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9대 90 '좀비 민주주의' 넘어 생명 민주주의 체제로
'눈떠보니 선진국’서 ‘돌아보니 후진국’
유독 뒤처진 정치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한국
좀비 민주로 퇴행한 1대 9대 90의 ‘87년 체제’
멈춰 세우고 ‘헬조선 신양반제사회’ 벗어나야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이 2021년 8월 초에 나왔다.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정권을 창출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팬데믹 관리 수준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과 비교되며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개혁의지가 박약했던 것인지 무능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 둘 다였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권에게 권력을 넘겨 주어야만 했다.
용산정권이 수립된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뒤돌아보니 후진국”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아시아 민주주의 모범국인 대한민국이 좀비 민주주의로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독 뒤처진 정치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한국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체제는 후진국형, 개발도상 중진국형, 선진국형으로 나뉜다. 후진국형은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의 민주주의체제처럼 무늬만 민주주주의이고 실제로는 권위주의적 독재체제이다.
개발도상 중진국형은 외발 민주주의체제로서, 그 본질은 ‘대의 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체제’이다. 우리 한국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87년 체제’가 그러하다.
선진국형은 직접숙의-대의 민주주의가 협치하는 두발 민주주의체제이다. 대표적인 국가는 스위스와 프랑스다.
스위스는 보충성의 원리와 연방의 원리에 의거하여 꼬문(읍면동 단위 마을공화국)-칸톤(지방정부)-연방정부의 삼중체제로 이루어지는 마을연방 민주공화국체제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대의 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체제와 직접 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체제라는 투 트랙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융합모델인데, 별도로 국가숙의 민주주의기구인 국가 공공성 토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와 대만은 미흡하지만 개헌을 하지 않고도 국민투표법을 만들어 직접 민주주의 국민입법을 제도화하고 있다.
대의제는 효율성을 가져다 주지만, 민주주의 운영에 생명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직접민주제와 자치분권이다. 그러기에 민주주의 운영에서 직접민주제와 자치분권이 부재하게 되면 곧 좀비 민주주의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 개발도상 중진국이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어찌해야 하나? 경제 문화적으로는 성장동력(어떤 성격의 ‘성장’동력이어야 하는지는 따로 논의해야겠지만)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선진 민주주의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는 반도체산업 등을 통해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 선진국형 경제성장동력을 마련했고, 문화적으로도 BTS 등의 대중문화를 비롯한 한류의 눈부신 활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 서 있다.
그런데 유독 정치만 개발도상 중진국형 외발 민주주의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87년 체제는 개발도상국시대에는 걸맞을 수 있었지만 선진국을 눈앞에 둔 현재의 한국에게는 국가발전의 병목현상을 만들어 내며 발목이나 잡는 앙시앙 레짐(낡은 체제)일 뿐이다.
상위 1% 인구의 핵심이익을 대변하는 수구보수 국민의힘당과 상위 10%-20% 인구의 핵심이익을 대변하는 자유보수 더불어민주당의 적대적 공생체제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한 체제는 속성상 1: 9: 90%의 ‘헬조선 신양반제 사회’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고, 계속 그 정도를 심화시켜 가고만 있다.
좀비 민주주의로 퇴행한 1대 9대 90의 ‘87년 체제’
개발도상 중진국형 민주주의가 퇴행하게 되면, 대의 민주주의 중앙집권통치체제를 본질로하는 87년 체제는 좀비 민주주의 체제가 되어 버린다. 좀비(zombie)는 서인도제도 아이티섬의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살아 있는 시체, 영혼없는 산송장을 뜻하는 말이다. 좀비는 반생명적인 괴물로 인간과 생명세계의 기괴한 병리현상을 의미한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좀비는 다양하게 묘사된다. 바이러스로 인해 이성을 잃고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타인을 물어뜯고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 영혼이나 기억이 조작되고 세뇌되어 로봇처럼 행동하는 살아 있는 시체로 묘사되기도 한다.
<좀비 민주주의>의 저자 이동직은 좀비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형태만 있고 영혼은 없는, 호흡하지만 성스러움은 없는 육체와 같은 민주주의”라 했다. 선거라는 껍데기는 남아 있되 자유의 생명력과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사라진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기에 주인이 직접 통치하는 주권재민의 직접숙의 민주주의라는 영혼이 없어져 버린 대의 민주주의체제를 일컬음이다.
그러면 좀비 민주주의화된 87년 체제의 대표적 특징은 무얼까?
첫째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외발 민주주의체제의 약점을 활용해 먹는 엘리트 카르텔 과두지배체제이다. 두 번째는 증오 상업주의를 부추기고 상대를 악마화하며 정치 경마장을 만들어가는 전쟁같은 진영정치와 마케팅 민주주의 정치공학에 의해 작동되는 팬덤정치이다.
체제전환으로 ‘헬조선 신양반제사회’벗어나야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한국에서 국가와 시민의 관계는 선진국 모델로 개선되어왔다. 그런데 어느때 부터인가 국민의힘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보수 양당의 적대적 공생체제로 굳어지며 좀비화되어 갔다. 그러한 모습의 87년 체제는 급기야 윤석열정권의 등장으로 퇴행의 가속도를 달리고 있다.
여기서 윤석열정권을 멈춰 세워야 한다. 그 방법은 이번 4.10총선에서 윤석열정권을 심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대한민국을 선진국형 민주주의 반열에 올려 놓지는 못한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먼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부터 ‘우리 안의 좀비 민주주의’를 직시해 봐야 할 것이다. 나도 모르게 좀비화된 나 자신을 피와 살이 흐르는 사람으로 바꿔 가는 생명연습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좀비화된 87년 체제를 직접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의 체제로 이행시키는 생명 민주주의로의 체제 전환 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외발 민주주의 87년 체제를 선진국형 두발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1: 9: 90% ‘헬조선 신양반제사회’는 더욱 더 굳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체제 아래서는 언제 또 윤석열정권과 같은 유사파시즘 정권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또한 그런 정권을 면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허약하고 불안한 외발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정권교체를 해본들 별볼일 없다. 왜냐하면 여야 기득권 카르텔 안에서 엘리트들 간의 도토리 키재기식 수평적 권력이동만 이루어질 뿐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민주화운동’과 ‘포스트 87년 체제’ 만들기
그러기에 4.10 총선에 임하는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의 심기일전과 결기 어린 대국민 개혁선언이 필요하다.
더 이상 윤석열 용산정권 심판같은 구태의연한 주의 주장으로 200석을 몰아달라고 하지말라! 용산정권 심판과 함께 좀비 민주주의체제로 전락해 버린 87년 체제를 혁파하여 선진국형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겠다고 대국민선언을 하라! 개헌 없이도 할 수 있는 정치개혁 입법인 국민투표 절차법과 주민자치법 그리고 시민의회 설치법을 기어코 입법화하겠다고 천명하라! 그리하여 직접-대의 민주주의가 융합하는 두발 민주주의라는 네오 제헌의회체제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혀라!
그런 다음에야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압도적으로 지지해 주고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하라! 그렇게 할 때 비로소“그놈이 그놈”이라며 투표장에 가지 않으려 했던 유권자들의 잠자던 주권재민 의식과 유권자의 감수성이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투표장으로 달려가 표를 몰아줄 것이다.
더불어 대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시민사회의 선진 민주주의적인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좀비 민주주의 87년 체제 극복의 문제는 좌우 보혁 어느 특정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초고령화 지역소멸 극복의 문제가 좌우 보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절멸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듯이, 87년 체제 극복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치공동체 전체 생태계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중이 제머리 깍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시민사회가 나설 때이다. 시대적 엄중함을 직시한 시민사회는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 그것은 보수, 중도, 진보, 녹색 스폑트럼의 NGO(비정부 기구)들이 모여 포스트 87년 체제를 구상하고 실천하는 것, ‘국민주도 개헌 정치개혁 범국민운동본부’같은 ‘민주화 이후 민주화운동’인 제2의 민주화운동체를 건설해 포스트 87년 체제를 실제로 만드는 것이다.
2024년 4.10 총선을 거쳐 제37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장에서 그러한 범국민운동체 출범의 고고성이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