D-30…민주, 빠른 속도로 '단일대오' 정비
계파 갈등 불씨 남았지만 '정권 심판' 한데 뭉쳐
임종석 "이재명이 흔들리면 당 무너져…백의종군"
김부겸, 선대위 합류…"친명‧친문이란 말 버리자"
이재명‧이해찬과 '3톱 체제'로 외연 확장 극대화
최고위 복귀한 고민정 "생각 달라도 꼭 연대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30일 남겨두고 '통합과 심판'에 중점을 둔 단일대오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소위 '비명'계 의원 일부가 반발하고 언론이 이를 '학살'로 연일 대서특필하며 여론에도 악영향을 끼쳤으나 빠른 속도로 당 안팎 분위기를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데 뭉치는 기류가 역력하다. 계파 갈등의 불씨가 잠복해있기는 하지만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절대 가치 아래 곧 통합 선대위를 가동하면서 지지층을 다시 단단히 규합하고 중도층과 개혁적 보수층까지 기반을 확장하는 데 남은 시간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오전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한 줄짜리 짤막한 입장을 발표한 지 일주일만이다. 이번엔 비교적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에 대한 당의 공천 배제 이후 남아있던 앙금과 갈등의 소지를 스스로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임 전 실장은 "우리는 민주당이다. D-30, 이제는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면서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을 평가하고 준열하게 심판하는 선거다. 민주당의 승리, 야권의 승리, 국민의 승리가 심판이다. 선거 출마 시점부터 당 결정 수용까지 고비고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공멸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 백의종군한다. 이 세 가지가 제 결심의 전부"라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돌파해야 한다. 이재명이 흔들리면 민주당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부터는 친명도 비명도 없다.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드린다"면서 "저는 민주당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감투도 의전도 형식도 원치 않는다. 전국을 돌며 상처받은 민주당원을 위로하고 무너진 일상에 지친 국민들께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형선고를 받고도 지켜냈던 김대중의 민주당을 찾아갈 것이다. 엄동설한을 녹이며 국민통합을 부르짖었던 노무현의 민주당을 다시 세울 것이다. 온 국민의 촛불로 쏘아올린 '나라다운 나라' 문재인의 민주당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그리고 이재명을 사랑하는 모든 당원들과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민주당"이라고 화합을 역설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도 즉각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함께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제목의 글에서 "당의 결정을 수용해주신 임종석 실장님께 감사하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임 실장님 말씀처럼 단결해야 한다.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단결과 심판의 소명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 실장님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부탁드렸는데 '감투도 의전도 형식도 원치 않는다'고 말씀해줬다. 윤 정권 심판과 민주당 승리를 위해 함께 하는 여러 길들을 같이 고민해주시면 좋겠다"며 "임 실장님 표현대로 우리는 민주당이다. 무도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 승리를 우리 민주당이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백의종군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상과제인 이번 총선에서의 승리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임 전 실장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감투도 의전도 형식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임 전 실장은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공동 선대위원장 등 적절한 보직으로 공식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4·10 총선을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 '3톱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본인의 역대 지역구 선거에서 '7전 7승'을 거두고 지난 21대 총선도 압승으로 이끌었던 '선거의 제왕' 이해찬 전 대표와, 경북 상주 출신으로 민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에서도 당선됐던 '중도의 아이콘' 김부겸 전 총리가 함께 지휘봉을 잡음으로써 지지층 결집 및 외연 확장에 최대한의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이재명 대표로부터 선대위 참여를 공식 제안받고 수락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통합의 차원에서 공동 선대위원장 중 한 분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오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때 정치를 떠났던 제가 다시 당에 돌아온 이유는 하나다.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無)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다 버리자. 우리는 다 민주당이다. 작은 차이와 다름을 내려놓고 총선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만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12일 출범하게 될 민주당 선대위의 공식 명칭은 '정권심판 국민승리 선거대책위원회'다. 선대위가 뜨면 민주당은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부 단결을 도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총선 상황실장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선대위의 성격은 혁신, 통합, 국민참여, 심판 등 네 가지"라며 "네 가지 개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세 분을 모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명의 상임 선대위원장에 더해 4대 키워드를 상징하는 8명의 공동 선대위원장도 두기로 했다. '혁신' 분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는 영입 인재이자 각각 경기 화성을과 대전 유성을에 전략 공천된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참여한다. '통합' 부문 공동 선대위원장으로는 원내 사령탑인 홍익표 원내대표, 대표적 '친노' 인사이자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함께 맡는다.
'심판' 분야 공동 선대위원장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제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이소영 의원, 정치검찰 개혁에 누구보다 천착해온 김용민 의원, 백범 김구의 증손자이자 하남을에 전략 공천된 영입 인재인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가 담당한다. '국민참여' 분야 공동 선대위원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선대위 산하에 국민참여 플랫폼 격인 국민참여위원회를 두고, 국민참여위원장이 공동 선대위원장을 겸하기로 했다.
현재 7명인 최고위원들도 공동 선대위원장을 겸하기로 했기 때문에 선대위원장만 20명에 가까운 '매머드 선대위'다. 아울러 권역별 선대위를 담당하는 권역 담당 공동 선대위원장단도 지도부와 시도당 위원장, 중진 의원 등 30명 규모로 구성한다. 서울은 정청래‧고민정‧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과 김영호 서울시당위원장이 맡는 식이다. 정권 심판론과 경제 실정론 부각을 위해 '정권심판본부'와 '대한민국살리기본부'를 설치, 3선의 박범계 의원과 한정애 의원이 각각 본부장에 임명됐다. 선대위 실무를 담당하는 총괄선대본부 본부장은 5선의 조정식 사무총장과 불출마를 선언한 3선 김민기 의원이 함께 맡는다.
한편, 임종석 전 실장에 대한 공천 배제 등을 이유로 지도부에 불만을 표시하며 지난달 27일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고민정 최고위원도 선대위 출범을 앞두고 당의 통합 흐름에 맞춰 이날 복귀했다. 당 '투톱'인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고 최고위원의 복귀를 요청한 바 있다.
고 최고위원은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인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추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면서 "서로의 차이를 보기보다는 서로의 공통점을 보며 그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는 일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민주당은 물론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라면 같은 목표를 향해 손을 잡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다시 최고위원으로 복귀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걸어온 길이 조금은 다를지라도,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더라도, 거대한 윤석열이라는 권력 앞에 연대하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이들을 잃게 될 것"이라며 "저 또한 민주당, 더 나아가서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승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