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전문매체들 총선 보도에 대한 아쉬움
주류언론 과장·편향보도 검증 않고 닮아가나
<미디어스> '비명학살 보도가 가짜뉴스?' 기사
언론보도 검증은 없고 본문과 다른 엉뚱 제목
<미디어오늘> 민주당 공천보도, 국힘당의 2배
공천 갈등 생중계한 주류언론 보도행태와 비슷
주류언론 따라하지 말고 검증·비판에 집중해야
미디어 전문지는 대중에게 익숙한 매체는 아니다. 그러나 언론·미디어 업계 소식을 다루고 감시·비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언론인, 언론학자, 언론산업 종사자 등 언론계에서는 관심있게 읽는다. 대표적인 미디어 전문 매체는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다.
특히 미디어 전문 매체는 주류 언론들의 심각한 왜곡·편향·선정성·상업성 등 나쁜 보도 행태를 감시하고 비평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전세계 신뢰도 꼴찌’의 우리나라 주류 언론에게 꼭 필요한 감시자 또는 자극제 구실을 한다. 미디어 비평과 감시는 언론 소비자들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미디어 전문 매체는 주류 매체들보다 더 신중하게 취재·보도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을 비판하는 언론’으로서 당당해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디어 전문 매체들의 보도는 아쉽다. 한두 번의 사례라 할지라도 기대와는 달라 실망스럽기도 하다.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가 다룬 총선 관련 보도 때문이다. 총선이 이제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데다 주류 언론들의 보도에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미디어 전문 매체로서 주류 언론의 선거 보도를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자신의 선거보도 기사에도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 2월29일 미디어스가 보도한 “민주당 비명 학살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건가”(송창한 기자) 제목의 기사는 뜬금없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된다. 이 매체는 총선이나 공천 관련 기사가 거의 없는데, 갑자기 민주당의 ‘총선 관련 가짜뉴스 대응’을 다룬 기사를 보도한 게 뜬금없어 보인다.
이 기사는 제목과 본문 내용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단순 팩트를 전달한 기사에 주관적 제목을 붙였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공천 관련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하기로 하고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밝혔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의 발표와 관련 팩트를 인용해 소식을 전하는 일종의 ‘스트레이트 기사’다. 그러나 제목을 보면 단순 소식 전달 기사가 아니라 주장을 담은 논평이다.
“민주당은 비명학살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건가”라는 제목은 어떻게 읽히는가? ‘언론이 보도하는 비명학살은 사실인데 민주당이 이를 부정하고 있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기사 어디에도 없다. 기사 내용과는 다른 엉뚱한 제목이다. 엉뚱할 뿐 아니라 자극적이다. 이 기사의 제목은 “민주당, 공천 관련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키로” 정도면 적절하다.
2월 중순 이후 언론은 민주당 공천 내용을 보도하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른바 ‘친명’ ‘비명’ 간의 갈등을 집중 조명했다. 민주당은 이런 언론 보도에 불만을 갖고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디어스는 민주당 대응에 대해 “비명학살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것이냐”며 항의하듯 도발적 제목을 붙인 것이다.
기사 제목은 본문 내용을 대표하거나 요약한 것이다. 기사 본문이 팩트로 구성되어있으면 그것을 요약하거나 주제를 뽑아 간명히 전달하면 된다. 그런데 단순 팩트 전달 기사에 이처럼 강렬한 주장을 담은 제목을 붙인 것이다.
‘언론의 비명학살 보도는 가짜뉴스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기사에서 왜 그것이 가짜뉴스가 아닌지를 팩트로 설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기사에 그런 팩트와 논리전개는 전혀 없다. 제목만 본다면, 독자는 ‘이재명 민주당의 비명학살 보도는 사실인데 민주당이 이를 부인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비명학살 보도같은 가짜뉴스에 강력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기사 제목이 바로 그 ‘가짜뉴스’가 된 셈이다.
주류 언론들이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민주당 갈등을 집중 부각하는 보도가 과장됐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은 민주당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시민단체인 민언련의 총선보도 모니터 결과 보고서에서도 ‘주류 언론들의 민주당 공천 논란 보도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민주당 공천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조중동 보수언론이 집중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실제 공천 결과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주류 언론의 ‘비명학살’ 프레임이 과장됐음을 보여주는 기사를 여러차례 보도했다.
총선을 앞두고 주류 언론이 불공정하고 과장된 ‘비명학살’ 프레임 보도를 하는데도, 언론 감시·비평 매체가 이런 보도에 대한 검증 없이 주류 언론의 프레임에 갇혀 주관적 제목을 붙인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만약 주류 언론의 프레임대로 ‘비명학살’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으면 미디어스가 팩트로 이를 입증하는 기사를 보도하면 된다. 그러나 미디어스에 그런 보도는 없다.
또다른 미디어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의 최근 총선 관련 보도 추세를 봐도 아쉬움이 크다. 미디어오늘은 미디어스에 비해 총선 관련 기사가 월등히 많다. 2월1일부터 3월5일까지 약 한달 간 총선 관련 보도는 70여 건에 달해 ‘정치 매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총선 관련 기사는 대부분이 ‘총선 보도를 감시하는 기사’가 아니라 다른 매체들처럼 총선 관련 소식을 직접 전하는 기사다. 어떤 기사를 쓰는지는 그 매체의 사정에 따라 판단할 일이지만, 언론 감시 전문 매체가 ‘총선보도 감시’가 아닌 ‘총선 보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독자가 보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미디어오늘 ‘총선 보도’에 나타난 불균형 문제도 또다른 아쉬움을 낳는다. 미디어오늘 ‘정치’ 분야 보도를 보면, 같은 기간 민주당 공천 관련 기사가 모두 43건인 데 비해 국민의힘 공천 관련 기사는 절반도 안 되는 19건에 불과하다.
주류 언론들이 민주당 공천 관련 보도를 대량으로 쏟아내면서 이를 감시·비평하는 미디어오늘도 민주당 공천 관련 기사량이 많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디어 오늘이 주류 언론의 흐름을 따라 갈 필요는 없다. 주류 언론의 보도가 잘못되었다면 이를 비판하고 바로잡아주는 게 미디어 비평 매체의 일이다.
게다가 미디어오늘은 민주당 공천에 대한 주류 언론들의 부정적 프레임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부정적 프레임 보도 행렬에 동참하는 기사를 거의 매일 생중계하듯 쏟아냈다. 임종석·서영교·김영주·이광재·기동민·설훈·고민정·박용진·송갑석 등 민주당 공천갈등과 관련된 인사들과 다른 정치인들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기’한 기사도 많다. 이런 기사들은 주류 언론들처럼 민주당 공천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주류 언론의 민주당 공천논란 프레임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이 없지는 않았지만, 칼럼 대부분의 내용은 ‘보도비평’이라기보다는 ‘정치비평’에 속했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오늘의 총선 보도는 주류 언론들의 프레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반면 국힘당의 공천 관련 보도는 양적으로 많지 않은데다, 부정적 프레임보다는 단순 사실 전달 기사가 많았다. 이는 민언련이 분석한 주류 언론들의 보도행태와 일치한다. “주류 언론들의 보도에서 양적으로 민주당 공천(논란) 기사가 국힘당 공천기사를 압도하고, 프레임에서도 민주당에 부정적, 국힘당엔 단순전달 기사 보도였다”는 게 민언련 분석이었다.
총선 관련 보도는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선거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주류 언론의 총선 관련 보도를 보면 그것이 유권자에게 정확하고 적절한 보도인지 의문이 든다. 신뢰하기 어려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경마식 보도, 편파 또는 불공정 보도, 정권심판이라는 총선의 본질을 감춘 보도, 과장·왜곡 보도, 정치인 입만 바라보는 ‘받아쓰기’ 보도, 선정적 보도 등 언론이 해서는 안 될 선거 보도는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감시·비평 매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데 과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들은 도무지 자신들의 보도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보도에 대한 감시와 비평을 하지 않고 있다. 주류 언론들의 문제에 대해 미디어 전문 매체들의 신랄하고 정확한 감시·비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